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세요” 그 숭고한 뜻 이어… 국내 첫 장기이식병원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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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내 故김수환 추기경 기념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제공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내 故김수환 추기경 기념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제공
각막기증을 통해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온 세상에 전하고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지난달 4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병원으로 은평성모병원 본관 G층에 자리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각막이식센터, 간이식센터, 소장·다장기이식센터, 신췌장이식센터, 심장이식센터, 폐이식센터 등 6개 이식센터를 갖추고 최상의 진료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계획이다.

1969년 국내 최초 신장이식에 성공하며 우리나라 장기이식 분야 발전을 선도해온 가톨릭 의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장기이식병원은 각막이식 안과 이현수 교수, 간이식 간담췌외과 김동구 교수,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 소장·다장기이식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교수, 소화기내과 김진수 교수, 신췌장이식 혈관이식외과 김미형 교수, 신장내과 최범순 교수, 심장이식 흉부외과 강준규 교수, 순환기내과 서석민 교수, 폐이식 흉부외과 최시영 교수, 호흡기내과 이상학 교수 등 각 이식 분야별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의료진을 배치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와 환자관리, 혈액형 불일치 등 면역학적 위험이 높은 고위험 이식을 위해 병리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장기이식 전담 의료진이 진료에 참여하는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을 가동한다.

故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지난달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故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잇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지난달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4월 개원한 뒤 약 2년간 신췌장이식 33건, 간이식 26건, 심장이식 5건, 각막이식 51건과 고난도 소장이식 1건을 포함해 총 116건의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개원 100일 만에 신장, 심장, 간, 췌장, 각막이식을 순차적으로 성공해 개원 초기부터 수준 높은 이식 역량을 입증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개원으로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환자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장기기증 문화를 확산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수혜자(이식환자)와 생명 나눔의 주체인 공여자(기증자)를 보다 안정적으로 돌보기 위해 ‘수혜자·공여자 케어 프로그램’을 구축해 최적의 환자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해당 의료진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약제팀, 영양팀, 사회사업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팀을 이뤄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수술 트라우마, 상실감 관리, 수술 후 재활과 운동, 면역억제제 등 복약 지도, 영양상태 평가와 식단 관리, 이식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 등을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영성적 돌봄을 위해 환자와 기증자, 가족을 위한 기도와 상담 및 종교예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적과 사회적 지위, 종교를 초월한 생명 존중과 사랑 나눔을 실천한다.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이 진료회의를 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이 진료회의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장기이식병원 태동의 초석은 김수환 추기경이 몸소 실천한 사랑과 나눔에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헌안 서약을 한 뒤 2009년 2월 16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안구를 기증하고 선종했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남겨 그해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등록자가 18만3000여 명으로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등록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최근 연간 7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여 명에 이르지만 뇌사 기증자는 450여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전 국민의 3% 수준으로 미국 61%, 영국 38% 등 기증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은평성모병원은 장기기증 문화 확산과 정착을 위해 장기이식병원 내에 장기 및 조직기증 신청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상담과 신청을 수행한다. 더불어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개선과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황정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은 “장기이식 분야는 최고의 의학적 난도와 견고한 팀워크, 최신 인프라를 요구하는 도전적 과업”이라면서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생명존중 정신을 소중히 지키고 사랑 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장기이식 문화를 선도하는 월드클래스 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손희송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이식환자들에게는 새 생명의 기쁨을 주고 기증자들에게는 사랑 실천의 기쁨을 줄 수 있는 병원이 되길 바란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고귀한 뜻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널리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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