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 섬유 꼬아서 만든 인공근육
이온교환수지 덧칠해 전보다 3배 강력
효율성-감지능력 등 높이면 상용화 가능
고급 세단에 장착하는 터보차저 8기통 디젤 엔진보다 6배 큰 힘을 내는 인공근육이 개발됐다. 김선정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팀은 레이 보먼 미국 텍사스대 화학과 교수, 조경재 텍사스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과 공동으로 탄소나노튜브(CNT) 섬유를 꼬아 만든 인공근육을 1월 2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사람 근육보다 30배 센 인공근육
김 교수가 개발한 인공근육에는 가는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모은 후 용수철처럼 배배 꼬아 만든 실이 들어간다. 연구팀은 시중에 파는 아크릴, 실크 등 값싼 재료의 실로 직물을 짜듯 지그재그로 섬유 형태의 인공근육을 만들었다. 섬유에 이온을 전달하면 소재가 수축하면서 근육이 수축하듯 힘을 낸다. 연구팀은 이온교환수지를 실 표면에 덧칠해 더 강력한 힘을 내는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기존의 인공근육은 이온 종류와 상관없이 수축해 효율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온교환수지를 이용해 한쪽 극성의 전하만 통과하는 성질이 생기면 인공근육이 한 종류의 이온에만 반응해 힘이 강해진다. 이렇게 만든 인공근육은 g당 8.2W(와트)의 힘을 낸다. 이는 같은 크기의 사람 근육보다 30배 센 힘이다. 김 교수는 “기존 인공근육보다 힘이 3배 강하다”고 말했다.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면 힘이 약해지는 기존 인공근육과 달리 이 근육은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빨라질수록 수축력이 커진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옷을 변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직물 형태도 만들었다. 김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의 실을 연구자들이 하나하나 짜 넣어 가로 2.5cm, 세로 5cm 직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로봇 연구 이끄는 인공근육
인공근육 연구는 로봇 분야에서 주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사람에 점차 가까워져 가는 인공지능(AI) 연구가 발달하면서 사람을 본떠 만든 인공근육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AI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로봇 시대도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로봇의 동력도 기계 모터를 대체해 사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근육은 힘을 내는 효율도 좋지만 누르고 미는 것도 느낄 수 있는 센서 역할도 할 수 있어 더 유용하다.
섬유를 꼬아 만드는 인공근육은 큰 힘을 내는 데 용이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11년 연구팀이 개발 중인 실 형태의 인공근육을 이후 총 여섯 차례 소개했다. 근섬유가 빽빽이 들어차 큰 힘을 내기 쉬운 사람과 동물의 근육을 모방했다. 보먼 교수는 “이온을 이용하는 실 형태의 전기화학 근육은 물건을 들 때 에너지 소모가 없고, 열을 이용하는 근육과 달리 에너지 한계가 없어 유망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에 발표된 인공근육은 에너지 효율이 6%를 갓 넘겼다. 사람의 근육 효율이 25∼30%임을 감안하면 5분의 1에 머문다. 김 교수는 “전기모터는 작게 만들기 어려운 만큼 소형 로봇 분야에는 이미 인공근육이 사용된다”며 “실제 근육으로 쓰기 위해서는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의 감지 능력을 결합하면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2017년 인공근육이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물리적 반응에 따라 전기를 만드는 만큼 센서나 에너지 하베스팅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생체 내에서 전기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반영구적으로 움직이며 감지도 동시에 하는 근육으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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