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순천향대 교수가 말하는 근시의 원인과 예방하는 방법은
어릴 때 공부만 하면 ‘도파민 부족’
3∼12세 땐 충분히 야외 활동해야
눈 건강에는 영양제 섭취도 좋지만, 채소-과일 직접 먹는 게 더 효과적
멀리 있는 사물이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것이 잘 보이는 눈의 상태를 근시라고 한다. 근시는 눈이 몸에 비해 ‘큰’ 상태다. 몸의 성장에 맞추어 눈이 커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몸의 성장보다 눈의 크기가 더 큰 비율로 커진다면 근시가 된다. 남자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여자는 중학생이 될 때까지 눈이 나빠지다가 이후 눈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은 눈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사진)에게 근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근시는 왜 생기나.
“눈 크기가 몸의 성장보다 더 큰 비율로 커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을 들고 있다. 유전 요인이란 한국과 중국처럼 인구의 90% 이상이 근시인 나라에 인종적으로 근시 유전인자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유럽과 미국인은 30%, 아프리카인은 10%만 근시인 데 비해 아시아인은 80%가 근시인 것을 보면 인종 근시 유전인자는 있다. 실제로 15개의 염색체에 퍼져 있는 근시 유전인자가 20개 정도 밝혀졌는데, 어떤 유전인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환경 요인은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오랫동안 나쁜 자세로 근거리 작업을 하는 걸 문제로 본다. 눈의 모든 근육들이 긴장을 하면서 눈이 혹사당하는데 이게 눈의 껍질인 ‘공막’에 신호를 보내서 공막을 구성하는 섬유 성장에 영향을 줘 눈 크기가 커진다는 가설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안과 의사들이 환경 요인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근시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환경 요인이 이슈로 떠오른 이유가 있다. 권위 있는 연구지인 네이처는 중국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체 인구 중 근시 비율이 20%였는데 최근 90%로 많아진 현상과, 서울 인구의 96.5%가 근시인 점에 대해 논문을 실었다. 결론적으로 근시 유발은 망막의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참고로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기쁨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어릴 때 야외 활동을 하면 빛이 눈에 들어와서 망막의 도파민 분비를 일으키고, 이 호르몬이 눈의 성장을 몸의 성장과 맞춰 나가도록 신호를 보낸다. 만약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해서 빛이 눈에 들어오지 못하면 도파민은 줄고 눈의 성장이 과도해져서 근시가 된다고 한다. 즉, 중국과 한국은 초등학생들이 공부 열풍에 빠져서 충분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고, 햇빛에 의한 도파민 분비가 제한받게 되어 근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들의 야외 활동이 근시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그래서 어떤 나라는 어린이 근시를 막기 위해 공부 시간 중간에 필수적으로 야외 체육 활동 시간을 넣기도 한다.”
―근시를 예방하는 방법은….
“유전자 분석에서 20개 정도의 근시 유전인자들이 15개 염색체에 골고루 퍼져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유전 요인을 바꾸기 어렵다. 다만 환경 요인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태어날 때 16mm인 눈 크기가 3세가 되면 23mm가 되고, 12세가 되면 성인 크기인 24mm의 눈이 된다. 3세까지는 바꾸기 어렵지만 3세 이후부터 12세까지는 눈의 크기가 더 많이 커지지 않도록 시도해 볼 수 있다. 네이처의 도파민 이론과 이에 부합하는 많은 연구 결과에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야외 체육 활동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교육제도 혁신과 부모의 헌신이 따라야 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아이들과 야외로 나갈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교과서와 게임 등으로 눈을 혹사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햇빛이 눈 속에 들어와 우리 아이들의 눈이 근시가 되는 것을 막을 것이다. 물론 태양을 직접 보는 것은 망막 손상을 가져오니 금기다.”
―눈 영양제는 효과가 있을까.
“최근 미국의 노인눈질환연구회(AREDS)에서 황반변성이란 망막질환의 예방에 대해 영양제 연구를 시행한 것이 있다. 두 차례에 걸쳐서 약 4000명에게 15년 동안 매일 영양제를 먹인 대규모 연구에서 루테인, 제아크산틴(지아잔틴), 비타민C와 E, 미네랄 등이 망막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영양소들은 대부분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채소와 과일을 직접 먹으면 영양제를 먹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영양제는 채소와 과일을 잘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입맛은 어릴 때 결정되는 만큼 어릴 때부터 채소의 건강한 맛을 알려줘야 한다. 사소한 식생활 습관 하나가 중요한 눈 건강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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