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 가지 않아도…“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일 11시 02분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고 자주 걷거나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늘린다. 박 교수가 병원 본관 근처의 산책로를 걷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고 자주 걷거나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늘린다. 박 교수가 병원 본관 근처의 산책로를 걷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 집은 휴식 장소이면서 운동 공간이다. 딸과 아들은 운동 파트너다.

박 교수는 가족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매일 아침 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먹는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매주 한 번 이상은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가족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식사를 마치면 서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 소파에 앉지 않는다. 세 사람은 기차놀이를 하듯 일렬로 서서 거실을 배회하며 대화한다. 직장 이야기에 이성 친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15분이 후딱 지나간다.

잠자기 1시간 반 전에는 딸과 스트레칭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풀어주는 데 각각 15분씩, 총 30분을 투자한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나면 근육이 이완된다. 덕분에 숙면할 수 있다.

근력 운동도 잊지 않는다. 주로 스쾃을 한다. 정식으로 하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 통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스쾃 보조도구를 이용한다. 매일 15회씩 2세트를 한다. 가끔은 ‘스테퍼’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한다.

●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건강”
박 교수는 이런 건강법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라고 했다. 일부러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자주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한두 번은 가족과 외식을 한다. 다만 집에서 4000~5000보 떨어진 식당을 찾는다. 외식하기 위해 30~40분을 걷는다. 이 또한 활동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딸과 쇼핑하거나 카페에 간다. 이때도 최소한 20분 이상 걷는다. 박 교수는 “이렇게 하면 일주일에 2, 3일은 1만2000~1만5000보를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한다. 걷는 게 생활이 되다 보니 승용차가 필요 없어졌다. 주차장에 세워놓고 한동안 운전하지 않아 고장이 났다. 이후 승용차를 아예 없애 버렸다. 5년 전 일이다. 지금도 승용차가 없다.

병원 업무가 많아 종종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박 교수가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도 직접 한다.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근육량도 늘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을 하면 전업주부였던 친정 엄마가 근육량이 더 많았는데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호흡이 건강에 특히 중요”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고 자주 걷거나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늘린다. 박 교수가 병원 본관 근처의 산책로를 걷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따로 헬스클럽을 이용하지 않고 자주 걷거나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늘린다. 박 교수가 병원 본관 근처의 산책로를 걷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 교수는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면 병원 인근의 창경궁에 간다. 3년 전 시작한 습관이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수준인 속보로 걷는다. 보통 20~30분을 걷는다.

사실 창경궁 산책은 육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하루 종일 실내에만 있다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고 해도 숲에서 부는 바람에 비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박 교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첫 번째가 호흡이다”고 말했다. 푸른 숲을 거닐며 깊은 호흡을 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박 교수는 실제 자신의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폐암 환자였는데,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호흡에 이상이 생겼다.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 환자는 치유의 일환으로 국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주로 침엽수가 많은 지역에서 삼림욕을 했다. 그랬더니 다음 진료 때 환자의 얼굴색이 밝아졌다.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졌단다. 박 교수는 “창경궁에 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며 “중년 이후에는 ‘감정 컨트롤’을 잘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문제”
운동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박 교수는 명쾌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과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육류를 입에 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아침 식사도 걸렀다. 당시 일손이 모자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데 음식 섭취량을 확 줄인 셈이다. 그 결과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환자 진료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말이 툭툭 끊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박 교수는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40대 때는 체중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좋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40대 후반이 되자 다시 축 처졌다.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주 4회 근력 운동을 했다. 하지만 더 피곤했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식단을 들여다보니 채소 위주였다. 가급적 적은 양이라도 매끼 육류를 같이 먹기 시작했다. 다시 몸에 힘이 생겼다. 이후 운동도 격하게 하지 않는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허기가 느껴지면 육류로 영양을 보충한다.

박 교수는 “활동량이 많으면 충분하게 음식 섭취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부터 빠진다”고 말했다. 요컨대 음식이든 운동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민선 교수가 연구실에서 작은 아령을 들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민선 교수가 연구실에서 작은 아령을 들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홍진환기자 jean@donga.com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나이에 따라 특히 신경 써야 할 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연령대별로 주의할 점을 들어봤다.

① 20, 30대 감정 관리 신경 써야

20대와 30대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음식도 많이 먹는 편이다. 심한 비만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이 움직이면 몸이 그만큼 많은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음식의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20, 3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는 따로 있다. 이들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은 데다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 취업 및 직장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감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감정 관리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 폭식증, 대인 기피 등 여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② 40, 50대는 활동량이나 운동 늘려야

40대와 50대도 감정 관리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이 무렵부터 체력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일단 근육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마음먹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운동을 해본 경험이 적을 수 있다. 이 경우 강도가 높은 운동에 도전하기보다는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이 무렵부터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짜거나 매운 음식, 탄 음식을 덜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③ 60대 이후 지나친 운동 삼가야

60대 이후에는 몸의 상태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 여전히 근력이 있다면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과도한 운동이 되레 병을 부를 수도 있다. 이때부터는 운동보다는 영양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면 좋지 않다.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암이나 만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충분히 먹어둬야 한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 환자일수록 치료 성적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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