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위해 해외직구 식품 공개
다이어트, 성기능 개선 제품 12개서 발암물질 등 사용금지 성분 검출
원료 성분 유통기한 꼼꼼히 확인… 통관 거친 정식 수입제품 구입해야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해외직구’가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의 구매가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금지된 성분이 들어 있으면 통관 과정에서 압수당하고 안전성의 문제도 있다. 불량 제품에 대한 보상이나 환불도 어려워 구입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해외직구 다이어트 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입하는 제품에서 발암 가능성 물질 등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해외 사이트의 제품 544개를 검사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사용해선 안 되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효과를 표방한 제품이 7개, 성기능 개선 제품이 4개, 근육 강화 제품이 1개였다.
구체적으로 ‘Kiseki Tea Detox Fusion Drink’ ‘Dual biactive d-tox’ ‘Tummy&Body Fat Reducing Tea’의 3개 제품에서는 국내 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Bikini Me’와 ‘Slim Me’ ‘Deep detox’ ‘Ripped freak hybrid supplement’ 등 4개 제품에서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골든실 뿌리와 우울증에 사용하는 성분이 원료로 사용됐다. (제품 사진 참고)
상반기 의약품 성분이 들어갔거나 미생물 오염이 나타나는 등 위해가 확인된 제품은 모두 116개다. 식약처는 이번에 발표된 12개 제품을 포함해 총 128건에 대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나라와 수입식품정보마루 위해식품차단목록에 게시하고 관세청에 이 제품들의 국내 반입 차단을 요청했다.
식약처가 지목한 위해물질 중 첫 번째 종류는 의약품 성분이다. 다이어트 효과를 표방한 제품에선 주로 센노사이드, 카스카로사이드가 나왔다. 성기능 개선을 내세운 제품에선 실데나필, 타다라필, 요힘빈, 이카린이 검출됐다. 국내에선 모두 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되는 성분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용법과 용량이 정해져 있는 의약품 성분이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에 들어가면 과다 복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발기부전 치료 성분의 경우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구매 사이트에 자주 등장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수면 보조제도 있다.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이다. 멜라토닌은 뇌 중앙 바로 위의 솔방울샘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다. 뇌를 진정시키고 졸음을 느끼게 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수면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보조제 제품은 용량이 과하거나 품질 관리가 느슨해서 순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표지에 적힌 용량과 실제 포함된 멜라토닌 양의 편차가 큰 제품도 발견됐다. 멜라토닌을 고용량 복용하면 악몽에 시달리고 아침에 졸리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멜라토닌과 같이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성분은 일정 기간 의사 처방 후에 재평가 과정을 거친다”며 “이는 오남용을 줄이고 성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오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은 품질관리기준(GMP)과 생산 관련 기준 등 엄격한 관리를 받는 데 비해 해외에서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검열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서 “특히 유명 블로거나 유튜버를 이용한 해외 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가 이번에 국내 반입 차단을 요청한 제품 가운데는 실데나필, 요힘빈 등 의약품성분 함유 제품(105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및 크로노박터균 미생물 오염 제품(5개), 알레르기 유발 식품인 ‘우유’, ‘땅콩’ 미표시 제품(2개), 어린이 질식 우려가 있는 ‘컵 모양 젤리’ 제품 등도 있다.
고가의 줄기세포 추출물, 청약 철회 등 어려워
해외직구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소비자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 최근 1년 이내 온라인을 통한 국제거래(해외 물품구매·서비스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6%가 소비자 피해를 경험했다.
지난달에는 해외직구로 구매한 다이어트용 시서스 분말에서 기준치보다 24배 많은 쇳가루가 검출된 제품이 나와 서울시가 수사에 들어간 바 있다.
허벌힐스 회사가 제조한 인도산 유기농 시서스 분말 제품에서는 쇳가루가 기준치의 23배인 kg당 235mg이, 또 다른 제조사인 아유르베다에서 생산한 제품에서는 kg당 242mg이 검출됐다. 시서스 분말 제품은 식약처에서 식품 원료로 인정하지 않는 성분이다.
우리나라에 수입이 금지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대부분 통관 과정에서 압수되는데 환불을 받을 수도 없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도 환불과 취소 관련 불만이 가장 많았다. 색깔이 변한 영양제를 받고도 반품을 못 한 경우도 있다. 해당 업체는 약을 먹고 몸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증명해 오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 밖에 성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고가의 줄기세포 추출물이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되면서 청약 철회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해외 헬스장에서는 완제품을 임의로 소분해 블렌딩 제품으로 판매하면서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 물품구매 피해 유형(복수 응답)으로는 ‘배송 지연 또는 오배송, 분실’(56.9%)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제품의 하자 및 불량(43.1%) △주문한 제품의 취소·반품·환불 지연 및 거부(24.1%) △애프터서비스 관련 불만(20.7%) 등의 순이었다. 피해를 경험한 해외 물품 구매 유형으로는 직접 구매(74.1%), 구매대행(13.8%), 배송대행(12.1%) 등의 순이었다.
피해가 발생하면 해외 사업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연락이 두절되거나 협조하지 않는 등 여러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불량제품 판매 같은 피해가 발생해도 해외 사업자가 쉽게 협조하지 않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국내법에 따른 분쟁 해결이 어려운 점이 있다.
최은주 식약처 수입유통안전과 사무관은 “해외직구는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이 아닌 개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법이 미치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관은 “식약처는 문제가 발견된 온라인 사이트의 제품들을 구매해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식품안전나라에서 위해 정보 등 차단한 목록들을 확인하고 국가에서 정식 수입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 전 꼼꼼히 확인해야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할 때는 확인해야 하는 사항들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상품에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성분이나 우리나라에서 금지한 성분이 포함됐을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원료명과 성분명을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는 식품안전나라 웹사이트에서 ‘해외직구식품 질의응답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직구식품과 관련된 궁금한 내용을 작성하면 수입유통안전과에서 답변을 준다.
건강기능식품은 원료나 성분을 압축하고 간편한 복용을 위해 캡슐, 액상 파우치, 파우더 등 간편한 형태로 제조된다. 이를 가공품으로 여겨 유통기한 확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섭취 기간을 고려해 유통기한이 유효한 것을 고르고 권장되는 보관 방법에 따라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났을 경우 기능성이 떨어지거나 섭취 시 몸에 이상을 줄 수 있으므로 폐기 처분해야 한다.
수입 금지 품목이나 수입 금지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 통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문하는 제품이 통관 가능한 제품인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 종합상담센터에 문의하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품목과 무관하게 최대 6병까지만 반입이 가능하다. 같은 제품도 한 번 주문할 때 6병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동일한 해외직구 식품이라도 판매 국가에 따라 성분이나 함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식으로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정식 통관 검사를 거친 제품은 제조업체명, 원재료명, 유통기한 등을 한글로 표시하고 있다. 구매 전에 한글 표시사항을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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