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발이 색소를 잃어 흰머리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모발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와 흰머리가 사라지는 것도 확인됐다.
마틴 피카드 미국 컬럼비아대 정신의학부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의 모발 속 색소량이 스트레스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22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했다.
모발을 만드는 모낭에서 멜라닌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 흰머리가 생긴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스트레스도 한 요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흰머리 사이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흰머리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9세에서 65세 사이 다양한 머리색을 가진 14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두피와 얼굴 등 신체 여러 영역에서 나는 모발을 수 가닥씩 뽑고 지난 2년간의 기억을 더듬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을 기록한 일기도 작성했다. 연구팀은 모발이 달마다 약 1cm씩 자란다고 보고 시간에 따라 모발의 색소가 달라지는 정도를 관찰해 이를 스트레스 상황과 연결했다.
분석 결과 스트레스와 모발의 색소 감소 사이에는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모발에서 종종 급격하게 색소가 사라지는 시점이 나타났는데 이 시기가 스트레스가 늘어났을 때와 겹친 것이다. 참가자 중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30세 아시아계 여성은 머리카락이 중간에 약 2cm 정도 흰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간 것이 확인됐다. 이 여성은 2cm가 자라나는 두 달여 동안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별거한 끝에 이혼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모발 색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확인됐다. 참가자 중 9~39세 사이 참가자 10명은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모발 속 색소가 다시 다른 모발의 양만큼 회복됐다. 예를 들어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35세 남성은 머리카락 다섯 가닥이 흰색에서 다시 적갈색으로 돌아온 것이 확인됐다. 시기를 조사해보니 2주간 휴가를 가 스트레스가 가장 적을 때였다. 이 같은 효과는 모발뿐 아니라 다른 털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됐다.
스트레스는 머리카락 색소를 만드는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속 단백질의 변화와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스트레스로 미토콘드리아가 변하는 것에 따라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의 변화 정도가 특정 임계치를 넘기면 흰 머리가 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다시 색을 찾는 식이다. 이 임계치는 나이가 들수록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피카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심리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신호에 반응하는 세포 안테나와 같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참가자를 늘리고 스트레스 정도를 뇌파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해 흰머리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피카드 교수는 “흰 머리가 색소를 가진 상태로 되돌아가는 원리를 통해 인간 노화와 스트레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인간 노화가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적어도 부분적으로 중단되거나 일시 역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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