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 70세인 강현숙 씨는 10여 년 전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인생을 거꾸로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20~30년은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대 후반에 허리 때문에 고생을 했어요.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파 꼼짝 못하고 움직이지 못해 119에 실려 간 적이 많았어요. 이틀 이상 누워만 있기도 했어요. 근육운동을 하면 허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20년 전쯤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하러 다니며 근육 잡힌 우리 몸이 예술 작품 같다는 것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갱년기도 시작하려 했고 허리에도 이상이 오자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며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 때까지 등산과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했어요. 그런데 근육운동을 하면서는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있어요. 근육운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더라고요.”
강 씨는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2~3시간씩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체와 상체, 코어 운동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탄탄한 그의 몸을 보면 대부분 혀를 내두른다. 40, 50대에도 갖기 어려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에서 살고 있는 강 씨는 10여 년 전 혼자서 근육운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여수에는 근육운동을 하는 여성이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보편화 된 PT(퍼스널트레이닝)를 해주는 트레이너도 없었다. 강 씨는 보디빌딩 책을 사서 공부했고, 남성들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면서 운동법을 익혔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어깨가 커진다며 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하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허리 주변 근육을 키워야 했고, 척추가 바르고 걸음걸이도 반듯해야 멋지게 보기기 때문에 무작정 시작했어요.”
운동을 하니 몸에 변화가 오는 것을 바로 느꼈다.
“근육에 힘이 생기니 허리를 포함한 관절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갱년기를 모르고 지나갔어요. 여자들은 다 먹는 호르몬제는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여행을 가면 친구들은 얼굴이 달아올라 겨울에도 덥다고 창문 열고 잤는데 전 그런 증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삶이 활기차 쳤고 어떤 힘든 일을 치러도 피곤하지 않았다. 강 씨는 데드리프트(허리와 무릎을 펴고 바닥에 있는 바벨을 엉덩이까지 들어 올리는 것)를 최대 90kg, 스쾃(바벨을 메고 앉았다 일어서기)을 60kg까지 할 수 있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 출신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은 “60, 70대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워와 근육”이라고 평가했다.
근육운동은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나이들 수록 근육운동이 중요하다. 근육운동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운동으로 배출된 성장호르몬은 몸속의 아미노산이 근육과 뼈, 조직 등을 재합성하게 촉진한다. 우리 몸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근력운동이 유산소운동보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운동은 면역력도 증가시킨다. 운동으로 체온 1도를 높일 때 면역력은 5배 증가한다.
몸이 달라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도 온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나이 들면서 초라해진 외모 때문에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선 90세 이상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생리, 심리적으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씨는 웨이트트레이닝 초창기에는 보디빌딩 선수처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짤 생각도 못했다. 그냥 평소대로 먹었고 친구들돠 술도 가끔 마셨다. 근육운동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육 볼륨은 커지고 자세는 좋았지만 근육이 세밀하진 않았다.
“5년 전부터 여성들도 근육운동 하는 붐이 일어났어요. 또 다양한 매체에서도 어떻게 하면 근육을 잘 키울 수 있는지 정보를 줬죠.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정보가 올라왔어요. 그래서 한 3년 전부터 음식을 조금씩 조절하며 운동했어요. 그랬더니 근육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솔직히 단백질 등 잘 먹으면 좋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지만 자연스럽게 일상생활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닭 가슴살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바꾸면서 운동을 하니 몸이 또 달라진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하루 종일 근육운동을 하고 싶어요.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바로 회복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2~3시간만 하고 나옵니다. 뭐라고 하진 않지만 절 주책이라고 생각할까봐서요.”
그래도 운동은 거를 수는 없다.
“이젠 근육운동을 안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해요. 운동 왜 안 했냐고. 그래서 매일 운동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집에 누워 있기보다는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무게를 잡아당기면 사라져요. 전 이제 평생 근육운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 씨는 SNS에 운동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며 각종 보디빌딩 대회 주최 측에서 출전을 요청했고, 다양한 매체에서 출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모두 거부했다.
“저는 많은 관중 앞에 나가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만족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죠. 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다보니 선뜻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제 눈에는 부족한 것만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한국 나이 70도 됐으니 대회에 출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강 씨는 말한다.
“솔직히 저는 혼자서 어렵게 운동했습니다. 이젠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바로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훌륭한 강사, 좋은 피트니스센터…. 곳곳에 넘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육운동을 해서 대한민국이 건강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강 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쓰지 않으면 바로 녹이 슨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젠 욕심도 버렸어요. 제가 근육을 키워 남들에게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냥 제가 만족하고 건강하면 되죠. 전 80세가 넘어서도 꽉 낀 청바지에 하이힐, 혹은 멋진 원피스를 입고 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을 그리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 씨는 밥숟가락 들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근육운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치면 운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오래오래 평생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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