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정보화시대의 강자가 되려면 정보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수단이 필수다. 한때 데스크톱 PC와 같은 거치형 단말기가 대표적인 정보통신기기로 쓰이던 때도 있었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노트북이나 PDA,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단말기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다만, 휴대용 정보단말기는 가지고 다니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거치형 정보단말기에 비해 데이터 저장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시로 외부(인터넷 등)와 통신하면서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거치형 정보단말기는 이동을 하지 않으므로 빠르고 안정적인 유선 통신망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반면, 휴대용은 제품 특성상 유선 통신망과 접속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유선에 접속할 경우, 제품의 효용성이 크게 저하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휴대용 정보단말기를 위한 다양한 무선통신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컴퓨터용 유선랜(LAN) 통신을 무선화한 와이파이(Wi-Fi)로, 다양한 기기와 호환이 가능하고 통신속도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와이파이 구역, 핫스팟
다만 와이파이도 단점이 없지 않은데, 특히 무선 신호 도달거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와이파이는 특정 지점에 설치한 AP(Access Point, 무선 공유기 등) 근처에서만 신호를 잡아 통신이 가능한데, 가정용 AP의 경우 주변 20~30m 이내, 기업용 AP의 경우 100~200m 정도가 한계다. 반면, 유효범위 이내에서는 여러 대의 기기들이 동시에 접속해 안정적으로 통신이 가능하며, 4G·5G 이동통신이나 위성통신 등의 다른 무선통신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AP 주변의 통신이 가능한 구역을 핫스팟(hotspot)이라고 한다. 본래는 분쟁구역이나 유흥업소를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에 AP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핫스팟은 자연스럽게 ‘와이파이 통신을 통해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구역’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물론, 와이파이 외의 다른 방식의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구역도 핫스팟이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핫스팟은 주로 도서관이나 커피숍과 같이 많은 사람이 머무르는 공공장소에 주로 설치한다. 해당 점포에서 단독으로 핫스팟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는 대형 이동통신사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최초의 핫스팟은 1994년에 미국의 플랜컴(PLANCOM: Public LAN Communications)사에 의해 보급이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2002년에 KT에서 ‘네스팟(NESPOT, 2012년 현재 명칭은 올레 와이파이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단위 핫스팟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핫스팟
보급 초기의 핫스팟은 노트북이나 PDA를 대상으로 했고, 서비스 가입비도 비싼 편이었다. 게다가 AP 주변을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와이파이의 특성상, 이동하면서 쓰려면 도중에 통신이 되지 않는 구간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효용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을 즈음하여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자 3G와 같은 기존의 이동통신망만으로는 다수의 스마트폰이 발생시키는 트래픽(traffic: 부하)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결국 이를 분산시킬 수단으로 핫스팟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때부터 각 이동통신사는 자사의 망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해 각지에 자사 전용 핫스팟을 대량으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통신속도도 느린 3G 이동통신과 달리, 와이파이는 별도의 이용요금이 들지 않고 빠른 속도로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웠으며, 각 이동통신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앞다퉈 자사의 핫스팟을 설치하고 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2021년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핫스팟 서비스는 SK텔레콤의 ‘T 와이파이존’과 KT의 ‘올레 와이파이존’, 그리고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존’과 공공와이파이가 대표적이며, 전국 시군구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유플러스존의 경우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 전화기용으로 사용하는 AP를 공유해 공용 핫스팟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공공장소 보다는 주로 사무실 밀집 지역이나 주택가를 중심으로 더 많이 퍼져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동통신사들의 핫스팟 서비스는 해당사의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며 그 외에는 별도의 요금을 내야 쓸 수 있다. 대신 ‘KT_Free_WiFi’처럼 ‘Free’ 표시가 붙은 경우엔 해당사의 서비스 가입자가 아니어도,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이용할 수 있다.
공공와이파이의 증가
스마트 기기 보급이 확장됨에 따라 와이파이가 공공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싱가포르나 홍콩 등 국가에서 먼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무료 와이파이 시설인 공공와이파이 구축 사업을 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으며, 2021년 2월 기준으로 공공장소 28,132개소와 시내버스 29,100대(지자체 구축 5,900여 대 별도)를 합쳐 총 57,232개의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된 상태다.
단, 공공와이파이는 누구에게나 개방되며, 전파를 이용하는 무선통신이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하다. 공공와이파이를 이용하면서 생긴 손실은 스스로 져야 하니, 철저한 보안의식이 필요하다. 이에 대비해, 공공와이파이는 “Public WiFi Secure”라는 안전한 형태로도 제공된다. 무선 인터넷으로 통신하는 데이터를 암호화시켜서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AP 이름에 'secure'가 있다면 보안기능을 제공하는 와이파이고, 'free'가 있다면 보안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일반 와이파이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공공와이파이 접속 범위를 확대할 뿐 아니라 품질 개선도 함께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공공와이파이는 주로 2011년에 발표된 규격인 와이파이5(Wi-Fi 5, 802.11ac)였다. 이젠 고성능 와이파이6(Wi-Fi 6, 802.11ax)가 기존 규격의 와이파이 대신 설치되거나, 공공장소의 노후화된 와이파이 공유기가 와이파이6 규격으로 교체된다. 와이파이6은 2019년에 표준규격이 확립된 최신규격으로, ‘차세대 와이파이’로 불린다.
와이파이5는 433Mbps ~ 6.77Gbps의 대역폭(데이터를 전하는 통로의 폭)을 지원하지만, 이론적인 최대 성능이라 실제 와이파이5 제품(공유기, 스마트폰, 노트북 등) 대부분은 433Mbps나 876Mbps 속도까지만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출시된 와이파이6 제품은 최대 1.2 ~ 2.4Gbps 사이의 속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론상 구현할 수 있는 최대속도는 600Mbps ~ 9.6Gbp다. 와이파이5의 이론상 최대 속도인 6.9Gbps보다 30% 빠른 것이다. 현재 와이파이6 제품군은 출시 초기단계라 향후 더 발전한 성능의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와이파이6의 또 다른 장점은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러 기기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처리하기 때문에, 많은 기기를 한 번에 연결해도 데이터 전송속도 저하가 거의 없다. 기존 와이파이5에서 발생하던 멈칫거림도 크게 줄었다. 이와 더불어 여러 장치로 데이터를 동시해 스트리밍해 접속자 수가 늘어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한 MU-MIMO(Multi 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 통신의 무단 도청이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WPA3 암호화 기술을 도입한 점도 와이파이6의 특징이다.
다만, 와이파이6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대중화가 되기엔 아직 넘을 고비가 많다. 공유기 등의 AP 장비가 여전히 고가이며,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단말기의 종류도 적다.
스마트폰 테터링 기능으로 간이 핫스팟 생성 가능
그 외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이 핫스팟을 생성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휴대전화와 PC를 케이블로 연결, 휴대전화의 통신 기능을 이용해 PC로 인터넷을 하는 ‘테더링(Tethering)’ 기능을 무선화한 것이다. 2010년 즈음부터 출시된 스마트폰이라면 대부분 간이 핫스팟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내의 네트워크 메뉴에서 ‘와이파이 테더링(기종에 따라서는 와이파이 핫스팟으로 표기)’ 기능을 실행하면 간단히 쓸 수 있으며, 이를 활성화하면 스마트폰에서 수신 중인 4G 신호나 5G 신호를 와이파이 신호로 변환, 주변에 핫스팟을 생성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성한 핫스팟 역시 주변에 있는 여러 대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최신 LTE, 5G 스마트 기기라면 와이파이 못지않은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자체에서 제공할 수 있는 대역폭(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은 한계가 있으므로, 접속 기기 수가 많아지면 통신속도는 급격하게 저하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사는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 생성한 핫스팟으로 동시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수를 5대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설정에 따라서는 보안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연결을 허용하도록 설정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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