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점막 이루는 세포 결합 느슨해져… 각종 세균 장 통과해 혈류로 유입
소화기 증상이나 반복적 염증 반응
건강한 식습관 지키고 유산균 섭취
아침에 일어나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식사 뒤에 가스가 차고 배가 더부룩하거나 손발이 붓는다. 특정한 음식을 먹고 나면 머리가 맑지 않고 ‘뿌옇다’는 느낌이 들고 피부에 아토피 등 염증 반응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경우 한 번쯤 나의 장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소위 ‘새는 장 증후군’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영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일반적으로 장 점막을 이루는 세포는 단단하게 결합돼 음식물이나 해로운 세균들이 쉽게 통과할 수 없도록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방어막이 약해지거나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새는 장 증후군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즉, 장 점막세포가 느슨해진 결과 음식물과 각종 세균 및 바이러스가 장을 통과해 혈류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새는 장 증후군이란 의미다.
○ 다양한 새는 장 증후군 원인
장 점막세포가 느슨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조산아일 경우나 생후 4∼6개월 이전에 음식 단백질에 노출됐을 경우다. 위산과 췌장 효소, 담즙 등 소화효소 분비가 저하됐을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헬리코박터 등 병원성 세균에 잘 감염되고, 알레르기 반응도 자주 일어난다.
이 밖에 항생제, 진통소염제 및 스테로이드의 잦은 복용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과도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도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쳐 장내 면역 반응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때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음식 알레르기, 방사선 치료 및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해 장세포가 손상될 경우에도 장 점막세포가 느슨해져 새는 장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 특징은 반복되는 염증
새는 장 증후군이 있는 환자는 대개 식후에 가스가 차서 배가 더부룩하거나 설사나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새는 장 증후군이 있어도 소화기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식후에 손발이 붓고 아침에 근육이 뻣뻣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특정한 음식을 먹고 나면 머리가 맑지 못하고,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증상은 섭취한 특정 음식 성분이 신체 내에서 자극을 일으키는 염증 반응의 결과다. 때로는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어떤 원인이 이런 반응을 일으켰는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만성피부질환(여드름, 습진, 건선, 두드러기, 포진피부염), 자가면역질환(류머티스 관절염, 루프스, 그레이브스병, 하시모토 갑상샘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각종 음식과 화학품에 대한 과민반응 등 많은 질환이 새는 장 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
○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
병원에선 새는 장 증후군인지 알아보기 위해 대변으로 장의 염증을 측정한다. 또 ‘만니톨-락툴로즈’ 검사로 장내 투과도를 검사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새는 장 증후군의 가능성이 높아 음식 알레르기 검사가 필요하다.
새는 장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지수가 가장 낮은 쌀을 기본식으로 해야 한다. 반대로 알레르기 지수가 높은 밀가루, 유제품, 달걀, 옥수수, 콩, 이스트, 조개류, 땅콩, 유기산 과일류 등을 줄이는 게 좋다.
또 위산보충제나 췌장 효소 등으로 부족한 소화 효소를 보충해야 한다. 음식으로는 파파야, 파인애플 등의 과일이 소화 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외에 평소에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이나 유산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이눌린이나 프락토올리고당 등이 대표적이며 식품으로는 돼지감자, 마늘, 양파, 치커리, 아스파라거스, 우엉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장 점막의 재생과 치유를 위한 영양소인 글루타민, 필수 지방산, 아연 그리고 판토텐산(비타민 B5) 등을 섭취한다. 특히 글루타민은 새는 장 증후군 예방에 매우 중요한 아미노산이다. 글루타민은 닭고기, 소고기, 유제품 등에 존재하는 동물성 단백질에서뿐 아니라 콩, 양배추, 근대, 시금치, 파슬리 등 채소에도 존재한다.
김 과장은 “새는 장 증후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다양한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며 “해결되지 않은 증상이 반복될 때는 나의 장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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