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박상기의 난’ 이번에는 ‘은성수의 난’…얼어붙은 ‘김치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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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3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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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제2의 박상기의 난’이 터진걸까.

‘가즈아 열풍’이 몰아친 2018년 1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 오르내린 말이 ‘박상기의 난’이다.

이번에는 ‘은성수의 난’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에 대한 초강경 발언 이후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급격히 축소되며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23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2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9.16% 하락한 4만9177달러(약 550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비트코인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과 함께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꼽히고 있다.

(후오비코리아 제공) © 뉴스1
(후오비코리아 제공) © 뉴스1

◇금융위원장 발언 한 방에… 김치 프리미엄, ‘13%→3%’

그런데 글로벌 시세 하락폭에 비해 국내 암호화폐 가격은 더 큰 폭으로 빠졌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가격이 해외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인 ‘김치 프리미엄’(김프)이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김프는 지난 22일 오전 9시 약 13% 정도였으나, 23일 오전 9시에는 3%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Δ이더리움(3.15%) Δ리플(2.83%) Δ도지코인(3.02%) 등 다른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 대부분도 15~25%에 달하던 김프가 크게 줄어 3% 내외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9% 수준인 251만5000원에, 리플은 전일 대비 -13.48%인 11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급상승해 주목받았던 도지코인은 전일 대비 20.60% 하락한 240원에 거래 중이다.

23일 현재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현황(크라이프라이스 갈무리) © 뉴스1
23일 현재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 현황(크라이프라이스 갈무리) ©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 “암호화폐 거래소 200개 등록 안되면 다 폐쇄” 엄포

국내 거래사이트의 암호화폐 가격이 글로벌 시세 하락보다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진 원인으로는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은 위원장의 강경한 발언 탓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방안을 묻는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사람이 ‘투자자’인가”라고 되물으며 “저희가 보기에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한,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 위원장은 정부가 암호화폐 제도화에 부정적이라는 인식과 함께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은 위원장은 “특금법 시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고도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8.1.11/뉴스1 © News1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8.1.11/뉴스1 © News1

◇18년 폭락 불렀던 ‘박상기의 난’…은 위원장, ‘제2의 박상기’ 되나

이같은 은 위원장의 발언에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지난 2018년 벌어진 ‘박상기의 난’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정부안으로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지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

당시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온 박 전 장관의 발언 이후 2500만원대까지 올라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사이 13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이번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 역시 투자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2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올 1분기에만 250만명이 신규로 코인 거래에 뛰어들었다”며 “거래소를 등록하라면서도 폐쇄를 운운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이 위험하니 막자고 말한다”며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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