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중문화 작품에 등장한 AI(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탐욕적이면서 유일무이한 만능 캐릭터로 묘사되곤 했다. 이를테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작)’에 등장하는 ‘HAL9000’이라던가 ‘터미네이터(1984년작)’의 ‘스카이넷’ 같은 존재가 대표적이다.
고전 작품속에서 AI가 이렇게 묘사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AI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I는 미리 정의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본래 규정된 업무 외의 다른 역할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고전 작품에 등장하는 AI는 사실 ‘인공지능’보다는 ‘인공의식’에 더 가까운 존재다.
지금 실제로 현실화된 AI는 사람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에 주로 쓰이며 이는 특정 분야에 최적화될 때 더욱 돋보인다. 그리고 다양한 AI 관련 기술이 경쟁적으로 개발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AI의 우수한 성능 및 발전가능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다양한 AI 솔루션 중 자신의 쓰임새에 최적화된 것을 골라 작업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사람의 선택권 역시 중요해진 것이다. 2020년 현재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AI 서비스들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며 그들의 재산 및 생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형태로 자리잡는 중이다.
AI 보조운전자, 교통사고 확 줄인다
테슬라(Tesla)의 자동차에 적용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Autopilot)의 경우는 ‘AI 보조운전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기본적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건 운전자이지만 차량의 차선을 유지하거나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는 작업, 앞 차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을 때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하는 작업 등을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차량의 주차 및 호출 역시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이 차량의 모든 조작을 자동으로 행하여 최종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아직도 상당부분의 조작을 운전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테슬라의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테슬라가 올해 2분기에 내놓은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오토파일럿 기능을 적용한 테슬라 차량은 일반적인 다른 차량에 비해 교통사고 확률 면에서 9배 이상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IoT와 찰떡궁합, AI 비서
‘AI 비서’ 서비스의 경우, 정보분석 서비스에 음성인식 기술이 결합해 각종 스마트기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었다. 사용자의 다양한 명령에 대해 정확한 응답을 하기 위해선 방대한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다년간의 비즈니스를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해 두었으며, 여기에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음성 인식 및 음성 합성 기술을 더한 것이 애플의 ‘시리’ 및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으로 대표되는 AI 비서 서비스다.
다만 이러한 AI 비서 서비스는 예전에는 사용자가 직접 키보드나 버튼을 눌러 이용하던 기능을 음성 명령 형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인 혁신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전환에 그쳤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AI 비서 서비스는 IoT(사물인터넷)과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빅스비)나 SK텔레콤(누구) 등의 가전 제조사나 이동통신사들도 AI 비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가전기기의 제어나 각종 콘텐츠 서비스의 이용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수익률로 인정받은 AI 자산관리사
AI와 금융서비스의 결합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른바 ‘AI 자산관리사’로 불리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선 대신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KB국민은행, NH투자증권 등의 유력 자산관리사에서 이미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펀드 운용 등의 자산관리서비스는 전문인력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러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실질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도입 기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영 사무국을 맡고 있는 코스콤은 지난달 8일 발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시장 참고지표인 코스피200(5.92%) 보다 높은 7.9%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AI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피해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 분야 AI 활성화 워킹그룹’ 첫 회의를 개최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 AI의 법적인 지위 및 책임소재까지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대세가 된 AI 마케터
그리고 최근에는 ‘AI 마케터’의 입지도 자리를 잡는 추세다. 애피어(Appier)에서 선보인 AI 기반 마케팅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AI가 사이트 내 고객의 마우스 움직임을 분석해 망설이는 고객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안하는 아이딜(AIDEAL), 설치 후 잊어버린 모바일 앱까지 깨워 맞춤형 알림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이쿠아(AIQUA), 다양한 소스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보강해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아익슨(AIXON), 그리고 딥러닝을 통해 타겟 고객을 발견하고 광고수익률을 높이는 크로스엑스(CrossX) 등이 실제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AI 마케터를 활용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만 피자헛은 애피어 AI 솔루션 적용 후 웹사이트 구매 전환율이 15% 증가했으며 거래 소요시간은 20% 절감하고 쿠폰을 통한 거래량이 17%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애피어의 아이딜은 글로벌 시장 정보 기관 ‘AI 브레이크스루(AI Breakthrough)’가 선정하는 2020 어워드에서 최고의 AI 기반 분석 솔루션으로 선정되는 등, AI와 마케팅의 결합이 대세라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AI 상담원’으로 통하는 챗봇 서비스, 문장의 맥락을 파악해 감정 연기까지 가능한 ‘AI 성우’, 그리고 자기소개서의 표절 여부나 이력서의 진위 여부 등을 분석해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AI 면접관’ 등의 AI 기술이 상당부분 상용화된 상태다. AI의 영향력이 커지며 실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결국 AI 기술의 최종목표는 사회 전체의 부와 효율성 증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혜택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의 정립 및 적절한 AI 솔루션을 선택하는 사람의 안목이 한층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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