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의무화 하려하나[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12시 00분


개발사 자체 결제 시스템 부정결제 급증
소비자 피해 막고자 구글 결제시스템 강제
IT 업계 반대하지만 속내는 각기 달라
수수료 증가는 소비자에 전가될 수밖에

구글이 웹툰, 웹소설, 음원 스트리밍,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비(非)게임 앱을 만드는 기업들에 구글 인앱 결제(앱 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애플과 달리 게임 앱에 한해서만 자사 인앱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고 있다. 구체적인 적용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사 입장에서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수수료 부담이다. 게임 앱 개발사들은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가로 구글에 매출의 30%를 떼어주고 있다. 비게임 앱 개발사도 현재 자발적으로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쓰고 있다면 같은 비중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을 사용하면 반드시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자체 구축한 결제 시스템을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도 번거로운데 안 내던 수수료까지 내야할 수 있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앱 마켓이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돈은 막대하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빅3’ 게임업체에서 구글과 애플에 낸 수수료만 지난해 1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 2018년 기준으로 구글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매출은 5조4098억 원, 애플 앱스토어는 2조1211억 원으로 추산된다. 비게임 앱까지 수수료 적용을 확대하면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가는 매출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개발사가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나섰다.

―어떻게 알려졌나.

구글 측은 비게임 앱에 대한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나아가 수수료까지 부여하는 데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글의 움직임이 바깥으로 새어 나갔을까. 구글 측이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에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써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다만 구글 측은 수년 전부터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의 인앱 결제 시스템 사용 독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뜻이다.

―구글은 왜 인앱 결제를 강요할까.

구글이 자사 인앱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데에는 앱 마켓 내에서 결제와 관련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은 뒤 가상 재화를 구매했는데 정작 사용할 수 없거나, 중복 결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관련 민원은 2016년 47만 건에서 2017년 62만 건, 2018년 70만 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에서 제기되는 민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많은 불만은 정기구독 서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북, 음원 스트리밍, 동영상 스트리밍 등은 월 단위로 구독해서 이용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들이다. 이 같은 소비자 피해의 상당 부분은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결제 시스템 내지는 외부의 공신력 없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 절감 문제도 있다. 앱 장터에 올라오는 비게임 앱들이 각기 다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면 구글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유지, 보수, 관리를 위한 별도의 인력과 비용, 시간이 든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개발사들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입장에서는 자사 인앱 결제시스템으로 통일하면 이 같은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내 IT 생태계 황폐화될까.

네이버가 회장사로 있는 IT 기업 이익 대변단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8월 구글의 인앱 결제시스템 확대 방침에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 미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인기협 측은 신고서 제출 배경에 대해 “국내 앱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앱 이용자의 이익저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앞서 스타트업 이익 대변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방통위에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내 IT 업계 전반이 구글의 행보에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

다만 일부 기업들은 관망하거나 이견을 달리한다. 구글 앱 마켓이 해외 진출에 레버리지가 되어준다는 것. 애초에 한국이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곳들은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구글이 이 같은 운영을 대행해주는 만큼 일정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나 KG이니시스, NHN한국사이버결제, 토스페이먼츠와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들은 구글의 비게임 앱에 대한 수수료 확대 방침에 함구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구글이 앱 개발사들로부터 받아가는 수수료(30%)의 일부를 떼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수수료 중 일부를 받아가는 것은 맞으나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나.

소비자들의 인앱 결제 수수료에 대한 인식은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정윤혁 교수가 인앱결제 경험자 7명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모바일 게임의 경우 개발자가 플랫폼에 30%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소비자들은 인앱결제 의무화 이슈를 알고 난 뒤 구글에 우호적이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정 교수가 인앱결제 관련 뉴스를 보여준 508명을 대상으로 ‘구글 앱 마켓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구글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다른 사업자에게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58.3%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구글의 30% 수수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6.7%가 ‘많다’고 답했다. 특히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은 향후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부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73.7%에 달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 개발사가 만든 앱에서 결제를 하고자 할 때 공신력 없는 결제 시스템을 쓰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 부정결제에 대한 불안 조성 등 불편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여러 선택지가 있으면 경쟁을 통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비게임의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 의무화와 함께 수수료 인상이 이루어지면 개발사들은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카카오나 네이버, SK텔레콤, 심지어 유튜브도 같은 앱을 두고 인앱 결제가 의무화돼 있는 애플과 의무화가 아직은 아닌 구글의 플랫폼에서 이용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한국에만 적용될까.

구글 인앱 결제시스템 의무화가 한국에만 적용되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구글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정책지침이 세워지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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