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으로 착각하기 쉬운 ‘쿠싱증후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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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하수체 질환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 증가 원인
체중 늘고 고혈압-당뇨병 등 유발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진상욱 교수가 뇌하수체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질환에 대해설명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진상욱 교수가 뇌하수체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질환에 대해설명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뇌하수체는 머리 안쪽 깊숙하게 위치하고 있는 아주 작지만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한다. 위치상 직접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종양 등 각종 병변에 노출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뇌하수체 질환이라고 일컫는데 예방법도, 완치도 쉽지 않다. 그럼 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할까?

진상욱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뇌하수체 질환의 국내 발병률은 매우 드물지만 방치 시 외적 변화를 넘어 2차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경험 많은 의료진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하수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하수체에 발생하는 종양이다. 종양은 뇌하수체의 역할을 방해해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종양으로 여러 가지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거나 혹은 정상보다 부족하게 분비돼 질환을 유발한다. 이 외에도 크기가 커지면 시신경, 뇌막 등을 압박해 두통, 시야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뇌하수체 질환에는 대표적으로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발생하는 말단비대증, 고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 혈증, 쿠싱증후군과 호르몬 분비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등이 있다. 말단 비대증은 성장판 닫힘 여부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성장판이 닫히기 전이라면 체격이 커진다. 반면 성장판이 닫힌 어른이 되고 난 후 해당 질환을 앓게 되면 체격은 커지지 않지만 다른 장기들, 예를 들면 턱, 손·발끝의 크기가 비대해지고 두꺼워진다.

고프로락틴혈증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월경 이상, 불임, 임신과 무관하고 젖 흐름증 등을 유발하며 향후 골다공증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쿠싱증후군은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 증가로 발생하며 급격한 체중 증가, 중심성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을 유발한다.

진 교수는 “호르몬 분비가 부족해 발생하는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은 호르몬별 역할과 이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선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호르몬 결핍이 대표적인데 성장은 물론이고 혈당·혈압관리, 허리둘레, 근육량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여성·남성호르몬에 의한 불임, 성기능 장애 등도 유발하는 등 부족한 호르몬의 종류, 정도 및 진행 속도에 따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진단에는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활용한 영상 의학적 검사와 다양한 호르몬 검사가 활용된다.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됐다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종양 자체의 문제라면 기능성, 주위 혈관이나 신경, 기타 조직을 압박해 문제를 유발하면 비기능성 종양으로 구분한다. 다만 종양이 있더라도 호르몬 분비가 과다하지 않거나 두통, 시야장애 등의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변화 유무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진 교수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하수체 질환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며 “이미 발생한 외적 변화를 되돌릴 순 없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서는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atom6001@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경희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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