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으로 강한 폭염이 예고됐다. 기록적인 폭염 속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온열질환은 폭염일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0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온열질환 사망자 수와 폭염일수는 비례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폭염일수가 적은 만큼 사망자도 적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장마가 끝난 20일을 기점으로 열돔 형태의 폭염이 찾아와 2018년과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피부는 바깥 온도에 영향을 받아서 추우면 온도가 내려가고 더우면 올라간다. 하지만 체온은 체온조절 중추가 있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바람이 불거나 공기가 건조할 때는 기온이 높더라도 땀이 잘 증발하지만 바람이 없고 습도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에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더 덥게 느껴진다. 온열질환은 땀이 몸을 식혀줄 만큼 충분히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갈 때 발생한다.
열사병,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열 탈진이 발생하면 중심 체온이 37도 이상 40도 이하로 높아지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해지거나 근육 경련, 혼미, 중등도의 탈수 증상을 보인다. 이 경우 전해질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다. 종종 열사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열 탈진이 일어났을 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열 탈진 증상을 호소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원한 공간에서 옷을 벗기고 스포츠음료 등 전해질을 함유한 찬 음료를 마시게 하면 대부분 금방 회복된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돼 몸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발생한다. 중심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발작, 정신 착란, 환각, 운동 실조증, 구음 장애 또는 혼수상태와 같은 더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구토와 설사도 동반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식이 떨어질 경우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체온조절 기능 약한 노인층, 야외활동 많은 노동자 특히 주의
폭염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하면 피부 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늘어난다. 이때는 땀을 흘리는 등 생리반응으로 열을 발산해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열사병 등 고온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이나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질환자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홀몸노인 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층이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고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대다수가 논밭 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햇볕이 가장 강한 낮 12시부터 5시까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희범 의정부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에는 야외활동이나 지나친 신체활동은 피하고 특히 아이는 아주 잠시라도 차에 혼자 있거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어른보다 열 배출 더 어려워 세심한 관찰 필요
소아는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당 체표면적비는 높다. 고온 환경에서 열 흡수율은 높고 땀 생성능력은 낮아 열 배출이 성인보다 어렵다. 생리적 적응 능력도 떨어져 성인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된다”며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심 체온은 40도까지 상승할 수 있어 아이의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는 않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열에 방치되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는 중증 온열질환에 따른 증상이 성인보다 심해 더 위험하다. 정 교수는 “어린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 특히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뛰어노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분 섭취해야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바깥 온도가 매우 높을 때는 활동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며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30분마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무더운 곳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미리 물을 마셔둔다. 대신 차나 커피, 술은 피해야 한다. 옷은 땀 흡수가 잘되는 가볍고 밝은 색의 긴팔 옷을 입고 햇볕에 나갈 때는 모자나 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을 할 때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는 그늘로 옮기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물에 적신 얇은 천을 환자 몸에 덮어주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니 물은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격렬한 실내운동으로 열사병과 근육파괴(횡문근유해증) 등으로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돼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실내에서도 격렬한 운동을 못하지만 시원한 실내라도 땀을 배출하지 못하면 중심 체온이 올라 열사병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