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에 반사경 설치 온도 높이고… 온실가스 공장 지어 대기층 두껍게
암모니아-물 풍부한 소행성에 핵추진로켓 달아 ‘충돌’ 아이디어도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 다음으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손꼽히지만 실제 환경은 혹독하다. 무인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를 비롯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화성 탐사는 악조건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넘어 다른 행성의 환경 자체를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이라는 담대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만 따지면 달이 훨씬 가깝지만, 테라포밍 후보 0순위로는 화성이 꼽힌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테라포밍 관점에선 달이 화성보다 훨씬 어렵다”며 “달은 해가 없으면 기온이 영하 190도까지 떨어지고, 대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이며, 운석 충돌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인간이 거주하기엔 화성보다 혹독하다”고 했다.
금성도 한때 테라포밍 후보로 거론됐지만, 464도에 이르는 극심한 열기와 지구 대기압의 90배가 넘는 엄청난 압력, 수시로 내리는 황산비까지 더해져 ‘지옥의 행성’으로 여겨지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화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꾸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영하 63도에 불과한 화성의 추위는 대형 반사경을 설치해 해결할 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화성 궤도에 너비 150m의 반사경 300개를 이어 붙여 띄운 뒤 화성 표면으로 태양광을 반사하면 1km에 이르는 지역에 햇빛을 집중적으로 쪼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표면 온도를 영상 20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지름 250km, 무게 20만 t의 초대형 궤도 반사경을 설치해 대기 온도를 높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얇은 대기층은 ‘온실가스 공장’을 지어 해결할 수도 있다. 염화불화탄소(CFC), 메테인(CH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면 화성의 대기층이 두꺼워지고, 우주 방사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료는 화성 표면을 덮고 있는 물질인 레골리스를 이용하거나 지구에서 운반할 수 있다.
암모니아와 물이 풍부한 소행성에 열핵추진로켓(NTR)을 달고 로켓을 조종해 소행성을 화성에 충돌시키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소행성의 충돌 여파로 암모니아와 물이 분출하면 화성 대기에는 온실가스가 풍부해질 수 있다. NTR가 소행성을 초속 5km로 움직이면 1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산까지 제시됐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만년설로 뒤덮인 화성의 극지방에 핵미사일을 1만 개 이상 터뜨리면 얼음이 녹으면서 땅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화성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민간 안보 연구기관인 미국 플라우셰어스펀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1만3125기다. 이 중 미국이 555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머스크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2050년 100만 명 이상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그의 포부는 하나씩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는 2026년 유인 화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2017년 국가 100년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2117년 화성에 인간의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의 38% 수준에 불과한 화성의 중력만큼은 현재 기술론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화성에서 오래 머물면 골밀도 감소, 근육 손실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없는데 의학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화성에서 인간의 거주지를 일정 속도로 회전하게 만들어 지구의 중력가속도(1g)를 느끼게 하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테라포밍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극지방의 이산화탄소 얼음층을 녹여 화성의 온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에 대해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화성의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한 결과 테라포밍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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