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7개월 동안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4시 처음으로 하늘 문을 연다. 엔진 설계와 제작, 발사체 조립, 발사 운용체계, 발사대까지 모두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가 처음 발사되는 것이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자국 기술력으로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로 발돋움한다.
누리호 발사 후 성공 여부는 약 16분 뒤에 가려진다.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누리호에 실리는 1.5t의 위성 모사체가 발사 967초 뒤 고도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진입하면 발사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발사 약 16분 후 성공 여부 판가름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상공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2013년 발사된 나로호(KSLV-Ⅰ)가 0.1t을 탑재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15배로 늘었다. 누리호의 총 길이는 47.2m, 무게는 약 200t으로,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져 있다. 현재 1t급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누리호는 현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자세제어 시스템 점검 등의 기술 작업을 마무리하고 비행 전 기본 점검을 앞두고 있다. 발사 32시간 전인 20일 오전 7시 10분 격납고에서 1.8km 떨어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된다. 발사대에 도착해 기립하고 발사대에 고정하는 작업이 이뤄지면 지상의 전자장비와 발사체의 전자장비의 통신을 위한 엄빌리칼 연결, 발사체 추적 시스템인 레인지시스템 점검과 자세제어계 점검이 차례로 이뤄진다.
발사 당일 온도와 습도, 바람 같은 기상 상황과 위성 파편 같은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발사 여부와 정확한 발사 시간을 정한다. 발사 시간이 확정되면 6시간 전부터 관제장비 운용이 시작된다. 추진제와 산화제 충전까지 완료되면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PLO)을 가동한다. 이때부터 발사체 이륙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발사가 이뤄지면 1단 엔진 4기는 0.2초 간격으로 잇따라 점화된다. 발사대 하단부의 지상고정장치가 4초가량 엔진을 지탱하다가 최대 추력이 300t에 도달하면 정남쪽 방향으로 누리호는 이륙한다.
발사대에서 남쪽으로 발사된 뒤 2분 7초 후면 1단 엔진 연소가 완료되며 고도 55km에 도달한다. 발사 4분 34초 뒤 2단 엔진 연소가 완료돼 고도 252km에 도달하며, 16분 7초 뒤에는 3단 연소가 완료돼 고도 700km에 도달해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하면 마무리된다.
발사 성공 여부는 발사체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각 단이 분리돼 점화하는지에 달렸다. 특히 엔진 연소시험은 지상에서 진행돼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지만 1단 엔진과 2단 엔진 분리는 지상에서 검증이 불가능해 처음 시도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상엽 부장은 “산화제나 연료를 주입할 때 누설이나 화재가 발생한다거나 발사자동운용이 기술적 문제로 멈추면 발사를 연기하거나 중지한다”며 “발사되고 난 다음에도 엔진이나 페어링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궤도를 이탈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발사체 내 폭파 장비를 작동해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차 발사 후 4회 추가 발사로 신뢰성 확보
누리호는 2010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설계와 제작부터 시험, 인증, 발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독자 기술로 수행됐다. 특히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이상의 중대형 엔진을 개발했다.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는 국내 총 3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의 설계와 조립 등 개발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솔루션, 한양이엔지 등의 기업이 협력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75t급 엔진은 2016년 첫 연소시험을 실시한 이래로 184회에 걸쳐 1만8290초 동안 수행됐다. 7t급 엔진 역시 총 93회 1만6925초 동안 연소시험이 진행됐다. 특히 올해 3월에는 75t급 엔진 4기를 묶은 누리호 1단의 최종 종합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어 최종 모델 조립 후 9월에는 발사대에 기립해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공급하고 배출해보는 습식 드레스 리허설(WDR)까지 완료했다.
누리호는 이번 1차 발사에 이어 2022년 5월 2차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신뢰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비 6873억 원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쳤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총 6번의 발사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위성발사 시장을 자력으로 열 수 있다”며 “이후에는 누리호의 성능을 개량하는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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