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 1분기 매출 5900억원, 영업이익 544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은 수치로 영업이익률이 92%에 달한다. 특히 이달 들어 두나무 매출은 최근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70조 몸값’ 미국 코인베이스도 제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 1분기 5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정비 이외 비용이 제한돼 있어 영업이익은 54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무려 92%를 기록했다. 두나무의 지난 3월 매출은 307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두나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26% 증가한 176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86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08% 증가한 477억원이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수치에 비해 각각 3배, 6배 이상 뛰어오른 것.
두나무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암호화폐 상승장을 타고 암호화폐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주요 수익모델은 암호화폐 거래 중개 수수료다. 거래사이트는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대금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는데, 암호화폐 시세가 상승하면 거래량이 늘어 회사의 수익도 증가한다. 현재 업비트는 0.05%~0.25%를, 코인베이스프로(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거래사이트)는 이보다 높은 0.04%~0.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지난 4월 일 평균 거래액이 19조원을 달성하며 경쟁사인 빗썸(3조5000억원), 코인원(1조6000억원), 코인베이스(2조9000억원) 대비 압도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4월 실적에 주목한다. 4월들어 미국 코인베이스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코인베이스 수수료는 0.5%로 업비트 수수료 0.1%보다 5배가량 많지만 거래량이 폭증하며 매출마저 코인베이스를 제쳤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1일부터 11일까지 암호화폐 누적 거래량은 코인베이스가 290억달러(약 32조원), 업비트가 1890억달러(211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정 매출은 코인베이스가 1억4600만달러(약 1628억원), 두나무가 1억8900만달러(약 2107억원)로 업비트가 이미 코인베이스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미국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에 따른 두나무의 수혜도 기대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직상장한 코인베이스는 준거가격(250달러) 보다 31.3% 높은 328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격 기준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653억9000만달러(약 73조원)에 달한다.
코인베이스는 2020년 기준 주가매출비율(PSR)이 65.4배에 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264배를 기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예상매출 및 순이익 기준 코인베이스의 벨류에이션은 두나무 대비 PSR과 PER이 각각 2.8배, 5.6배 이상으로 고평가됐다”며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두나무에 수혜로 예상되며,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높은 순이익을 자랑하는 두나무가 상장할 경우 유사한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재 두나무가 뉴욕증시에 직상장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기업공개(IPO)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과 달리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상장 후 기존 구주를 락업기간 없이 매각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4월3일 직상장한 스포티파이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논의 후 직상장 준비 9개월 만에 상장을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최근 뉴욕증시 상장 추진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와 미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 했던 두나무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뉴욕 증시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 관계자는 뉴욕증시 상장 가능성을 두고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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