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팩트시트 2021
최근 10년간 성인 평균 혈압엔 큰 변화 없지만
고혈압 유병자 꾸준히 늘어 1200만 돌파 추정
출산 감소에도 임신 관련 고혈압 오히려 늘어
“예방-관리-형평성에서도 모범 사례 일궈내야”
국내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28%, 30세 이상은 33%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무려 120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임상현)는 5일 우리나라 고혈압의 유병 규모와 관리 현황을 정리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1(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1)’을 발표했다.
학회는 2018년부터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기반한 고혈압 팩트시트를 발간해 고혈압 유병 환자의 규모와 관리 수준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올해는 여성 고혈압을 특화 주제로 삼아 남자와 여자의 고혈압 유병 규모와 치료 현황을 비교하고,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 치료 현황에 대한 자료도 추가했다.
2018년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평균 혈압은 수축기 119mmHg, 이완기 76mmHg로 최근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유병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12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02년 300만 명에서 2018년 100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250만 명에서 950만 명으로, 고혈압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도 60만 명에서 690만 명으로 늘었다.
고혈압 치료제의 처방 패턴 분석 결과 2002년에는 환자 대부분이 한 가지 종류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2019년에는 41%만 한 가지 치료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가지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43%로 나타났으며, 16%는 3가지 이상의 고혈압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종류로는 안지오텐신차단제 사용이 빠르게 증가해 전체 처방전의 73%에 안지오텐신차단제가 포함되어 있고, 그다음으로는 칼슘채널차단제(61%), 이뇨제(25%) 베타차단제(16%) 등이 많이 처방되고 있다.
고혈압 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지표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2000년대까지는 빠르게 향상됐지만, 최근 들어 향상 속도가 둔화됐다. 특히 50세 미만 고혈압 환자에서 인지율, 치료율 개선이 더디기 때문에 젊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고혈압 예방과 검진,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고혈압 유병자는 남자 630만 명, 여자 577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65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는 남자 196만 명, 여자 299만 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조절률도 50대까지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지만,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여자가 더 나쁘다. 특히 70세 이상 여성 고혈압 유병자에서 고혈압 조절률은 더 나빠지고 있다. 최근 출산 건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 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15∼49세 출산 여성 중에서 9%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며, 임신 이전부터 있던 만성 고혈압이 5.4%, 임신 유발 고혈압이 3.1%에 달했다.
김현창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역학연구회장(연세의대 교수)은 “최근 란셋에 발표된 전 세계 고혈압 관리 수준에 대한 연구논문에서 우리나라를 고혈압 관리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고 있으며, 그 성과로 심뇌혈관질환 사망률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 때문에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자는 여전히 늘고 있어, 질병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고혈압 예방 및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두었던 여성 고혈압, 특히 여성 노인들의 고혈압 관리와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의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은 “고혈압은 사망 위험요인 1위 질환이지만 자기 혈압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고 혈압 조절을 위해 생활습관 개선과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아직 부족하다”면서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 수준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고혈압 관리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취약계층이 여전히 남아 있고, 고혈압 치료 수준은 향상됐지만 예방은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고혈압 예방과 관리의 전반적 수준은 물론 건강 형평성 면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대한고혈압학회는 보건당국과 국민 모두와 함께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