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담고, 사회적 문제에 가장 목소리를 키우는 공간이다. 신성하지만, 불안정하고, 격동적이며, 급진적이다. 때문에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곳을 캠퍼스라고 부른다. 캠퍼스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이 있다.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사회에 건설적인 형태로 캠퍼스가 이바지할 수는 없을까? 캠퍼스사업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더 이상 담장 안과 밖으로 캠퍼스와 사회의 경계를 한정짓지 않고, 캠퍼스 속 아이디어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캠퍼스타운 내 창업기업과 캠퍼스사업단은 결코 소홀해서는 안되는 상생의 가치(지역과 상생, 환경과 상생, 이웃과 상생, 세대간 상생)에 나름의 방식으로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사회 문제를 대학이 지니고 있는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 문제와 소통하고 있는 캠퍼스타운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은 코로나19로 생계절벽을 마주한 여행사 직원을 위한 재도약 기회를 만들었다. 해고당한 여행사 직원을 도와 그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출판할 수 있도록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해당 프로젝트는 여행사 직원 뿐만 아니라, 전시장 폐쇄로 설 자리를 잃은 예술가 등을 지원해 지난 5개월 간 1,6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달성했다.
중앙대와 덕성여대, 그리고 서울여자간호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다. 중앙대 캠퍼스타운의 ㈜크래커박스는 청년 5,000명에게 ‘금융권 취업준비생을 위한 튜토리얼 위크’를 3월 5일부터 14일간 진행했으며, 덕성여대 캠퍼스타운은 다문화가족 결혼이주여성과 경력단절여성이 뷰티 1인 숍 매장을 창업할 수 있도록 뷰티 프로그램 전문교육(위탁)을 3개월간 33명에게 진행했다. 또한, 서울여자간호대 캠퍼스타운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시니어 돌봄 서비스 전문가 교육 과정을 진행했다.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경희대 캠퍼스타운은 회기동 상권 대상으로 서울신용보증재단, 하나은행과 협업해 지역상생 거점공간 ‘녹원’에서 코로나 극복 위기대응 특별자금 금융지원서비스를 진행해 62건의 금융상담 후 54개 점포에 18억 원을 지원했다.
숙명여대, 성신여대 캠퍼스타운은 대학교 주변 전통시장(용문시장-숙명여대, 수유시장-성신여대)을 찾았다. 시장 상인들에게 SNS 등 온라인 플랫폼 교육,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 속에서 찾아온 매출 급감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지원에 나선 것. 숙명여대 캠퍼스타운은 용문시장 상인 대상으로 SNS 홍보교육과 22개 점포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고, 성신여대 캠퍼스타운은 수유시장 상인 대상으로 수유4U 수유시장 활성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장 내 홍보물 제작, 학생과 함께하는 시장 축제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은 지역내 풀뿌리 시민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 마을자치조직 등과 협업해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으며, 동양미래대학교 캠퍼스타운은 G밸리 인근 유일한 대학교라는 입지를 살려 지역 내 기업을 위한 지역상생사업 ‘GYG(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마케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전통시장과 호흡하다
캠퍼스타운을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도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기관마저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했던 어려운 시기. 대학가 역시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대학가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상권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역상권을 살리면서 일자리도 만들기 위해 지역 상인과 연계한 반찬세트 정기구독 플랫폼 사업,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앱 개발 등 지역 상권과 함께 성장하는 ‘창업기업’이 등장했다.
중앙대 창업기업 ‘월간흑석(대표: 정상현)’은 반찬세트 정기구독 플랫폼 사업을 통해 상인들에게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고, 청년 배달원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성균관대 창업기업 ‘동글(대표: 최영하)’은 동대문 도매상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전자상거래 앱을 개발했다. 동글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벤처캐피탈 500스타트업에서 진행한 시드프로그램 1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환경 보호에 손 보태는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널드 기어 교수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 게재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이용, 운명'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 톤에 이른다. 이중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6억 톤에 불과하다. 남은 25억 톤은 사용 중이며, 49억 톤은 방치되고, 8억 톤은 소각된다. 약 9%에 불과한 부분만 재활용되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오는 2050년까지 폐기되는 플라스틱 규모는 120억 톤에 달한다.
전세계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에 돌입한 이유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식기류와 위생용품, 봉투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미국과 캐나다는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유럽도 2020년을 전후로 식당 내 플라스틱 사용 전면 규제를 시작했고, 2022년까지 식기류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출시를 금지한다.
캠퍼스타운 창업기업도 ‘지구 지키기’에 앞장섰다. 코로나19 위기 속 플라스틱 용품 사용 증가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 인식 개선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팀 ‘이노비스’는 IoT 친환경 재활용 쓰레기통 ‘쓰샘’을 개발해 지역에 올바른 분리배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앞장섰다. 쓰샘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컵을 뚜껑과 분리한다. 쓰레기통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재활용 컵과 그렇지 않은 컵을 분리해 버려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비슷하게 생긴 투명한 플라스틱 컵이라도 페트 재질의 컵은 재활용할 수 있지만, 다른 재질 컵은 재활용하기 어렵다. 만약 페트나 PP, PS컵이 한데 섞여 있으면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버릴 때부터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장기 치료에 지친 아이부터 세월에 지친 노인까지
서울시립대 캠퍼스타운 소속 기업 ‘민들레마음(대표: 손유린)’은 완치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난치질환 환아들을 위한 ‘민들레키트’를 개발, 보급 중이다. 민들레키트는 홀로 병실에서 지루해할 아이들을 위해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개발한, 만들기용 장난감이다.
또한, 민들레마음은 환아들을 찾아가서 진행하는 ‘상상나라 그림교실’도 열고 있다. 환아들이 그린 그림을 양말, 머그컵 등 일상에서 필요한 예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병원측과 협의해 수익금은 병실에서 치료 받는 환아와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민들레키트 등을 보내는데 사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7%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속한다. 오는 2025년에는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전망한다.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화 속도로 노인들의 고용, 소외, 차별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캠퍼스타운 페스티벌 X-Tech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주)두드림퀵(대표: 양승훈)’은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제공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서울 시내 7개 시니어클럽 택배사업단을 비롯, 한국시니어클럽협회와 협력해 ‘노인 지하철 택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두드림퀵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앱에 있다. 주문자 위치를 확인한 후, 가장 가까운 시니어클럽 노인 택배원에게 주문을 전달, 배송 업무 강도와 시간을 줄였다. 노인의 건강을 생각해 노인 택배원 위치, 배송 루트 등을 판단하는 것. 현재 컬투플라워, 예가람 저축은행, 모아앤비즈스퀘어, 원더퀵 등 여러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해 고정 배송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좋은 사회, 나은 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치를 실천으로 담아내는 캠퍼스타운의 활약은 울타리를 넘어 지역과 화합하고, 상생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 구체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실제 수익까지 내는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컨설팅부터, 소셜임팩트와 연계한 투자유치까지 전 단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캠퍼스타운활성화과 장양규 종합사업팀장은 “서울캠퍼스타운이 혁신창업의 전진기지이자, 유니콘 탄생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학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캠퍼스타운이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자, 지역과 주민과 호흡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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