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에 이상을 느끼고 안과를 찾은 이모 씨(46·여)는 뜬금없이 ‘뇌하수체종양’ 진단을 받았다. 내분비 이상으로 1년이나 내과와 산부인과를 다녔지만 처음 알게 된 질환이다.
눈에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질환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신경안과는 일반인에게 조금 생소하지만 뇌와 시신경을 관찰하는 안과 분야이다. 김응수 김안과병원 전문의는 “시야장애로 병원에 온 환자가 머리속 종양을 발견하는 사례가 한 달에 1, 2건가량 된다”며 “복시도 뇌종양이나 뇌졸중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시력저하나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것), 시각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뇌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정면은 잘 보이는데 양옆만 가린 것처럼 사물이 보인다면 뇌종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시신경이 교차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크기가 커지면서 신경을 눌러 시야가 양쪽 끝에서부터 서서히 좁아지는 시야 감소 증상을 보인다. 시야 감소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데 그대로 두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뇌종양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치매나 정신질환으로 오인받아 정신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시력 저하가 주요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안과 치료를 받으며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이 밖에 배뇨장애, 구토,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시는 뇌종양뿐 아니라 뇌졸중도 의심해 봐야 한다. 눈에서부터 시각 중추인 뇌의 후두엽까지 가는 경로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눈과 관련한 증상이 나타난다. 위치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한쪽 절반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뇌수막종도 시야장애나 시력저하를 일으킨다. 시신경척수염은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안구통도 뇌질환이나 편두통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뇌질환인 줄 알았는데 안질환인 경우도 있다.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던 박모 씨(65)는 응급실에서 뇌 사진을 찍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검사 결과 높은 안압이 통증의 원인이었다. 안압이 높은 경우 응급 레이저수술을 할 수 있다.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뇌종양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조기진단만이 최선이다. 김 전문의는 “갑작스럽게 시력 저하, 복시, 시각장애 증상이 나타났는데 백내장, 녹내장, 망막질환 등 시력과 시각에 이상을 보일 만한 다른 원인이 없다면 뇌질환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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