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횟수 확 줄이는 ‘취합검사법’
비용 절반으로 낮추고 시간 절약
빠른 확진자 판별법도 새롭게 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취합검사법(pooling test)’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나왔다. 취합검사법은 한 사람씩 따로 검사하는 대신 여러 사람의 검체를 섞어 한꺼번에 검사하는 기법이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독일 중국 인도 등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신속한 진단을 위해 취합검사법을 채택했다. 중국 정부는 5월 취합검사법으로 약 230만 명을 검사해 56명의 숨은 감염자를 찾아냈다. 한국도 4월부터 최대 10개 검체를 혼합해 확진자를 찾는 취합검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론생물학자이자 아프리카수리과학연구소(AIMS) 연구소장인 윌프레드 은디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월 21일자에 취합검사법의 가격은 낮추고 검사량은 늘릴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을 제시했다.
가령 각각 개별검체 9개가 섞인 혼합 검체 3개를 취합검사법으로 조사하는 경우 먼저 혼합 검체 3개에 대해 한 번씩 검사를 진행한다. 이 중 하나의 혼합 검체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 이에 속한 개별 검체 9개를 각각 검사한다.
연구팀은 개별 검체 9개를 무작위로 검사하는 방법 대신 가로 3개, 세로 3개의 정사각행렬 형태로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행과 열마다 개별 검체 3개씩 묶어 혼합 검체로 만든 뒤 행으로 3회, 열로 3회 등 총 6회 검사하면 된다. 예를 들어 2열의 혼합 검체와 3행의 혼합 검체에서 양성이 나왔다면 2열3행의 개별 검체가 양성인 셈이다. 기존 취합검사법에 비해 검사 횟수가 3회 줄어든다.
은디폰 소장은 AP통신에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에 1인당 50달러(약 5만5000원)가량이 든다”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검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혼합 검체 하나에 넣을 검체 수를 늘리고 행렬의 차원을 늘리면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검체량도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도 뭄바이공대 연구진은 단 한 차례 검사로 확진 여부를 판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검체 9개에서 무작위로 3개를 뽑아 혼합 검체 6개를 만들고, 이때 각 검체는 총 2회만 포함되게 조정했다. 이 경우 검체 하나가 양성으로 판별되면 그 검체를 포함한 혼합 검체 2개만 검사하면 된다.
연구에 참여한 마노지 고팔크리슈난 박사는 “인도 뭄바이, 벵갈루루, 탈라세리에서 이 방법을 적용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결과 48회 검사만으로 320개 검체에서 5개의 양성 검체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법이 검체 수가 늘어나면 혼합 검체를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는 만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검체 분배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위원회 소속인 한 전문가는 “국내 취합검사법의 경우 6개까지 검체를 섞더라도 개별검사와 비교해 민감도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취합검사법은 우리나라처럼 유행이 덜해 유병률이 낮은 지역에서 특히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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