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의료서비스는 공공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최근 의료서비스가 공공재(public goods)인지, 아니면 민간재(private goods)인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시장에서 구매하는 거의 모든 상품이 바로 민간재다. 반면 개인에게 필요하지만 자기 돈을 쓰려 하지 않는 상품이 있다. 국방과 도로, 공중위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품은 시장에서 구할 수 없다. 아무도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을 걷어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이것이 공공재다. 공공재는 직접적인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소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사용해도 소비량이 감소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료서비스는 원래 민간재인 걸 알 수 있다. 과거 어느 나라에서나 의료서비스는 민간 병의원이 가격을 직접 책정해 시장에 공급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지불하고 의료서비스를 구매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민간 병의원이 가격을 정하는 의료서비스가 많은데 라식수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왜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라고 생각할까. 이는 정부가 특정 의료서비스 제공에 깊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는 병의원이 의료법상 독점적 공급권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높게 책정되고 과소공급이 이뤄지곤 한다.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경제적 효율성이 감소(시장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부 서비스는 건강 유지와 향상을 위해 꼭 사용해야 하는 ‘필수 의료’인데 너무 비싸면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없다. 기본권과 사회 결속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라별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한국은 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가 개입한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받아 비용을 조달하고 민간 병의원이 필수 의료를 제공한다. 그 대신 의료가격을 낮게 책정한다. 다만 개입 정도는 의료서비스 간 차이가 크다. 생체 간이식 수술 같은 중증 의료는 환자의 비용 부담이 매우 크고 대학병원에서 때로 수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반면, 감기 치료 같은 경증 의료는 누구나 큰 비용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다. 의원이나 보건소가 많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손쉽게 진료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경증 의료를 공공재로 생각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나아가 일부에서 모든 의료서비스를 공공재라고 확대 해석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경증 의료 등 일부 의료서비스가 공공재 특성을 가진 건 맞다. 하지만 민간 병의원이 생산하는 의료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모두 민간재일 수밖에 없다.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료서비스 공공재 논쟁#국민건강보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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