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졸음이 마법처럼 사라진다.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이다. 카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천연 흥분제 중 하나다. 일단 커피가 몸 안으로 들어가면 뇌로 가서 피곤함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을 멈추게 한다. 신체에 활력을 주는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의 분비는 증가한다.
한국인의 연간 1인당 커피 섭취량은 353잔이다. 유럽인보다 더 많이 마시며 세계 평균의 약 3배다. 2018년 미국에서는 커피에 ‘암 발생 경고문’을 부착한 바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커피 판매 시 발암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발암성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생성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크릴아마이드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불과 1년 만에 해당 결정을 뒤집었다. 당국은 세계보건기구의 연구를 검토해 ‘커피가 암 발병에 심각한 위험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유통 가공식품의 아크릴아마이드 검출량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때 이런 오해도 받았지만 커피 섭취는 우울증,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커피에는 강력한 항산화·항염 효과를 지닌 클로로겐산 등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팀은 “커피를 하루 3잔가량 마실 경우 1잔 미만으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사망위험이 절반으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커피 속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은 세포의 산화를 막고 염증을 줄여 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보고서를 통해 커피가 자궁내막암과 간암의 위험을 낮춘다고 밝혔다. 2017년 영국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는 커피 섭취가 전립샘암, 자궁내막암, 피부암, 구강암 등의 위험을 줄이고 전체 암 발생 위험은 18% 낮췄다고 나와있다.
당뇨병 위험도 감소시킨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수치가 높고 섭취한 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제2형(성인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4∼30% 낮았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일단 발병하면 돌이킬 수 없다. 몇 년 안에 사람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도 꽤 효과적일 수 있다.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도 줄여준다. 2019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커피에 함유된 EHT(커피콩 껍질에서 발견되는 세로토닌의 지방산 유도체)와 카페인의 결합이 파킨슨병과 관련된 신경 퇴행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떨림 정도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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