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무릎’을 위한 노르딕워킹…100세시대 최고의 운동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30일 14시 00분


김경태 대표(왼쪽)가 한 여성에게 노르딕워킹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왼쪽)가 한 여성에게 노르딕워킹 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노르딕워킹, 한마디로 얘기하면 100세 시대에 가장 잘 맞는 운동입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치매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최고죠.”

김경태 (사)노르딕워킹 인터내셔날코리아 대표(49)는 ‘노르딕워킹(Nordic Walking)’ 전도사다.

“노르딕워킹은 일반 걷기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두 배가량 됩니다. 보통 1시간 걸을 때 280Cal을 소비한다면 노르딕워킹으로 걸으면 460Cal을 소비합니다. 다이어트에 좋다고 할 수 있죠.”

김경태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노르딕워킹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노르딕워킹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 대표는 노르딕워킹의 장점에 대해 계속 이야기 했다.

“폴(Pole)을 잡고 걸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펴집니다. 가슴을 펴지 않으면 폴을 잘 사용할 수 없어요. 자세교정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죠.”

어르신들이 노르딕워킹을 하면 통증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걸을 때 무릎, 허리, 고관절 등에 통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폴을 짚고 걸으면 통증완화를 할 수 있습니다. 상체를 이용해 폴로 지면을 압박하기 때문에 몸 무게를 분산시켜 줍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자세 교정에 따른 통증완화도 됩니다. 특히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지는 알프스 산악지방의 가파른 지형과는 달리 대부분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스키가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는 운동이 됐다.

김 대표는 노르딕워킹이 국내에 들어올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4년 복학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김경태 만의 브랜드’를 찾았습니다. 그 때 국내에서도 걷기가 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워킹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사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연구했다. 당시 걷기관련 단체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사무국장, 간사 등을 하면서 걷기 대회 현장을 돌아다녔다. 워킹 문화가 발달한 일본 대회에도 직접 참가했다. 1998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조선통신사 옛길 도보탐사’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선통신사가 걸어갔던 옛길을 좇아 1천3백리(514km)를 걸어서 답사하는 행사였다. 하지만 걷기는 너무 단순했고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러고 있을 때 노르딕워킹이 국내에 들어왔다.

“저도 노르딕워킹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핀란드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온 한 지인이 노르딕워킹 할 때 쓰는 폴 사업을 할 요량으로 폴 30세트를 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건강관련 프로그램을 보급하던 보건소 등을 돌아다니며 폴을 잡고 걷는 법을 시범 보이며 강연을 했습니다.”

노르딕워킹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다이어트 열풍을 타고 잠깐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대표는 독일 등산 스틱을 전문으로 수입하는 레키코리아(LEKI KOREA)를 만났다. 레키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독일에 가서 노르딕 워킹 헤드코치 자격증도 따왔다. 그리고 2013년부터 노르딕워킹 협회 만들기에 돌입했다.

“노르딕워킹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강지원 변호사님께 협회를 만든다고 하니 ‘적극 도와주겠다’며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사모님인 김영란 대법관님도 도와주셨어요. 정관 등 법률적인 부분에서 많이 힘써 주셨습니다. 그렇게 2015년 5월 노르딕워킹 인터내셔날코리아를 만들게 됐습니다.”

김경태 대표(왼쪽)가 강지원 변호사(왼쪽에서 다섯 번째), 김영란 전 대법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노르딕워킹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왼쪽)가 강지원 변호사(왼쪽에서 다섯 번째), 김영란 전 대법관(왼쪽에서 세 번째)과 노르딕워킹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강 변호사와 김 전 대법관은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건강에도 관심이 많았다. 푸르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 변호사는 청소년과 여성, 장애인등 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 일명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둘 모두 건강을 위해 노르딕워킹을 즐기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단체 강연을 통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를 통해 노르딕워킹 보급에 나섰다. 2001년 4월 만든 남산워킹클럽을 2007년 남산노르딕워킹클럽으로 바꿨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나 남산을 걷는 모임이었는데 회원들이 나이가 드시니 무릎이 아프고 자세도 구부정해 힘들어 하셨어요. 그 때 폴을 제공해 걷게 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죠. 그래서 아예 노르딕워킹클럽으로 바꿨습니다.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쉬고 있지만 매주 토요일 새벽에 만나 남산을 걸었습니다. 회원이 60여분인데 매주 20명 이상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지금도 삼삼오오 모여서 걷고 있기는 합니다.”

김경태 대표가 서울 성동구보건서와 함께 노르딕워킹 활성화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가 서울 성동구보건서와 함께 노르딕워킹 활성화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김경태 대표 제공.
김 대표는 2011년부터 서울 성동구청과 함께 매년 봄 가을로 노르딕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때 지난해 말 대한노인회 수장에 오른 김호일 회장(79) 부부와도 인연을 맺었다. 김 회장 부부는 그동안 노르딕워킹이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취임한 뒤 김 대표를 대한노인회 정책위원으로 영입해 노르딕워킹 보급에 나설 뜻을 비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남 도지사 이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전남 고흥군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 노르딕워킹 코스를 개발했다. 2018년부터 전남 완도군에도 노르딕워킹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산에서는 항암 물질인 피톤치드가 나옵니다. 공기 좋은 바다에서도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에어졸로 나와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산과 바다에 다양한 노르딕워킹 코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사무실 겸 교육센터를 마련했다.

“마곡지구를 돌아다니다 노르딕워킹 보급에 최적지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서울식물원이 있고 호수가 있는 공원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주변에 LG그룹 등 회사도 많이 있고요. 그래서 노르딕워킹 보급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마곡지구로 들어갔습니다.”

김경태 대표(왼쪽)가 2017년 이낙연 당시 전남 도지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전남 고흥군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 마련한 노르딕워킹 코스를 돌아보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왼쪽)가 2017년 이낙연 당시 전남 도지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전남 고흥군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에 마련한 노르딕워킹 코스를 돌아보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 대표는 노르딕워킹은 몸을 조화롭게 발달시킨다고 강조했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소 3주 이상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합니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집니다.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요.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최소 하루 60~90분은 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폴을 잘 사용하면 어느 순간 어른들의 장난감이 될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 할 때 폴은 준비운동부터 본 운동, 정리운동까지 함께 합니다. 치매 및 우울증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폴을 밀 때 잠깐 폴을 놓았다 앞으로 잡아 끌 때 다시 잡아야 합니다. 걸으면서 이 동작을 해야 하니 한 손으로 동그라미를, 다른 한 손으로 삼각형을 그리는 효과가 생깁니다.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걷기만이 아닌 노르딕 러닝도 가능하다고 했다.

“노르딕워킹에 익숙해지면 달릴 수도 있습니다. 운동효과도 더 올라갑니다. 요즘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이 인기인데 폴을 들고 뛰면 더 좋습니다. 운동효과도 높이고 부상도 막아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는 노르딕워킹이 비대면 야외 운동으로 최고라고 강조 했다.

“노르딕워킹은 폴이 있어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됩니다. 앞뒤 2m, 좌우 1m 이상 떨어져야 걸을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이 왜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그는 말했다.

“노르딕워킹은 인기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잠깐 주목을 받았습니다. 왜 그런지 분석해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폴을 2개 들고 걸으면 눈에 띄는데 이것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계속 노르딕워킹을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노르딕워킹을 하다보면 ‘너 어디 아프냐? 지팡이를 2개씩이나 들고 걷게’라는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젠 누가 보든 건강에 좋으면 다 하는 시대다. 김 대표는 “노르딕워킹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됐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100세 시대 최고의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매일 사무실 근처에서 틈나는대로 노르딕워킹을 한다. 운동이자 홍보다. 주말에는 20~30km까지 노르딕워킹을 한다.

◆노르딕 워킹 바른 자세는 ‘알파(ALFA) 테크닉’

김경태 대표가 노르딕워킹의 바른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김경태 대표가 노르딕워킹의 바른 자세를 선보이고 있다. 김경태 대표 제공.

A(Attention) : 올바른 상체자세

=척추를 곧게 세운 자세로 걷는다. 배꼽을 등쪽으로 당기면 명치와 배꼽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슴이 펴지고 허리를 곧게 세울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자세가 익숙해지면 잘못된 자세에서 오는 척추질환을 예방 할 수 있고, 각종 관절통증이 감소한다.

L(Long arms) : 팔꿈치 곧게 펴기

=팔은 최대한 길게 뻗는다. 단, 팔을 움직일 때 배꼽 높이 이상 올리지 않아야 하며, 앞으로 뻗을 때와 뒤로 뻗을 때 팔의 각도는 같게 한다. 길게 뻗은 팔은 운동 시 추진력을 발생시켜 워킹을 수월하게 도와준다.

F(Flat sticks) : 스틱과 다리의 수평 유지

=스틱의 각도는 바닥과 55~65도를 이루게 한다. 또한 스틱은 뒤에 선 다리와 수평을 이루어야 하며 90도로 세워서는 안 된다. 보행 중에도 뒤에 선 다리와 스틱은 같은 각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A(Adapted steps) : 적당한 보폭

=보폭은 항상 일정하고 적절한 간격을 이루어야 한다. 너무 좁거나 넓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형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를 때나 내려올 때 또는 평지에서의 보폭은 상황에 맞게 변할 수 있다.

◆폴(Pole) 고르는 방법은

체형에 따라 다르지만 키에 0.66이나 0.68을 곱한 길이의 폴이 좋다. 키가 170cm 이라면 112~115cm의 폴이 적당하다. 폴을 잡았을 때 팔 굽혀짐이 90도보다 약간 더 펴지는 게 좋다. 처음엔 짧은 게 좋고 동작에 익숙해지면 좀 길어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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