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되지 않은 미세한 세포들, 잔존 땐 재발-사망 위험 커져
생물학적 제제가 유일한 해법
환자들 치료 접근성 개선돼야
백혈병은 백혈구를 만드는 골수의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돼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이 중 공격적이고 빠른 진행양상을 보이는 백혈병이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이다. ALL의 초기 증상으로는 정상 혈구의 감소로 인한 빈혈, 출혈, 감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백혈병은 재발이 잦고 재발 뒤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따라서 사전에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ALL 재발의 주요 요인은 미세잔존질환이다. 현미경을 이용한 기존의 검사법으로는 암세포가 사라졌더라도, 정밀하게 검사하면 몸속에 치료되지 않은 미세한 백혈병 세포가 측정될 수 있다. 이를 미세잔존질환이라고 하는데 성인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30∼50%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잔존질환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이면 재발 위험이 높아지며, 궁극적으로 사망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세잔존질환이 음성이면 10년간 재발 없이 생존할 확률이 약 64%이지만, 양성이면 21%에 그친다. 수치적으로도 약 3배나 차이를 보인다. 전체 생존율을 따졌을 때도 미세잔존질환 음성 환자는 양성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72% 낮았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와 유럽종양학회 등 해외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정기적인 미세잔존질환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를 지속해 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신호진 교수는 “ALL은 사전에 재발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미세잔존질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세잔존질환 치료는 ‘블리나투모맙’ 등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해 몸속에 잔류하는 미세잔존질환 세포의 양을 줄이는 것이 유일하다. 다행히 이 약은 지난해 9월 국내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았다. 신 교수는 “아직까지 사용 허가가 제한적이어서 국내 환자들이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루빨리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 더 많은 환자들이 미세잔존질환 치료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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