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65%, 온택트 수업 이후 미디어 사용 증가
●코로나 이전보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9.3% 증가
●미디어 과다 노출 성장기 청소년에 위험
●청소년, 올바른 미디어 사용법 익힐 수 있게 도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온택트(Online+Contact) 수업이 시작되자 청소년들의 미디어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가는 것이 아니라 화면 앞에 앉는다. 친구들을 만나 노는 것도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눈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미디어 앞을 떠나지 않는 셈이다.
2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온택트 시대, 청소년 미디어 중독 해법’ 포럼에서 학계, 교육계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늘어난 미디어 사용량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과도한 미디어 이용은 집중력 및 학습 능력 저하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매체 이용법에 대해 적절하게 교육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행사의 축사를 맡은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이번 온라인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됐다. 미디어 중독에 관한 조사결과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청중 없는 웨비나(Web+Seminar) 형식으로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포럼을 실시간 생중계하고 온라인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미디어 과다 노출로 늘어난 스마트폰 중독
코로나19 유행으로 청소년들의 게임·SNS 이용 시간이 늘었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온택트 수업 이후 청소년들의 미디어 사용량과 중독 위험성을 조사했다. 15~18세 남녀 청소년 4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65%가 온택트 수업 이후 게임, SNS, 유튜브 이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온택트 수업 이전 학생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5점 척도 기준 4.67(2~3시간)이었다. 온택트 수업 이후에는 이 점수가 5.18(3~4시간)로 늘었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학생 비율도 같은 기간 30.2%에서 39.5%로 증가했다.
사이버 폭력을 겪는 학생도 늘었다. 사이버 폭력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괴롭힘을 가리킨다. 험담, 신상정보 유포, 따돌림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발표자로 나선 전 교수는 “미디어 사용 시간 증가와 함께 사이버 폭력을 경험하는 청소년 비율이 크게 늘었다”면서 “사이버 폭력, 음란물, 온라인 도박 등의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는 청소년을 위해 온택트 교육 지침 및 디지털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에 중독되면 인지능력 발달 저해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증가가 인지능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은주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미디어 중독과 청소년의 뇌 발달’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게임, 인터넷 중독 의심자의 뇌 반응은 마약, 알코올 중독자의 뇌 반응과 비슷하다.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인지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가 집중력, 기억력, 독해력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41개의 선행 연구를 종합한 결과 1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을 겪은 학생들은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저장하는 일에 익숙해져 기억력이 떨어지고, 읽기보다는 듣거나 영상을 보는 일이 늘어나 독해력이 떨어진다. 스마트 기기 사용의 폐해를 막으려면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집중력, 자기 조절,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잘 사용하면 미디어는 최고의 교육 도구
물론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해악만 끼치지는 않는다. 사용법만 제대로 교육한다면 교육 방식을 바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은 “온택트 수업으로 학생들의 미디어 사용이 늘면서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적절하게 미디어를 활용하는 법만 안다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교육 효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디지털 이해도가 청소년의 미래를 좌우할 확률이 높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이 현존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교과서 중심의 기존 교육 방식으로는 디지털 이해도를 쉽게 높일 수 없다. 온라인 양방향 소통 수업을 활용해 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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