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0’ 만들기 어렵다면 ‘상생’ 모색해야[전문의 칼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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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방부 천안·아산 충무병원 재단 회장
금연이 최선이지만 쉽지 않아… 덜 해로운 ‘중간 과정’도 필요
전자담배 등 금연보조제는 물론… 현실적인 새 플랫폼도 고려해야

윤방부 천안·아산 충무병원 재단 회장
윤방부 천안·아산 충무병원 재단 회장
의사라는 직업은 다양한 면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연인 관계’라고 부르곤 한다. 환자의 생활, 성격, 괴로움, 즐거움, 가족관계 등을 이해하고 종종 환자진료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진료하는 것만이 아니고 한 인격체인 인간을 진료하는 것이다. 의학적 지식만으로 진료하는 의사를 쉽게 ‘지식의 의사’라 한다면 오랜 진료 경험을 통해 환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와 상의해 진료하는 ‘지혜의 의사’도 있다.

특히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 질환은 지혜의 의사가 필요하다. 흡연은 암을 포함해 분명히 많은 인체의 질환을 만드는 요인이다. 금연하도록 돕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그러나 흡연자 중에는 해로움을 알면서도 흡연하는 경우도 많다.

금연이 최선의 치료법이지만 흡연자 중 30% 정도는 도저히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어 답답해한다. 현재 금연 프로그램 성공률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로서 금연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떠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할까?

크게는 청소년 흡연 예방과 더불어 흡연자가 금연하도록 하는 게 궁극의 목적이다. 시작하지도 않고 끊는 것이 물론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금연하지 못하는 흡연자를 위해서 최종적으로는 금연을 목표로 하지만 건강에 좀 덜 해로운 중간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국 및 뉴질랜드에서는 전자담배를 의사의 적절한 치료와 함께 금연보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식품의약청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중 하나를 위험 저감 담배 제품으로 인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담배 위해 감소에 대한 명확한 연구를 위해 ‘담배연기 없는 사회 연구회 (KASS)’를 발족했다. 연구회는 코호트 연구 등을 통해 실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그 위해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정책 대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 및 사회의 금연 정책은 이분법적인 논의만 이뤄졌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현재의 금연 정책은 변함없이 중요한 기조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흡연율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라면, 새로운 플랫폼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헬스동아#건강#의학#전문의 칼럼#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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