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방울 접촉각이 60도이면서
촘촘한 요철 형태서 빨리 죽어
플라스틱에서는 7일까지 생존
항바이러스 소재 연구에 유용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려운 물체의 미세 표면 구조를 알아냈다.
인도 뭄바이공대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침방울)이 떨어지면 몇 시간 안에 물기만 증발해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는 표면 구조를 찾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 4일자에 공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이 숨을 쉬거나 말을 하거나 기침을 할 때 침방울을 타고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숙주가 사라진 바이러스에게 침방울은 생존을 위한 집이 된다. 2, 3분 뒤 침방울 속 수분의 99.9%는 증발하지만, 바이러스는 침방울의 돔형 박막에 들러붙어 목숨을 이어간다. 연구진은 침방울의 박막이 사라지면 바이러스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물체 표면에서 침방울의 박막이 쉽게 붕괴할 수 있는 조건을 조사했다. 침방울과 같은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물방울은 표면과 이루는 접촉각에 따라 발수성과 친수성이 달라진다.
연구진은 다양한 접촉각을 시험한 결과 침방울의 접촉각이 60도일 때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이 가장 짧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표면이 촘촘한 요철 형태의 미세 구조일 때는 침방울의 박막이 급속히 무너지면서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이 6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침방울과 표면의 접촉각이 20도로 줄어들자 바이러스는 8시간 30분간 생존했고, 표면의 미세 구조에서 요철 간격을 2배로 넓히자 바이러스 생존 시간도 9시간으로 늘었다.
논문 교신저자인 상하미트로 차테르지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이, 옷 같은 다공성 표면보다 유리, 플라스틱 같은 불투과성 표면에서 더 오래 생존한다”며 “표면 구조에 따라 침방울의 박막이 버티는 시간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항바이러스 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리에서는 최대 4일,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스틸에서는 최대 7일까지 생존하지만 천에서는 2일, 종이에서는 3시간을 버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리,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등 비다공성 표면에서는 평균 3일(72시간) 안에 99%가 사라져 표면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표면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1만분의 1로, 표면을 1만 번 만졌을 때 한 번 감염되는 수준이어서 비말을 통한 공기 중 감염보다는 감염 위험이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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