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당(네이버·카카오·당근마켓)도 믿고 맡기는 코딩 테스트 솔루션 [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9시 37분


코딩 실력 검증 플랫폼 그렙 인터뷰
올해 연매출 70억원 목표
사회 문제 해결에 SW 더 많이 쓰여
코딩 니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지난해 카카오 출신이 창업한 당근마켓을 인터뷰하면서 카카오 출신 창업자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여러 창업자 가운데서도 카카오 설립 초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확영 그렙 공동대표를 실력가로 꼽았다. 그렙은 개발자의 코딩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화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카카오도 그렙을 통해 개발자들을 채용 중이다. 카카오톡을 만든 선배가 카카오를 나와서까지 카카오를 이끌 후배 개발자들을 찾고 검증해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과도 종종 만난다고 했다. 최근 그렙의 이 공동대표와 임성수 공동대표(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를 만났다. 두 사람은 상문고, 서울대 동기다.

오후 4시쯤 두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 했는데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해 이 공동대표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지하철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두 사람 모두 공유오피스인 회사로 출근 중이었다. 인터뷰가 끝나면 곧장 퇴근할 것처럼 보였다. 그렙 구성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꾸준하게 재택근무를 해왔다고 했다.

그렙


―두 분 모두 따로 창업을 하셨다가 합치셨다고요.


▽이확영 공동대표(이하 이)=2014년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자 카카오를 나와 창업을 했어요. 그런데 시장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인가’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고민해보니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개발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죠. 그래서 개발자 교육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임성수 공동대표(이하 임)=저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었어요. 교육 산업이 국가 주도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 대상 시장은 많이 커지지 않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이 친구(이 공동대표)가 교육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쯤 미팅을 하게 됐고 방향성이 같다고 판단해 합치기로 했습니다.

▽이=저는 개발자 중에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친구(임 공동대표)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이니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친구라 부르시는 군요. 고교 시절부터 두 분은 친했나요.

▽이=고교 시절에는 이름만 아는 정도였어요. 한 반에 정원이 60여 명일 때 학교 다닌 세대인데요. 지금은 20여 명 정도 된다죠. 당시에는 전교생이 1200명, 이과는 720명 남짓이었어요. 저나 이 친구 모두 전교 10등 안에 들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서 서로의 이름은 알고 있었죠.

▽임=대학 때는 항상 붙어 다녔어요. 석사 이후에는 서로 다른 진로를 택했죠. 이 친구는 산업으로, 저는 학교에 남아 박사 과정을 했고요. 물론 저도 박사 과정 직후에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요. 그 때 소프트웨어(SW)가 발휘할 폭발적 영향력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창업에도 기웃거렸던 것이고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다니던 고교인 점이 눈에 띄었다. 카카오 CTO와 네이버 창업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라…. 이 창업자가 고교 4년 선배라고 했다.

―카카오도, 네이버도 개발자 채용 시험을 볼 때 그렙을 활용한다고 들었는데요. 왜 그들이 그렙을 쓰는 건가요.


▽임=안정성 이슈가 가장 큽니다. 온라인으로 개발자 코딩 시험을 치를 때 한 번에 1만 명 씩 몰리게 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저희는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채용의 편의성이지요. 기존에는 해당 기업들이 직접 코딩 문제를 출제했었는데요. 채용 때마다 코딩 문제 만드는데 리소스를 투입하는 게 낭비라 느낀 것 같습니다. 그들의 가려운 곳을 저희가 긁어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저희가 가진 개발자 코딩 테스트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없어요. 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국내 IT 기업들처럼 대규모 개발자 공채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원자에게 문제를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영위하거든요.

그렙

―해외에도 드문 서비스를 이제는 국내 IT 대기업, 더 나아가서는 금융기업들까지도 쓰고 있습니다. 시작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임=저희의 첫 레퍼런스는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이었어요. 이후 네이버가 다른 솔루션을 쓰다가 저희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업게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과거에는 기업들이 IT 직군이라고 해도 코딩 테스트를 안 봤어요. 좋은 학교, 좋은 회사 나왔으면 그게 레퍼런스였던 거죠. 어쩌다가 코딩 테스트를 한다고 해도 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에 써보라고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이후로는 개발자 채용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개발자 채용 시 코딩 테스트가 필수’라는 인식이 생겨난 거죠.

―학교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졌는데요. 실제 그렙 코딩 테스트에 응시한 개발자의 대학교 분포는 어떠한가요. 특정 대학이 몰려있는 형국인가요.


▽임=소위 좋은 학교라고 말하는 곳에서 지원자가 많고, 실력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요. 꼭 그렇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학교와 상관없이 골고루 실력자들이 분포되어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 저희 그렙에서 개발자를 채용하고자 그렙 내 테스트를 거치게끔 하고 면접을 보려 치면 다양한 학교 출신의 인재들이 지원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 검증 플랫폼이니 마치 토익 시험을 연상케 하는데요. 실제 YBM과 공동으로 코딩 시험을 준비한 것 같더군요.


▽임=YBM이 자격시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코딩과 관련된 자격시험도 저희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희도 프로그래머스라는 채용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고요.

―자격시험처럼 등급이 나뉘겠군요.

▽임=레벨이 1~3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레벨3이 가장 높은 단계죠.

―최근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임=인력을 확충하고 해외 사업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투자를 유치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고요.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시리즈A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저희 직원이 55명 정도 됩니다. 곧 60~70명 될 것 같아요. 국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면서 해외 사업을 하려고 하니 금액이 크지는 않으나 현재보다는 더 필요하게 됐습니다.

―올해 매출 목표는요.

▽임=7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요. 지난해부터 화상감독 서비스(모니토)를 선보였는데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나아가서는 디지털 교육 관련 정부 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아울러 상반기(1~6월)에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요. 저희 사이트 위에서 클래스를 만들면 학습자들이 수업을 듣고 서로 교류하는 등 인터랙션이 일어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


―경쟁사 대비 그렙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임=‘데브 매칭’이라고 해서 개발자 채용을 원하는 30~40군데 기업들과 프로그래머스 시험에 응시하는 구직자들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응시자들은 프로그래머스에서 성적을 받은 뒤 참여 기업 중 5곳을 지원할 수 있어요. 당근마켓, 뱅크샐러드 등이 데브 매칭에 들어오기도 했죠.

이 밖에 고무적인 부분은 프로그래머스에 프로필을 등록한 개발자들이 검색을 통해 채용되는 사례들이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기업들이 저희 플랫폼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면 일정 수수료(첫 해 연봉의 7%)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작년에만 5억 원 정도인데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벌써 10억 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머스에 프로필을 입력하고 있는데 올해는 20만~3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톡 개발하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코딩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한 것 같나요.


▽이=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컴퓨터, SW가 활용되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문제들이 전산화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는데요.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자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코딩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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