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5세대(5G) 이동통신망만을 단독으로 사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단독규격(SA)’ 적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T가 SA를 내세워 5G 우위를 강조하는 반면 SK텔레콤 등은 5G 성능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견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SA를 둘러싼 논란 탓에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더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15일 5G에 SA를 상용화하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단말기에 대해 SA를 지원하며, 향후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 3사의 5G 서비스는 데이터 전송은 5G, 단말기 제어는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을 활용하는 NSA(비단독규격)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SA는 5G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데이터와 단말기 제어 신호 처리를 모두 5G망을 이용하되, 5G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을 때만 LTE를 쓴다. 두 가지 모두 국제 표준이다. 5G 기지국 소프트웨어를 통해 SA와 NSA를 선택해 제공할 수 있다.
KT는 SA를 앞세워 타사와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KT 관계자는 “NSA에 비해 데이터 송수신이 더 빨라지고, 4G와 5G 사이 망 전환으로 발생하는 스마트폰 전력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5G’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NSA 대신 SA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5G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T의 행보에 대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T의 마케팅 전략 탓에 소비자들이 KT의 5G는 진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5G는 반쪽짜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1월 국내 이통사 중 최초로 SA 상용화 테스트를 했던 SK텔레콤은 이후 SA가 지연시간(네트워크 반응 속도) 단축과 배터리 사용량 감축 외에는 이점이 없다고 보고 SA 도입을 보류했다.
특히 이통 3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속도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NSA는 2Gbps(초당 기가비트)대 최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SA는 1Gbps대가 한계라는 분석이 있다. KT는 SA 도입으로 속도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에 대해 “처음 5G를 구축할 때부터 SA를 고려했기 때문에 품질 저하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5G SA를 도입한 통신사는 전 세계에 7곳 뿐”이라며 “다만 향후 단점이 보완된 차세대 SA 기술이 개발되면 언제든 쓸 수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은 KT의 SA 도입을 계기로 5G 품질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당시 정부와 통신사들은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가 될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한 지난해 하반기(7~12월) 5G 품질평가 결과 3사의 속도 모두 1Gpbs에 미달했다. 소비자들은 5G 속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커버리지(사용 가능 범위) 준비도 미흡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5G 관련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SK텔레콤을 상대로 5G 소비자 237명이 제기한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이 진행되며 5G 관련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5G 과대광고와 서비스 부실로 얻은 부당이익을 반환하라는 요구다. 아울러 5G 소비자 500여 명은 이통 3사를 상대로 지난달 30일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SA도 그렇고, 논란이 되고 있는 28GHz(기가헤르츠) 5G도 그렇고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살만한 내용들이 많다”며 “새로운 마케팅이나 서비스보다 이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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