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장비-영상분석 기술, 데이터축구 이끄는 투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9일 03시 00분


국내 프로구단들 데이터 정보 활용 붐
센서 부착된 옷 통해 데이터 수집
뛴 거리-속도 알아내 훈련량 조절
무인 카메라 촬영장면 실시간 분석… 하프타임때 전술적 피드백도 가능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정상에 오른 전북 선수들이 활동량에 관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하는 모습. 검은색 기어의 뒷부분에 GPS 센서 등이 포함된 장비가 장착돼 뛴 거리와 속도 등을 측정한다. 핏투게더 제공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정상에 오른 전북 선수들이 활동량에 관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를 착용하고 훈련하는 모습. 검은색 기어의 뒷부분에 GPS 센서 등이 포함된 장비가 장착돼 뛴 거리와 속도 등을 측정한다. 핏투게더 제공
올 시즌 프로축구 전북의 K리그1(1부) 사상 첫 4연패를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손준호(28)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상대 공격수들을 악착같이 쫓아다니며 마크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화끈한 골로 승리의 주역이 되는 공격수에 비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포지션이다. 올해 그의 공격 포인트는 7개(2골 5도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손준호가 쟁쟁한 공격수들을 제치고 ‘최고의 별’이 된 배경에는 국내 축구계에 확산되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활동량 데이터 측정과 고도화된 영상 분석 기술이 있다. 이를 통해 손준호처럼 궂은일을 도맡는 선수들의 주목받지 못했던 활약상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부지런히 뛰는 살림꾼”이라는 감독의 평가로나 위안을 받았지만 이제는 객관적 수치로 가치를 입증한다. 손준호는 15일 동료 선수들이 직접 뽑은 동아스포츠대상 프로축구 부문 수상자가 되며 자신의 남다른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시즌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 ‘핏투게더’의 후원을 받아 선수들이 뛴 거리와 속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K리그1은 8개 구단이 연맹이 제공한 핏투게더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 중이다(나머지 4개 구단은 타사 제품 사용). 이 장비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손준호는 경기당 평균 11.088km로 가장 많이 뛴 선수 1위에 올랐다. 전체 평균은 10.211km였다.

이러한 데이터 측정을 위해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스포츠 브래지어와 비슷한 기어를 착용한다. 기어의 뒷부분 포켓(목덜미 아래)에 무게 50g의 측정 장비인 ‘오코치 셀(OhCoach Cell·가로 45mm, 세로 76mm, 높이 18mm)’이 들어간다. 이 장비를 활용 중인 전북 관계자는 “선수들이 처음에는 착용을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적응을 마쳤다. 장비 무게도 가벼워 움직임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핏투게더 관계자에 따르면 오코치 셀에는 포지션 센서와 모션 센서가 장착돼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인 포지션 센서는 3개의 위성과 통신하면서 움직임을 감지한다. 이 센서를 통해 선수들이 뛴 거리, 시간, 속도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모션 센서는 선수들의 움직임 방향과 가속도, 급제동 등의 정보를 파악한다. 핏투게더 관계자는 “오코치 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120∼130개 정도가 된다. 내년에는 심박수 측정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속도와 관련된 측정 지표를 통해 올 시즌 가장 많은 스프린트(선수가 0.6초 이상의 시간 동안 시속 25.2km 이상을 유지하며 달린 것) 횟수와 거리 1위 선수도 선정했다. 결과는 두 부문 모두 K리그1 울산의 ‘날쌘돌이’ 김인성(31)이 이름을 올렸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능력이 탁월한 김인성은 경기당 평균 14.9회의 스프린트 횟수를 기록했고, 평균 스프린트 거리는 229.94m였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활동량 측정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훈련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국내 연령별 국가대표팀의 한 코치는 “반복 측정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의 경기당 평균 스프린트 횟수 등 활동량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평균 데이터와 경기를 치른 뒤의 활동량 데이터를 비교하는데 평균치보다 많이 뛰었을 경우에는 다음 날 훈련량을 줄여 부상 위험을 막는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외에 영상 분석 기술도 데이터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축구 영상·데이터 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은 3대의 무인 카메라가 경기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분석을 한다. 올해 K리그1의 경우 경기당 6명의 분석관이 플레이 지표들을 실시간 분석했다. 한 시즌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MVP 손준호는 그라운드 볼 경합 성공(75회), 공격 차단(171회) 등 수비형 미드필더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프로일레븐 관계자는 “실시간 분석을 통해 전반전이 끝난 후 각종 데이터와 영상 등이 팀에 제공되기 때문에 하프타임 때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전술적 피드백을 할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보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데이터축구#웨어러블 디바이스#영상 분석 기술#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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