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건우병원
병원 내 족부질환 전담팀 꾸려… 수만 건 임상데이터 분석 연구
단일절개 복합 교정술 등 도입
수술시간 짧고 교정 만족도 높아… 年 4만명 환자 돌보며 신뢰 구축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경영, 정치, 스포츠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된다. 의학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유전체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춰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개인 맞춤의학이 그 예다.
지금까지 맞춤의학이 예방과 진단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최근 이 개념을 무지외반증 치료에 적용해 성공적인 임상 예후로 환자와 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가 있다. 열악한 족부치료 환경에서 5명의 족부의사를 영입해 전담팀 체계를 도입한 박의현 연세건우병원 병원장이다.
지속적인 무릎, 허리통증… 무지외반증 의심
무지외반증은 선·후천적 요인으로 엄지발가락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선천성 요인으로는 모계유전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며 후천적 요인은 하이힐이나 뾰족구두와 같이 발볼을 압박하는 환경적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환자는 2010년 4만6000명에서 지난해 약 6만1000명으로 불과 9년 새 33%의 급격한 유병률 증가를 보이고 있다. 뼈 자체가 변형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약물이나 최근 많이 홍보되고 있는 보조기 등은 변형 지연을 위한 방법이다.
인류가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설 수 있던 결정적 이유로 이족보행을 꼽는다. 이에 핵심은 엄지발가락 형태의 변형이다. 이전까지는 서로 맞잡고 있던 엄지발가락이 전방을 향해 뻗어있는 형태로 바뀌면서 두 발로 서서 걸을 때 체중의 60%를 엄지발가락에 지탱하며 앞으로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엄지발가락 모양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은 발을 넘어 무릎, 고관절, 척추에 2차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실제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여성 무릎 관절염 환자 중 상당수에서 무지외반증 동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엄지발가락에 지속적인 통증, 굳은살, 티눈 등으로 불편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의 빠른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전담팀 의료진의 수만 례 데이터, 맞춤형 수술 핵심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와 스위스 칸톤슈피탈 주립병원에서 사용되는 세계 족부의사들의 교과서 ‘Foot and ankle surgery’의 저자 힌터만 교수로부터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박 병원장은 무릎, 어깨에 비해 전문적인 치료 환경이 열악한 국내에 중점 의료기관을 만들었다.
동양인 최초로 국제족부 SCI 저널 ‘Foot and Ankle International’ 편집위원과 대한족부족관절 학회장을 역임한 주인탁 박사를 비롯해 하버드 의과대학 족부족관절 연구회 정회원,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교수, 대한족부족관절학회 논문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이호진, 최홍준, 이모세 원장이 현재까지 족부전담팀 일원으로 연간 4만 명의 족부환자들을 만나며 치료하고 있다.
맞춤형 무지외반증 교정술은 5명의 족부전문가들이 그동안 무지외반증 치료 개선을 위해 국내·외 족부전문학회 발표와 SCI, E 저널에 게재를 위해 모아온 수만 건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실현됐다.
박 병원장은 “무지외반증 환자는 살아온 환경이나 직업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의 치료로 마치기 위해서는 소족지 변형과 발아치, 엄지 관절 내 연골 문제는 없는지 아주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병원장은 “이전까지 무지외반증 수술은 변형이 심하지 않은 중등도는 되도록 피부를 수평이나 수직으로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을 통해 교정하는 최소침습교정술로 치료하고 변형이 심하거나 양측 무지외반증은 단일절개 복합교정술로 병기에 맞춰 진행했다”며 “이는 환자 개개인에 맞는 수술이라기보다는 포괄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병원장이 도입한 맞춤형 교정술은 수학 공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기 위해 공식을 대입하는 것과 같다. 분석·정리된 수만 례의 데이터 시트에 환자의 성별, 나이, 병기, 직업 등의 특성을 입력한다. 컴퓨터는 입력된 데이터와 유사한 환자 정보를 찾아 당시 어떻게 수술했는지 동반된 질환의 유·무 등 여러 정보를 의사에게 보여준다. 수백, 수천 명의 환자들의 이전 결과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수술을 찾아가는 것이다.
환자들이 붙여준 ‘칼발 교정술’
연세건우병원의 홈페이지나 원내에는 환자들이 자필로 남긴 수술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무지외반증 후기를 보면 ‘칼발’ 혹은 ‘칼발 교정술’이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수술 받은 환자들이 만족스럽게 교정된 본인들의 발 모양을 빗대어 붙여준 이름이다.
환자들이 붙여준 ‘칼발 교정술’의 비결은 뭘까. 박 병원장은 학계에서 빠르지만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공예 작품을 만들 듯 정밀한 수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많이 시행한다. 박 병원장은 “변형된 발의 각도에 따라 주변 구조물과 조직의 형태도 손상됐기 때문에 수술 전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시간이 짧고 교정의 만족도만 높은 것이 아니다. 수술 방법 개선에도 꾸준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단일절개 복합교정술과 정밀형 최소 침습 수술이다.
고식적 수술은 절개를 통해 변형된 뼈를 연부조직 봉합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수술 후 통증이나 절개 부위 감염때문에 치료가 오래 걸렸다. 교정이 견고하지 못해서 재발 등의 합병증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측 동시 교정도 어려웠다. 박 병원장은 학회와 저널에 보고된 기술들을 연구·분석해 돌출된 뼈에 작은 실금을 내어 돌출 부위를 내측으로 당겨 1자로 교정하고 하나의 절개창만으로 진행하는 단일절개 복합교정술과 종이에 베이는 것보다도 작은 단위(mm)의 정밀 최소 침습 수술을 도입했다.
단일절개 복합교정술을 통해 수술 후 통증은 평균 7점에서 2점으로 감소했다. 이 결과는 2011년 SCI 저널 ‘Foot and Ankle International’에 게재됐으며 2016년 대한족부족관절학회 추계학회에서 양측 무지외반증의 동시교정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논스톱 시스템 통해 환자 부담 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불편해졌다. 그중에서도 치료가 필요한 지방 환자들은 감염을 걱정해 아파도 쉽게 집을 나서기 어렵다. 연간 전문적인 족부치료를 위해 연세건우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62%가 지방과 해외 환자들이다.
박 병원장은 환자들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의료진, 경영진,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타 지역 환자의 안전한 내원과 치료를 위해 코로나 비대면 논스톱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환자들이 단 한 번만 병원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진단이나 증상에 대한 문의는 모두 담당 의료진과 전화나 온라인 상담으로 진행되며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와 중증으로 확인되면 당일 진료·수술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이동과 시간 소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병원과 병실 이용시설의 동선까지 고려한 고차원 방역체계를 갖춘 코로나 세이프 병동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족부족관절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연세건우병원 족부전담팀
○ 박의현 병원장 정형외과 SCI 저널 AJSM 논문 리뷰어 대한족부족관절학회 개원분과 위원 2023 IFFAS(세계족부족관절학회) 준비위원
○ 주인탁 원장 족부학 박사 동양인 첫 족부 SCI저널 FAI 편집위원 대한족부족관절학회 회장 역임
○ 이호진 원장 대한족부족관절학회 논문평가위원 Union Memorial Hospital, Baltimore 교환교수 Foot and ankle international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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