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유튜브에 접속한다. 평소 안 보던 소재의 콘텐츠가 추천 영상으로 뜬다. ‘어, 이게 뭐지?’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일단 클릭해 본다. 영상을 좀 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해진다. 댓글 창을 연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끌고 왔다.”
“무엇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나.”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취향 저격’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용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1020세대들은 알고리즘을 따라 노출되는 광고나 편향적 콘텐츠에서 벗어날 방법을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피해 가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알고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이다. 포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상의 알고리즘은 이용 기록, 개인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콘텐츠와 광고를 노출하는 시스템이자 규칙 모음이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즐겨 보는 대학생 임정민 씨(27)는 매번 시청 기록, 검색 기록을 삭제한다. 알고리즘이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지우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봤던 콘텐츠나 비슷한 내용만 추천하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우물 안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싫다”고 했다.
기록 삭제마저 번거롭다는 이정현 씨(21)는 아예 로그아웃 상태에서만 유튜브를 이용한다. 그는 “섬네일 형상만 비슷하거나 제가 본 영상 제목과 몇몇 단어가 겹친다는 이유로 관련 없는 영상이 자주 보인다”며 “뜬금없는 추천 영상을 모은 ‘#유튜브알고리즘’ 게시물은 유머 코드가 될 정도”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메인 화면에서 노출하는 인기 콘텐츠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하는 장르를 직접 검색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특정 장르가 플랫폼에서 갖는 고유 ‘시크릿 코드’를 PC 주소창 마지막 부분에 직접 타이핑해 입력하는 것. 괴물 영화는 ‘947’, 범죄 다큐는 ‘9875’라는 코드를 갖는다. 임 씨는 “기존 시청 패턴에서 벗어나 새 장르를 보기에 유용하다”고 했다.
알고리즘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계정을 여러 가지로 구분한 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계정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유튜브용 계정을 학습, 게임, 음악 듣기용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는 한 고등학생은 “공부할 때 사용하는 부계정은 뜬금없는 광고나 콘텐츠가 적어 유용하다”고 했다. 이마저도 번거로울 땐 추천 영상 목록이나 광고를 아예 노출하지 않도록 작동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이들이 공유하는 ‘꿀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구글, 넷플릭스 등 거대 기업들이 영업비밀인 알고리즘의 구체적 원리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근무한 인공지능학자 기욤 샤슬로는 한 인터뷰에서 “알고리즘의 최우선 순위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보고서에서는 약 3만 개 영상을 분석해 특정 패턴을 파악했다.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유튜브 알고리즘은 전통적 언론사, 제목이 길거나 주요 키워드가 많은 콘텐츠, 생중계 영상에 대한 선호가 있었다”면서도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는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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