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팔 저릴땐 세밀한 관찰 필요”… 흉곽출구증후군 진단 일가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0일 03시 00분


[떠오르는 베스트 닥터]〈30·끝〉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흉곽출구증후군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이 병과 유사한 질병의 차이점을 잘 알고 대처해야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고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흉곽출구증후군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이 병과 유사한 질병의 차이점을 잘 알고 대처해야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고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20대 남성 A 씨는 머리를 감은 뒤 헤어드라이어로 말릴 때마다 고통이 심했다. 팔을 올리면 저릿저릿한 증세가 더 심해진 것이다. 40대 여성 B 씨도 팔 저림과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의사에게 차라리 팔을 잘라 달라고 하소연했을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유학하는 C 군은 양쪽 팔이 모두 저렸다. 손가락에 힘을 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학업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결국 귀국해 병원을 찾았다. 80세 남성 D 씨도 비슷한 증세로 여러 병원을 찾았고,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했고, 손가락 근육이 다 말라서 물건을 잡을 수도 없게 됐다.

네 사람은 대부분 정확한 병명을 몰라 고통받았다.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44)를 찾아간 후에야 병명을 알았다. 팔과 손목, 손 부위를 전문으로 다루는 김 교수는 이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의사다. 김 교수의 진단은 흉곽출구증후군. 모두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뒤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 진단 어려운 흉곽출구증후군 분야 명의

흉곽출구는 가슴 부위에서 팔 쪽으로 나가는 부위를 가리킨다. 흉곽출구증후군은 바로 이 부위의 신경이나 혈관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팔에서부터 손까지 저리거나 아픈 게 흔한 증세다. 때로는 팔과 손이 붓거나 피부색까지 변한다. 최근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20∼4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3배 정도 많다.

이 병은 정확한 진단이 무척 어렵다. 손과 팔이 저리거나 힘이 없는 증세가 나타나는 비슷한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흉곽출구증후군의 경우 신경이나 혈관이 특정 자세에서만 눌리기 때문에 근전도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날 때도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동네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이 나온다. 이 경우 애먼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원칙이지만 스스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증세만 보고 유사한 질병을 어떻게 구별해 낼까.

손목과 손에서만 증세가 나타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똑같은 증세가 팔꿈치까지 나타난다면 일단 손목터널증후군은 아니다. 이때는 목 디스크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목 디스크에 따른 증세라면 통증이나 저림 증세는 엄지손가락에서 팔 바깥쪽으로 나타난다. 흉곽출구증후군이라면 새끼손가락에서 팔 안쪽으로 증세가 나타난다. 팔을 앞으로 쭉 뻗은 뒤 위로 올릴 때 아프면 흉곽출구증후군, 머리 뒤로 팔짱을 낄 때 좀 편한 느낌이 든다면 목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 흉곽출구증후군 진단 알고리즘 개발

현재까지도 흉곽출구증후군은 병명 진단의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2012∼2018년 이 병을 치료한 90명을 상대로 연구한 결과 ‘흉곽출구증후군 진단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당장 마비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존 치료’부터 시행한다. 3개월 동안 약물 복용과 자세 교정, 물리 치료 등을 하는 것이다. 환자의 80% 정도는 이 보존 치료만으로도 증세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계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증세를 악화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손을 어깨 위로 뻗어 올리는 동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 팔을 자주 올리면 신경이 늘어나 손상될 우려가 있다.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배낭을 메는 것도 피해야 한다. 어깨가 눌리면 가슴 내부의 공간이 줄어들고, 신경과 혈관이 더 눌리기 때문이다.

어깨 스트레칭은 근육이 뭉쳤을 때 도움이 되지만 신경이나 혈관이 눌린 흉곽출구증후군의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흉곽출구 부위를 잡아당기는 방식의 물리 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존 치료를 해도 증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마비와 저림, 통증이 더 심해질 경우는 수술 외에 방법이 별로 없다. 이 상태에서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손가락의 작은 근육까지 손상돼 젓가락질도 힘들어지며 통증도 심해진다. 김 교수의 경우 흉곽출구증후군 환자의 75% 정도는 보존 치료로 끝냈지만 25%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할 때에는 쇄골 부위를 절개한 뒤 신경이나 혈관을 누르고 있는 근육의 일부를 잘라낸다. 이를 통해 신경과 혈관의 공간을 확보한다. 정교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김 교수는 3.5배 확대경을 쓰고 수술한다.

○선천성 손가락 기형 치료에도 관심

김 교수 환자의 35%가 선천성 손가락 기형이다. 손가락이 하나 더 많은 다지증, 손가락이 붙은 합지증, 그 밖에 엄지손가락이 덜 만들어지거나 특정 손가락이 크거나 굽은 아이들이다. 김 교수는 “이런 아기가 태어나면 거의 모든 엄마들이 눈물부터 보이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첫돌 이전에 수술하며 3, 4년이 지나면 어느 손가락이 수술한 부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뀐다고 한다.

다만 아기 손이 매우 작고 아직 해부학적 구조가 정상이 아니라서 수술 난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뼈 수술이 그렇다. 직경이 3mm 정도인 아기 손가락뼈에 0.7mm의 핀을 박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에 또 하나의 손가락이 달린 다지증의 경우 기형적인 손가락만 제거할지, 엄지손가락 뼈 수술까지 해야 할지는 논쟁거리다. 김 교수는 2011∼2017년 다지증 수술을 한 78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엄지손가락이 10.8도 이상 기울었을 때는 뼈 수술을 진행해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돼 다지증의 뼈 수술 기준으로 종종 활용되고 있다.
손가락-손목운동 요령
간혹 손가락이 뻣뻣할 때가 있다. 심하면 손가락을 구부릴 때 통증이 나타나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딸칵’ 소리가 난다. 이를 ‘방아쇠손가락’이라고 하는데, 방치하면 심한 통증과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폐경 이후 여성이나 노인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세다.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손가락 신전 및 굴곡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손가락을 펴고 굽히면서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이다. 우선 준비 단계에서 할 일이 있다. 따뜻한 물에 10∼20분 정도 두 손을 담그는 온찜질이다.

[1] 손가락을 펴는 신전 운동 요령이다. 운동할 손가락을 곧게 편다. 다른 손 검지로는 그 손가락 등 쪽의 가운데 관절을 누르고, 엄지로는 그 손가락의 안쪽 끝을 민다. 이렇게 하면 손가락이 활 모양이 되면서 근육이 펴진다. 돌아가면서 1분씩 손가락을 풀어준다.


[2] 손가락을 굽혀주는 굴곡 운동은 다음과 같이 한다. 굴곡 운동을 할 손가락의 등 쪽 아랫부분을 다른 손 검지로 깊숙하게 민다. 이어 엄지로 손가락의 등 쪽 윗부분을 꾹 누른다. 이때 손가락 끝을 눌러서는 안 된다. 엉뚱한 부위의 근육이 늘어나거나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운동 또한 손가락마다 1분씩 한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한다면 또 다른 운동이 필요하다. 바로 손목 스트레칭. 이 스트레칭은 팔꿈치 통증에도 효과가 있다.


[3] 손목 스트레칭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스트레칭할 팔을 앞으로 뻗는다. 팔에 힘을 뺀 상태에서 손목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다른 손으로 그 손목을 감싼 뒤 힘을 주면서 잡아당긴다. 1회 동작에 10초 정도 유지한다. 10회 이상 연속적으로 한다. 하루에도 수시로 쉬는 시간마다 이 동작을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지형 교수#흉곽출구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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