뉴질랜드의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 빙하가 약 400년 동안 77%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40년 동안에만 17%를 잃어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현지시간) 뉴질랜드 국립 수자원 및 대기연구소(NIWA)와 영국 리즈(Leeds)대학 연구진들은 17세기 소빙하기부터 2019년까지의 서던 알프스의 빙화 변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던 알프스 산맥은 뉴질랜드 남섬을 남북으로 가르는 산맥으로 최고봉은 고도 약 3700m에 이른다. 이 산맥 일대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서던 알프스의 서쪽에 위치한 밀포사운드 지역은 유명한 반지의 제왕 관광지다.
17세기 소빙하기는 약 1650년에서 1715년에 평균 기온이 약 1℃~2℃가량 떨어진 때로 태양 활동의 감소, 화산 분출로 인한 냉각 효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뉴질랜드 서던 알프스 산맥에 걸쳐있는 400여개의 산악빙하의 부피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17세기 소빙하기동안의 역사적 기록과, 빙하가 땅을 깎아내며 암석을 운반해 만들어지는 빙퇴석 지형이 쓰였다. 빙퇴석과 땅을 깎아낸 흔적 등은 빙하와 빙하 주변의 얼음층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진은 이렇게 재구성한 17세기 빙하 규모와 최근 만들어진 빙하 변화 데이터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1978년에서 2019년까지 40년 동안 빙하손실 속도가 그 이전에 비해 약 2배로 빨라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17세기 소빙하기의 빙하 규모를 기준으로 4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규모가 77%가 줄었는데, 최근 40년 동안에만 17%가 주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서던 알프스 빙하가 녹아 담수 공급을 못하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빙하는 주변 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 수력발전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의 빙하는 갠지스강이나 브라마푸트라강에 흐르는 물의 근원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 조나단 캐리빅(Jonathan Carrivick)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서던 알프스가 이미 ‘피크 워터’ 시점이 지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빙하가 녹은 물로 이뤄진 강의 수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줄일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피크 워터(peak water) 시점은 특정 지역 내에서 담수 소비 속도가 보충 속도보다 빨라져 담수 고갈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빙하가 녹아 강의 수량이 줄어들 경우, 수생 생태계와 주변 생태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급격하게 빙하가 녹을 경우, 산사태나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약해지거나, 빙하가 녹아 생긴 물이 암석에 스며들어 얼고 녹는 일을 반복하며 암반을 파괴해 산사태가 늘어나는 것이다.
빙하로 만들어진 호수 수량이 해빙에 따라 일어나며 홍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해빙 피해는 에베레스트, 유럽의 알프스산맥, 알래스카 산맥 등 고산지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빙은 해수면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며, 현재 해수면 상승의 약 25%는 해빙의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NIWA 소속 앤드류 로레이(Andrew Lorrey) 박사는 “장기적인 얼음량 감소, 서던 알프스 전역의 빙하의 급속한 붕괴는 심각한 상황을 드러낸다. 1970년대 후반부터 수집된 사진 자료·기록 등을 분석해보면 이런 상황이 2010년대에 극적으로 악화한 것을 보여준다”며 “다른 증거들과 함께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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