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60세 김 모씨. 30년 넘게 다닌 직장생활을 접고, 행복한 노년 계획을 꿈꾸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통보된다. 얼마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심각한 허리통증으로 대학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 다발골수종이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책을 오가며 질환과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던 김 모씨는, 초기에 효과적인 병용요법 치료제에 대해 알게 된다. 희망을 안고 주치의에게 해당 병용요법 사용에 대해 문의하지만, 김 모씨는 더욱 선택을 망설이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 이유는 병용요법에 신약이 추가됐다는 이유로 환자 본인이 고액의 치료비를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악성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알려져 있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희귀 난치성 혈액암으로 전체 암 발생 비율에서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기존 치료제에 대한 불응과 재발로 인해 반복적인 치료가 불가피한 점이다.
실제로 3번의 재발을 겪는 다발골수종 환자 수는 전체의 15% 인데, 재발이 반복될수록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유형의 환자는 기대 수명이 5.1개월로 예후가 좋지 않다.
최근 다발골수종은 ‘희귀’의 정반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국내 환자수는 8,412명으로 지난 2014년 5,566명 대비 5년 간 2,846명(34%) 증가했다. 60세 이상 환자는 6,810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80%를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된 보건복지부 2017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다발골수종 발생자수는 2007년 891명에서 2017년 1,629명이다. 10년새 무려 약 82%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다발골수종은 앞으로 고령화 인구 증가와 평균 수명 연장의 영향으로 환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과거 희귀 질환으로 분류되어 왔던 다발골수종은 10년 전 과 비교하여 환자수가 82% 증가하였다” 라며 “최근 고령사회화가 가속화되고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수면 아래 있던 환자의 진단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향후 다발골수종 환자가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 마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치료 단계에서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치료 차수가 증가함에 따라 치료지속기간과 관해 유지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다발골수종은 질환 특성 상 고령층 환자가 많아 치료 독성이 낮으면서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 사용도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시장에 출시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치료제들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불가피해 초기부터 효과적인 병용요법을 사용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초기에 사용 가능하고 유의미하게 재발을 늦을 수 있는 다발골수종 병용요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모씨처럼 경제적부담으로 인해 망설이며 적절한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대다수다.
예를 들어 다라투무맙이라는 신약의 경우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총 5가지 적응증에 대한 4가지 병용요법을 허가 받았다. 새롭게 진단된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다발골수종 환자부터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기이한 보험 구조로 인해 대다수의 환자들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에 있다. 기존 치료제들로만 병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만, 신약을 포함하여 병용하면 급여가 되지 않아 고액의 치료 비용을 본인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항암치료에 내성이 잘 생기고 치료를 거듭할수록 항암효과가 저조한 불응 상태를 획득하게 되므로 처음부터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의료진으로써, 가장 마음이 아플 때는 바로 환자에게 재발 소식을 전하고 환자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진료실에서 직접 봐야할 때다. 다발골수종의 초기 단계부터 효과적인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발을 최대한 감소시켜 환자가 삶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치료 환경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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