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초기 증상인 설사, 변비, 복부 통증, 체중 감소, 소화불량 등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스트레스 증상 정도로 여기기 쉽다. 이런 이유로 대장암 환자의 약 59%는 전이 단계에서 진단된다. 대장암은 초기 발견 시 5년 상대 생존율이 93.8%에 달한다. 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19.5%로 떨어진다. 대장암은 현재 국내 암 사망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장암의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음주 등 다양하지만 약 15∼30%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유전성 대장암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은 린치증후군(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다. 일반적인 대장암은 선종에서 암으로 진행하기까지 10∼15년이 걸리는 반면 유전성인 린치증후군은 약 3년 만에 급성으로 암으로 진행된다. 평생 대장암에 걸리는 비율도 약 80%에 이른다. 체세포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에 대장암뿐 아니라 비뇨생식기나 위 등에 악성 종양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린치증후군과 같은 유전성 대장암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 우리 몸에서 DNA를 복제하는 시스템에 결함이 생기면 DNA 염기서열이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MSI-H 유전자 변이’라고 한다. 이 유전자 변이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특히 소화기암에서 흔하게 발현된다. 린치증후군 환자의 90%는 이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으며 본인 세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암 고위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불행으로 여길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로 활용돼 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MSI-H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전이성 대장암은 기존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제를 써 왔으나 치료 반응도 낮고 생존 기간도 짧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8월부터 면역항암제가 국내 최초로 암종에 관계없이 MSI-H 유전자 변이가 있는 7개 고형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은 MSI-H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위암과 직결장암 환자에서 기존보다 치료 반응률이 높고 치료 효과도 오래 지속되는 결과를 보였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는 “MSI-H 유전자 변이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고위험 인자인 반면 면역항암제에 대한 좋은 치료 효과와 생존 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기존 항암 치료 대비 효과가 뛰어난 면역항암제 치료를 2차 이상 요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도 주요한 암종인 만큼 직계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스스로 암 고위험군으로 의심하고 MSI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예방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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