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병 확산이 장기화 되면서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 등산 등 비대면 야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코로나 블루’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으로 날려 버리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스포츠용품을 파는 런너스클럽 이대점 정민호 대표(51)는 “요즘 실내 운동을 즐기던 사람들이 달리기 등 야외 스포츠로 전향하고 있는 추세가 보인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실내보단 실외가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 스파이더코리아 이제경 이사(45)도 “추석 이후 야외 스포츠 관련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야외 스포츠하기 좋은 가을이기도 하지만 산을 타고 공원을 달리는 등 실내보다는 밖에서 하는 스포츠를 즐기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필라테스 강사 김이삭 씨(30)도 야외로 나가 달리고 자전거타고 등산을 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그는 “지금은 다시 필라테스 강좌를 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면서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할 수 없어 힘들었다. 그 때 서울 한강공원으로 나가 무작정 달렸다. 그랬더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호흡이 가쁘지만 일정 거리를 완주한 뒤 느끼는 쾌감은 짜릿했다. 자전거와 등산은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달리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솔직히 아직 ‘러너’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 하루 2~3km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달리기 동호회인 ‘러닝 크루’를 만들어 거의 매일 달리고 있다.
“지구력이 없어 아직 긴 거리는 못 달린다. 하지만 크루 멤버들과 ‘몇 시 한강공원에 모여 달리자’고 약속하고 함께 달리면 정말 즐겁다. 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다.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이랄까?”
김 씨는 필라테스 강좌가 주로 이른 아침과 오후 늦게 열리다보니 낮 시간을 활용해 ‘야외 활동’을 한다. 코로나19 이전엔 필라테스와 크로스핏(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으로 크로스 트레이닝과 피트니스를 합친 운동), 타바타(일본의 타바타 이즈미가 개발한 운동으로 20초 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10초 쉬는 식으로 운동) 등에 집중했었다. 코로나19가 그의 활동 범위를 야외로까지 끌어낸 것이다.
김 씨는 ‘따릉이 마니아’다.
“자전거는 서울시 대표 명물 따릉이를 탄다. 자전거 마니아들처럼 도로 사이클이나 산악자전거(MTB)를 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따릉이 타는 즐거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따릉이는 진짜 편하다. 사이클이나 MTB는 다시 집에 혹은 사무실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따릉이는 타고 거치대가 있는 곳에 반납하면 된다. 이용료도 한달에 5000원, 연간으로 하면 3만 원밖에 안 된다. 짐받이 바구니도 있어 가방 등 소지품을 싣고 달려도 된다.”
사실 도로 사이클이나 MTB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탈만한 것을 구입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최근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릉이는 당초 ‘교통수단’으로 마련했지만 요즘은 한강공원 등 자전거길이 마련된 곳에서도 많이 보인다. ‘운동수단’으로도 떠오른 것이다. 김 씨는 3년 전부터 따릉이를 타기 시작했고 요즘은 운동으로 따릉이를 즐기고 있다. 매일 평균 2시간 씩 타고 있다고 했다. 달리거나 등산까지 할 경우 하루 3시간 넘게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도 있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그는 6년 전 무료함을 달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스피닝(고정식 자전거에서 음악에 맞춰 다양한 율동을 하며 페달을 빠르게 밟는 운동)을 시작했다가 스피닝 강사가 됐다. 그는 “당시 지도하던 강사가 ‘너무 잘 한다. 강사해도 되겠다’고 해 시도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3주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르고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대학 때 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K-pop, 힙합 등 다양한 춤을 추기는 했지만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식품영양사 공부를 했고 의류에 관심이 있어 디자이너에도 관심을 가졌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운동을 가르칠 줄은 몰랐다. 몸 쓰는 순간 ‘이거다’는 느낌이 왔다. 내 적성에 딱 맞았다.”
스피닝을 하다 무릎에 통증이 와 치료하는 과정에서 필라테스도 공부하게 됐다.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촬영)까지 찍었는데 깨끗했다. 그런데 통증은 있었다. 그 때부터 신체 해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해부학 책을 찾아 봤고 근육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정 부위 근육을 키우는데 필라테스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필라테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필라테스로 근육을 키우니 통증이 사라졌다. 결국 강사 자격증까지 따 오늘에 이르렀다.”
김 씨는 필라테스 강사로 유도와 사이클 등 운동선수들까지 지도하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스포츠를 잘 알아야 잘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쿼시, 테니스, 서핑 등 기회가 있으면 직접 다 해보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철인3종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완주하는 것도 목표로 잡았다. 이렇게 몸을 쓰면서 사는 삶이 너무 행복하단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우울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힘들고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니 감기처럼 우울증이 찾아오는 것 같다. 이럴 땐 박차고 야외로 나가면 좋다.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면 사는 게 의미 있고 즐겁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회원들과도 자주 야외로 나가고 있다. 등산은 도봉산과 인왕산, 관악산 등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오른다.
전공과 전혀 다른 직업을 갖게 된 그의 생활 모토는 ‘행복하고 건강하고 예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솔직히 이렇게 ‘건강충’이 될 줄 몰랐다. 할머니가 되서도 지금 같은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게 꿈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건강해야 행복하고 예쁜 것 아니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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