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자들 논평 ‘사이언스’ 게재
탄소 흡수 효율-생물다양성 등 따져
과학적인 산림 관리 계획 마련해야
산림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수령 30년 안팎의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논란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각국이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기후변화를 고려한 과학적 산림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두 명의 미국 과학자의 논평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조너선 오버펙 미국 미시간대 환경 및 지속가능성학부 교수와 데이비드 브레셔스 미국 애리조나대 천연자원 및 환경학부 교수는 이달 21일 사이언스의 논평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신 나무를 심자는 생각은 사실 꿈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과학자는 논평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식생이 바뀌고 있으며,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숲을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산림 관리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대규모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선 산림 밀도를 낮추기 위해 벌목을 장려하는 식이다. 기후변화로 식생이 바뀌어 최적 기후대에 있지 않은 나무가 있다면 새로운 종으로 선택적으로 대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브레셔스 교수는 “나무를 심는 것만으론 지금의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충분한 과학적 고려 없이 무조건 나무를 많이 심기보다는 기존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버펙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은 식생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정책과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가 심거나 보존하려는 기존의 나무와 숲이 기후변화에 직면해 생존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산림 관리 정책의 근거와 해법을 찾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일 미국 오리건주립대가 서울의 남산 면적의 116배에 이르는 엘리엇 주립연구림 3만3000ha에서 진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숲 실험을 소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림 중 40%는 벌목을 하지 않고 보존된다. 대상은 150년 전 산불이 발생한 이후 자연 회복되는 지역이다. 나머지 60% 중 일부 구획에선 나무를 선택적으로 벌목하고, 다른 구획은 토지 일부를 개간하고 나머지는 보존하는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수령에 따른 산림의 탄소흡수량과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요소도 평가에 넣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벌목과 탄소흡수, 생물다양성 간 균형을 맞추는 관리전략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최근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다. 산림청은 올해 1월 국내 산림의 노령화로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3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를 베어내고 30년간 30억 그루를 새로 심어 탄소를 3400만 t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환경단체는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량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벌목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단위면적당 숲 전체의 나무 숫자 자체가 줄어 흡수량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숲이 주는 생물다양성 등 다른 혜택을 간과한 점, 오래된 나무의 기준을 30년으로 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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