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6년에 흑자 전환한 이후 5년 연속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라비티는 지난 2016년에 514억 원, 2017년에 1416억 원, 2018년에 2868억 원, 2019년에 3610억 원, 그리고 지난해에 40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매출에 비례하여, 2016년에 38억 원, 2017년에 140억 원, 2018년에 334억 원, 2019년에 487억 원을 넘어 지난해는 880억 원을 기록했다.
당장 2020년만 기준으로 해도 매출이 전년 대비 12.47%,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0.7% 증가한 것으로,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 시장이 전환된 이후 그라비티가 또다시 '영광의 순간'을 되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라비티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지난해 7월에 국내에 출시된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태국 지역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부활,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대만과 홍콩 및 마카오 지역에 론칭한 '라그나로크X:넥스트 제너레이션'의 흥행 역할이 컸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라그나로크M' 이후 PC 온라인 게임의 정통성을 계승한 작품으로, 2020년 7월 7일에 국내에 출시된 후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 매출 4위를 기록하며 2020년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은 대만과 홍콩 지역에서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고, 마카오 지역에서는 구글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또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지난 2020년 5월에 태국 지역에서 직접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첫 달 매출이 1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태국 ZOCIAL AIS 게이밍 어워드 2020' 게임 퍼블리셔 그룹의 '가장 인기 있는 MMORPG' 부문 1위에 선정되는 등 태국에서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탄탄한 매출원을 바탕으로 그라비티는 올해도 글로벌 흥행 전선을 다지며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PC 온라인 시절에 국내 최고의 글로벌 수출작으로 이름을 높였던 것처럼, 다양한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 매출을 확장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그라비티는 지난 1월 4일에는 싱가포르 지사인 GGH를 추가 설립했다. 북미·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지사 등에 이어 GGH로 싱가포르·필리핀·말레이시아 지역도 전략적인 공세를 펴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상반기 중 '라그나로크X: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동남아 지역 서비스 확장이 눈에 띈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 지역에서의 범상치 않은 인기가 타 동남아 지역에서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또 지난 2020년에 필리핀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지역에 서비스한 '더 라비린스 오브 라그나로크'가 지난 3월 23일에 한국과 함께 글로벌 지역에 추가 론칭이 된 만큼 이 게임의 실적도 2분기부터 반영이 될 예정이다.
스토리 모바일 RPG '더 로스트메모리즈 : 발키리의 노래'가 2021년 하반기 태국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 것도 이슈이며,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일본과 동남아 출시도 상반기 중에 예정되는 만큼 이 부분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
이외에 야구와 농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도 개발 중이지만 아직까지 출시 계획이나 자세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게임 출시 외에도 그라비티는 2020년에 진행한 다양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의 적극적 도입, 애니메이션, IPTV, 웹툰 등 '라그나로크' IP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그라비티는 PC 온라인 시절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해도 글로벌 지역 확장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려할만한 점이나 약점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당장 '라그나로크'라는 원 IP 회사라는 게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라그나로크 M',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정통 RPG 계승작들이 이미 출시된 상태로, 향후 정통 RPG가 강한 국내 시장에서 또다시 메가 히트작을 낼 수 있겠냐는 부분에서 의문점이 발생한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최대 텃밭 중 하나인 중국 지역의 서비스가 막혀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이 37개에 이르는 것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의 유산을 너무 빠르게 소모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라비티 측은 '라그나로크 IP는 여전히 건재하며 서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기타 정치권의 확률형 아이템 사태도 그라비티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로 지목되며, 지난 트럭 사태 때 고객들의 불만 트럭을 받은 것도 조심스럽다.
결국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를 확장해가면서 동시에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경계하고, 또 추억에 이끌려 다가오는 충성 게이머들을 끊임없이 유치하고 관리해야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현재,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바탕으로 찬란한 미래를 맞이하느냐, 혹은 게이머들에게 외면받는 2급 회사로 남느냐는 오로지 그라비티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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