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시작한 ‘헬스’…“혈압도 정상수준으로 내려왔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11시 09분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갑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후 고혈압과 복부비만에서 벗어났다. 권 교수가
 병원 첨단의학센터에 마련된 헬스 시설에서 운동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갑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이후 고혈압과 복부비만에서 벗어났다. 권 교수가 병원 첨단의학센터에 마련된 헬스 시설에서 운동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제대로 조율하면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생겨도 잘 치료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 ‘정신의 부조화’를 일으키는 병이 조현병이다.

조현병의 원래 이름은 정신분열증이었다.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병명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명에서부터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2011년 전문가들이 조현병으로 개명했다. 이를 주도한 의사가 당시 대한정신분열증학회 이사장이었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62)다. 권 교수는 지금도 조현병과 강박증 분야에서 최고의 베스트 닥터로 손꼽힌다. 2018과 2019년에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도 지냈다.


권 교수는 늘 바쁘다. 환자 진료와 연구, 학회 활동, 개인 약속 등으로 일정표가 빽빽하다. 운동과는 담쌓고 살았다. 시도는 했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었다. 하지만 운동 횟수가 처음 ‘매주 1, 2회’에서 얼마 후 ‘2주에 한 번’으로 줄었다. 헬스클럽에 가더라도 대충 샤워하는 수준이다. 운동이 될 리가 없다. 사실 허리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다. “나중에 하지 뭘, 아직 괜찮은데….”

아픈 후 건강관리 필요성 깨달아
2016년 4월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고꾸라졌다. 허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척추 디스크가 터졌다고 했다. 수술을 놓고 고민했다. 테스트 결과 운동 기능에는 문제가 없어 재활치료를 하며 관찰하기로 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발의 바깥 부위에는 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결국 6월에 수술했다. 하지만 발 바깥 부위의 마비 증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떤 부위는 예민해져 통증이 심해졌다. 8월에 재수술을 받았다.

권 교수는 두 번 수술을 받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건강관리에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술을 ‘경고’로 받아들였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했다. 운동을 결심한 이유다.

5년이 지난 지금, 허리 통증은 없다. 다만 발의 바깥 부위 상태는 지금도 썩 좋지는 않다. 어떤 부위는 마비된 상태고 어떤 부위는 과도하게 예민하다. 최근에는 욱신거리는 범위가 종아리를 타고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신경학적으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세다.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신경 쓰인다. 권 교수는 “그동안 건강관리에 무심했기에 받는 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환갑 나이에 ‘헬스’ 본격 시작

수술 부작용을 우려해 5, 6개월은 운동을 삼갔다. 이후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예전 버릇이 나왔다. 하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러다 딸의 ‘잔소리’를 들었다. “아빠가 가장이에요. 가장이 건강을 잃으면 가정이 무너져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19년 5월 아파트에 딸려 있는 작은 헬스시설에 등록했다. 트레이너에게 허리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배웠다. 1주일에 두 번 다녔다. 허리 운동만 주로 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꾸준히 헬스클럽을 이용했다.

지난해 권 교수는 환갑을 맞았다. 체계적으로 해 보고 싶었다. 마침 병원 건물에 헬스클럽이 들어섰다. 곧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트레이너에게 제대로 근력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도 병행했다.

헬스클럽을 이용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사이에 권 교수는 운동에 푹 빠졌다. 평일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을 찾는다. 2일은 근력 운동 50분에, 유산소 운동 30분을 이어 한다. 나머지 3일은 유산소 운동만 1시간 이상 한다. 걷기를 주로 하는데 시속 6~7km의 속도를 유지한다.

권 교수는 최근 한강둔치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했다. 덕분에 주말 걷기가 가능해졌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한강둔치로 나가 1시간 20분 동안 8km를 걷는다. 걷지 않을 때는 아파트 무료 헬스시설에서 1시간가량 근력 운동을 한다.

이젠 운동하지 않고 주말을 보내면 월요일이 찌뿌드드하다. 또 월요일에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무기력해진다. 월요일 오후에 꼭 근력 운동을 하는 이유다. 권 교수는 “이젠 운동하지 않으면 사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고혈압과 비만 모두 잡아
운동하기 전에는 수축기 혈압이 145~150㎜Hg까지 올랐다. 다시 측정해도 같았다. 140㎜Hg을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권 교수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올해 검진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16㎜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일단 약의 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몸무게는 3kg 정도 줄었다. 하지만 체성분이 바뀌었다. 체지방은 확 줄어든 반면 근육량은 늘었다. 덕분에 체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의사 가운의 단추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심한 복부비만 체형이었다. 지금은 배가 홀쭉하다. 허리띠 구멍 2개가 줄었단다. 요즘엔 식사량도 줄이고 소금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식단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권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 운동하지 못한다지만 실제로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당장 급해 보이는 것부터 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루는 경향이 있다. 운동과 관련된 고정관념이 그렇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일단 운동해 보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근력운동의 정신의학 효과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해도 근력 운동은 꼭 할 것을 권했다. 특히 몸의 골격을 잡아주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좋다. 처음에는 힘들 수 있다. 보통 근력 운동은 한 종목에 3~5세트를 한다. 힘든 종목과 덜 힘든 종목을 교대로 하면 수월하게 운동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근력 운동이 단지 육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근력 운동을 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과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욕이 넘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주로 분비된다. 나이가 들면 의욕이 없고 떨어지는 게 도파민이 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도파민이 근력 운동을 하면 더 분비된다는 것이다.

근력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경우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급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온다.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되면 우리는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

그러니까 너무 낮지 않은 수준에서 강도를 유지하면서 근력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과 도파민이 동시에 분비돼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할 때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게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매주 3회, 매회 5분 정도 ‘멍 때리기’를 해 줄 것을 권 교수는 제안했다. 권 교수는 일요일에 TV 드라마를 틀어놓고 멍하게 있단다. 권 교수는 “멍 때리기는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뇌를 쉬게 해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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