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대 물리 연구의 산실인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지하에는 ‘신을 쫓는 기계’로 불리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있다. 과학자들은 지하 100m에 설치한 27km 길이의 거대한 터널 속 튜브 장치에서 빛의 속도로 달려간 양성자(수소이온)들을 정면충돌시켜 137억 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직후를 재현해 왔다. LHC에는 다양한 검출기가 붙어 있는데, 이 가운데 지름 15m에 이르는 ‘뮤온압축솔레노이드(CMS)’는 우주의 진리를 찾는 장비답게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구조물로 이뤄져 종종 아름다운 예술 화보의 소재가 되고 있다.
첨단 입자물리 실험장치들을 보며 우주의 진리를 밝히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박물관에서는 CERN이 제공한 LHC의 단면 및 CMS 검출기 모형과 함께 입자물리 최신 연구를 소개하는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LHC는 2010년 가동을 시작한 후 만물의 질량을 부여해 ‘신의 입자’로 불린 ‘힉스’ 입자뿐 아니라 59개에 이르는 새 입자를 발견했다. 한국도 LHC에 참여해 CMS 검출기를 통해 힉스 입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이바지했다. 힉스 발견에 쓰인 검출기도 개발국인 한국에 다시 돌아와 실물 그대로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LHC 튜브의 단면이 처음 공개됐다. 실제 LHC에 쓰인 튜브의 크기와 소재까지 그대로 활용했다. LHC의 다른 입자검출기인 대형이온충돌실험기(ALICE)의 모형과 ‘유령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남극의 지하 2.5km에 설치한 ‘아이스큐브’의 검출기 모형도 볼 수 있다.
중력파를 최초로 관측해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가 연구자들에게 설명하며 직접 작성한 실제 칠판도 공개된다. 힉스 입자를 발견해 2013년 노벨상을 받은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의 사인이 담긴 헬멧도 전시된다.
우주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온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실제 CERN에서 일하는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마이클 호치 박사의 CMS 사진과 함께 서예가 박진우 작가가 먹과 붓으로 그린 ‘씨앗 우주’ 등의 작품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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