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거리를 제한하던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면서 국방부가 공중과 해상에서 위성을 실어 우주로 발사체를 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주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 탐사선을 우주 궤도에 실어 나르는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발사체는 엔진이 사용하는 연료 종류에 따라 고체 발사체와 액체 발사체로 나뉜다.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 가운데 언제든 필요한 시점에 위성을 궤도에 쉽게 올려놓을 수 있는 고체 우주발사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 고체 발사체, 구조 간단하고 쉽게 발사 가능
국내에서 개발된 우주발사체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해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LV-1)와 10월 첫 발사를 목표로 독자기술로 개발 중인 누리호(KSLV-2)가 전부다. 나로호 1단과 누리호의 1∼3단은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결합한 액체 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액체 엔진이 들어간다. 액체 발사체는 목표한 궤도로 정확히 위성을 실어 나르기 위해 터보펌프와 연소기, 가스발생기 등 엔진 기술과 정밀한 액체 연료 연소 기술이 들어간다. 그만큼 개발이 어렵다.
반면 고체 발사체는 빨리 타지만 폭발하지 않는 고체연료를 연소시켜 추력을 얻는 방식이다.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로 쓰이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연료로 쓰이는데, 가운데 빈 공간에 불을 붙이면 급격한 연소가 일어난다. 연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분말을 넣기도 한다. 연소가 시작되면 고온·고압의 가스가 배출되고 이를 통해 수십 kg에서 수천 kg에 이르는 위성과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르는 추력을 얻는다. 한번 연소가 시작되면 연소실의 고체 연료를 모두 태우는 방식이라 연료통이자 엔진이라는 간단한 구조를 가진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고 제작비용도 액체 발사체의 약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필요한 시점에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고체 발사체의 장점이다. 나로호나 누리호와 같은 액체 우주발사체는 발사 전 연료인 케로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극저온 상태로 유지한 채 발사 반나절 전부터 주입해야 한다. 반면 고체 발사체는 연료를 넣은 상태로 보관이 가능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 연료 주입에 필요한 연료 공급장치와 지상 설비도 간소한 편이다. 그만큼 첩보위성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다만 고체 발사체는 액체 발사체보다 비추력이 약하다. 비추력은 연료 1kg이 1초 동안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을 계산한 것이다. 값이 클수록 성능이 좋다는 뜻인데, 고체 발사체는 200∼270초, 액체 발사체는 300∼400초 정도다.
○ 해외서도 개발 활발…독자 우주정찰에 기여
해외에서도 고체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우주에 활발히 위성을 보내고 있다. 일본은 3단 고체발사체 ‘엡실론’을, 유럽우주국(ESA)은 4단 고체발사체 ‘베가’를 개발했다. 이들 발사체는 길이 25∼30m의 중형급 발사체로 고도 500∼700km에 1.5t의 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미국은 퇴역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발사체로 개조해 ‘미노타우로스’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다. 미국의 애드러노스, 중국 싱지룽야오 등 스타트업들도 소형 고체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독자적인 발사체 대신 액체 우주발사체를 보조하는 부스터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아리안’과 인도의 ‘GSLV-3’가 2개의 고체 부스터를 쓰고 있다. 미국이 달 탐사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하는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도 중형 고체 발사체보다도 큰 54m 길이의 고체 부스터를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액체 우주발사체가 정기노선 버스라면 고체 발사체는 ‘택시’에 해당한다고 평가한다. 액체 발사체가 많은 위성과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른다면 고체 발사체는 짧은 기간에 원하는 궤도로 자주 위성을 실어 나를 수 있어서다. 고상휘 한화 방산부문 상무는 “저비용의 고체 발사체로 소형·초소형 위성 제작과 발사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미사일 제작 참여 경험이 있는 한화 등을 중심으로 고체 우주발사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무 시리즈를 통해 고체 미사일 국산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고 발사 경험도 풍부해 고체 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틀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 정찰자산을 확보하려면 군집위성을 도입하는 등 위성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경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위성체계개발단 1팀장은 “한국은 일본과 유럽 고체 발사체와 비슷한 기술을 갖췄으면서도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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