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가 새해에는 본격적인 ‘탈통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신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통신사들의 이같은 ‘선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친지 10년이나 됐다.
지난 2010년, KT는 IT서비스 기반의 ‘S.M.ART’, SK텔레콤은 ‘산업 생산성 증대(IPE)’,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는 ‘탈통신’을 화두로 내세우며 정보통신 융합서비스 기반의 ‘신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탈통신 원년’인 2010년 이후 2011년부터 결산보고서 기준으로 2019년까지 <뉴스1>이 지난 10년간 통신사들의 ‘탈통신’ 성과를 짚어보니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분석된다.
통신사들은 미디어 사업을 키워 ‘비통신’ 부문 매출 비중 확대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사업’이라 여겨지는 ‘융합사업’이나 ‘기업부문’ 실적은 여전히 미미하다.
이 과정에서 ‘통신 본체’도 약화됐다. 10년 전보다 통신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통신매출이 감소하고 비통신 분야 매출이 확대되는 현상을 보더라도 ‘탈통신’이 앞으로 살 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탈통신을 포기하면 통신사들은 4차 산업혁명의 ‘조연’에 그칠 수밖에 없기에 2021년에는 탈통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CEO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년 7조~8조원씩 망투자하는데…통신매출, 10년간 6.6% 감소
통신사들이 10년 넘게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는 통신사업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3사 합산 2019년 유무선 통신매출은 29조4578억원이다. 2011년 31조5530억원보다 되레 6.63% 감소했다. 매년 7조~8조원 규모의 망 투자비를 쏟아붓고도 통신사업은 오히려 매출이 줄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는 2020년8월에 70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는 7100만명에 육박한다. 통계청이 추산한 2020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5178만명이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수를 추월한 ‘완전포화’ 시장이 됐다.
유선통신 시장은 더 가혹하다. 이동통신 및 모바일메신저, 화상채팅 등의 보급으로 유선전화 시장은 10년 이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도 가구당 보급률이 포화 단계에 이르렀다. 성장이 더 이상 없는 시장인 셈이다.
완전 포화 시장이 됐지만 ‘망투자’는 게을리 할 수 없다. 신규 망 투자가 아니어도 통신3사는 통상 연간 7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비(CAPEX)를 집행한다.
지난 2020년은 전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열기 위해 3사가 10조원 규모의 망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통신3사는 “안터져서 속터진다”며 어느 때보다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4G LTE 이후로 통신망의 주도권은 사실상 포털과 단말업체로 넘어갔다.
연간 7조~8조원을 들여 구축해 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포털·콘텐츠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요금을 갈취해가는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강한 규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 통신망보다는 애플과 같은 단말기 업체에 따라 이용자들의 선택이 달라지면서 통신사들은 ICT 시장의 주도권을 플랫폼 업체에 사실상 빼앗기게 됐다.
통신사들이 ‘통신’ 기반의 미래가 아닌 ‘탈통신’을 꿈꾸는 이유다.
◇코로나19 ‘비대면 특수’에도 통신사 주가는 ‘미지근’
통신3사의 기업가치도 10년 전과 비교해 큰 상승이 없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비대면 생활’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네이버나 카카오, 게임업계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비대면 산업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의 기업가치는 초라한 수준이다.
통신사별로 보면 SK텔레콤의 주가는 지난 2010년 17만5000원에서 2020년 23만8000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 회사의 주가는 20만원대를 횡보했고 2010년 일시적인 하락 이후 2013년부터는 다시 20만원대를 회복해 2018년엔 26만8000원까지 상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주가는 후퇴한 수준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기업가치 증대’를 최 우선 목표로 내걸었지만 2019년과 동일한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는데 그쳐야 했다.
CEO가 전면에 나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또 다른 곳이 바로 KT다. KT 주가는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KT 주가는 2010년에 4만6240원이었지만 2020년엔 2만4000원에 그쳤다. 특히 KT의 주가는 지난 10년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단 한번도 전고점을 뚫지 못한 채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려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나마 LG유플러스는 2010년 종가 7170원에서 2020년에 1만1750원으로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경쟁사에 비해 절대 가격 자체가 너무 낮다.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SK텔레콤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미디어 중심의 비통신 매출 68% 상승…융합ICT 분야 확대해야
일단 통신사들은 적지않은 비통신분야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면서 물리적인 탈통신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매출 확대도 어느정도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통신3사의 합산 매출은 2011년 46조4030억원에서 2019년 54조4680억원으로 17.38% 증가했다.
특히 비통신 분야 매출은 2011년 14조8500억원에서 2019년엔 25조100억원으로 68.42% 급증했다.
통신사들이 케이블TV, 보안기업 등을 인수합병하면서 해당 기업의 매출이 합산 집계돼 매출이 빠르게 증대된 효과로 분석된다.
다만 비통신 분야 매출은 ‘미디어’ 분야에 편중돼 있다. IPTV를 내세운 미디어분야는 아직까지 통신3사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콘텐츠서비스(OTT)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어 수년 내 성장 정체가 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10년 전부터 주창했던 ‘융합 신기술’을 통한 기업매출(B2B)은 여전히 특정 프로젝트 수주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고 관련 비중도 높지 않다.
통신회사이지만 IT서비스 회사처럼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컨설팅 회사처럼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금융과 자동차, 의료,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부분은 성장이 더디다.
이미 기존 시장에서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비스 회사들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해당 분야에선 ‘신입’인 통신회사들이 기존 ‘이름값’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이 만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새롭게 ‘탈통신’을 강조하는 통신3사는 기존 ‘미디어’ 중심의 탈통신이 아닌 ‘디지털 전문회사’로 환골탈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비통신 분야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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