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는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 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개발자 대표, 같은 고민의 흔적을 따라서
페스타(진겸 대표)는 세미나와 행사 등의 이벤트를 편하게 주최하고 관리하는 올인원 솔루션을 ‘SaaS (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SaaS란 '별도의 설치나 전환 과정 없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를 뜻한다. 기존에도 이벤트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주최자가 이용하기엔 상당히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 진겸 대표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벤트를 여러 번 개최하면서, ‘주최자의 이용자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 생각을 하면서 페스타를 설립했다.
다만, 한국에서 SaaS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영업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페스타의 개발 업무도 담당하는 진겸 대표는 대표로서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에 진겸 대표와 함께 버넥트의 하태진 대표를 만났다. 버넥트는 증강 현실(AR)을 이용해 업무 매뉴얼을 AR 콘텐츠로 만들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전달해 원격으로 도움받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진겸 대표와 마찬가지로 개발자 출신의 대표이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유사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와 관련된 대화를 문답으로 정리한다.
진겸 대표(이하 진 대표): 페스타는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다. 버넥트가 다른 기업과 협약을 맺고 제품을 실제로 판매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하태진 대표(이하 하 대표): 2015년에 개인 사업자를 먼저 내고 2016년 7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사람들이 이제 막 AR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MVP(‘최소 기능 제품’,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의 가장 초기 버전)는 사업 첫해부터 나왔다. 개발자 출신이라서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일반 소비자용으로 만들었는데, 이땐 이 산업 분야가 초창기다 보니 이용 가능한 콘텐츠가 적어 생태계 형성이 안 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서 산업용으로 외주 의뢰가 왔고, 일반 소비자보단 B2B(기업 간 거래)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버넥트도 이제 막 시장을 만들어가는 단계고, 아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진 대표: 고객이 먼저 요청이 와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된 건가?
하 대표: 우리 제품을 알려야 연락이 오니, 그땐 엑스포나 월드IT쇼 등 전시를 나가서 버넥트를 홍보했다. AR이나 VR(가상 현실) 업체도 많이 없던 시기라 우리 쪽으로 의뢰가 많이 왔다. 우리도 마땅한 소프트웨어가 없으니 프로젝트 베이스로 해서, 사내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SI(시스템 통합)성으로 제공했다. 이걸 나중에 제품화한 거다. 전시를 열거나, 상을 받거나,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면 인바운드(고객이 어떤 문제점을 이유로 상품을 구매하려는 목적을 갖고서 업체를 찾는 것)로 고객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진 대표: 기업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입소문을 내는 것 말고도, 상을 받았거나 회사에 관한 기사가 나오는 게 실제로 마케팅에 효과가 있나?
하 대표: 고객들은 조사를 정말로 많이 하고 연락을 한다. 대기업 같은 경우는 기존의 솔루션을 다 상세하게 조사하고, 그 뒤에 입찰 과정을 거친다. 입찰 땐 가격, 성능, 품질, AS다 비교한다. 버넥트도 다 입찰에서 경쟁으로 수주한 거다. 직원들이 조사한다면 일반적으로 어딜 많이 참고할까? 우리와 마찬가지로 검색을 통해서다. 결국, 수상 기록이나 미디어의 기사를 먼저 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
POC(Proof Of Concept, 새로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도 이미 개발된 제품, 요구에 따라 개발하는 것들 구별 없이 정말 많이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대기업에서 라이선스를 한두 개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외 테스트와 기술 검증을 끝내고 라이선스 수를 크게 늘리는데, 그만큼 회사 하나가 내는 가능성이 커진다.
진 대표: 소프트웨어 비용이 30만 원인데, 이건 어떤 기준으로 잡은 건가?
하 대표: 버넥트 제품은 구독형과 기간제로 나뉘고, 아예 특정 버전만 구매할 수도 있다. 구독형은 퍼블릭(개방형)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사내망)로 구축하는데, 퍼블릭 클라우드는 비용이 월 30만 원이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다만, 버넥트는 다른 곳에선 이용할 수 없는 기능들을 추가로 제공한다. SaaS는 보통 가치 기반으로 가격을 정하는데, 버넥트는 제품의 밸류가 높아서 그 가격으로 했다.
고객의 소리(VOC)를 들으면 알겠지만, 한국 고객들은 기준이 높다. 이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하다 보면 경쟁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렇게 고객의 요구를 다 개별적으로 맞추다 보면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지금 인력이 다 갖춰진 건 아니었다. 사업이 확장되면서 직원을 매년 거의 30명씩은 채용했다.
“묵묵하게 걷다 보면 해결되는 일들도 있다”
진 대표: 페스타는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경우는 없고,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제품을 쓸 의향이 있냐고 물어본다. 다들 “괜찮다”고 말하기는 한다. VC(벤처 캐피털)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페스타는 제품 개발을 끝내는 게 먼저인 거 같다. 아직 SaaS 초기 제품 치곤 기능이 충분히 갖춰진 편은 아니다. 코어 기술이 부족하기보단 단순히 시간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하 대표: 대부분의 초기 기업이 다 그렇다. 버넥트도 소프트웨어 버전이 2.5 정도로 올라왔는데, 여전히 매 분기 마이너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우리도 초기 버전은 당연히 문제가 많았고 기능도 없는 게 많았다.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이상 수준까지 온 것이다. VOC를 들으면서 업데이트를 하면 해결될 문제다. 다만, 개발자를 뽑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개발자를 어떻게 하면 잘 뽑을지 고민 중이다.
어떻게 보면, 투자를 빨리 받아서 자금을 챙겨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투자 규모보다 어디서 투자를 받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기존 VC들이 다른 VC를 추가로 소개하기도 한다. 산업은행 같은 곳에서 투자를 받으면, 다른 VC도 “그 기업이 괜찮은 곳이다”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진 대표: 투자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사안을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대표로서 할 게 너무 많으니 마음을 잘 다스리기가 힘들 때가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는 편인가?
하 대표: 앞으로 문제는 수백 배로 많아질 것이다. 나도 창업하고 1~2년 정도는 개발을 했지만, 지금은 전혀 못 하고 있다. 인사 문제, 직원 관리, 고객 관리 신경 쓸 게 정말 많다. 대표는 결국 직원들에게 특정 부분의 일을 맡겨야 한다. 모든 걸 혼자 맡을 순 없다. 버넥트의 산업군 특성상 임원들이 다들 나이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렇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회사니까 일을 다 맡긴다.
진 대표: 스타트업은 사람을 구하는 것도 많이 고민하지 않나. 어떻게 인력을 충원하나?
하 대표: 많은 방법을 다 동원한다. 헤드 헌터, 링크드인,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리는 것 등등. 헤드 헌터는 연봉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줘야 하니까 비용이 많이 든다. 지인 추천하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도 사람을 뽑고 있다. 시드머니(Seed money)가 받쳐줘야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아까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투자는 로켓 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로켓을 쏘면 떨어지지 않게끔 자금을 투입해야 하니,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한다. 그런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 대표: 올해 창업을 하면서 이제 마음이 조금 지친 거 같다. 특히 올해 초에 정부 지원 사업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심적으로 지쳤다. 정부 지원 사업을 앞으로 좀 줄일 예정이다.
하 대표: 창업하고 4년 정도까진 제안서를 내가 썼다. 근데, 할 일이 많아지니까 그것도 전담팀을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 사업도 큰 것들 위주로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컨소시엄으로 해서 정부 사업의 참여 업체로 오라는 연락이 온다. 그런 경우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도 커진다. 정부 지원 사업에 목을 매면 위험하지만, 그걸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투자 심사자들도 기업이 어떤 R&D 사업에 참여했는지 보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선택했는지. 그래서, 아예 안 하는 것보단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회사 자료를 보니까 이제 성과를 많이 만들고 있는 거 같다. 그런 기록들이 투자 유치에도 될 것이다.
진 대표: 사업을 운영하면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가 힘들 때가 있다. 숫자나 통계를 기초로 판단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한국은 아직 SaaS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 불안하기도 하다.
하 대표: 나도 연구원으로 10년 일해보니, ‘그냥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되기도 한다’라는 태도를 갖게 됐다. 필요하면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버넥트도 회사 복지 차원으로 월 1회 정도는 상담을 지원하는데, 다들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나도 실천하진 못한 부분이지만, 창업자들 모임을 가면 서로의 애로사항을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얻기도 한다. 나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가보고 싶다.
진 대표: SaaS는 어떻게 영업하는 게 좋을까?
하 대표: 영업을 할 때 쉴새 없이 말하는 그런 모습을 생각하기 쉬운데, 고객 입장에선 품질이나 고객 관리 시스템 등이 훨씬 중요하다. 나는 차분하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얘기하는 편인데, 내가 영업을 했을 땐 매출이 매년 두 세배씩 올랐다. 고객이 대표를 믿고 맡기는 거다. B2B는 신뢰가 중요한 영역이다.
이제 영업을 내가 맡기 어려우니, 유통 채널 영업을 잘하는 소프트웨어 총판하던 사람들을 뽑아서 맡기고 있다. 최근에도 전국 소프트웨어 유통 회사와 모여서 파트너스 데이를 했는데, 이를 통해 SaaS를 국내 네트워크에 융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SaaS 쓰세요, 무조건 이게 좋아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이 답답하기도 할 거다. 그렇지만, SaaS 시장도 과거에 비해선 정말 많이 변했다. 우리 기준에서 느리게 변할 뿐이지 정체된 건 아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봤을 때는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이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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