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어썸랩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한 줄 소개’를 만들어라
어썸랩은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를 1년에 하나씩 빠르게 개발해 출시하는 전략을 지닌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차량용 안전 삼각대 ‘세이프팩’를 출시했고, 올해 휴대용 온수 가열기 ‘워터 워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미 세 번째 제품, 네 번째 제품을 준비 중이다.
어썸랩 김동묵 대표는 어썸랩의 장기적인 목표가 샤오미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샤오미는 스마트폰부터 공기 청정기, 로봇 청소기 등 온갖 제품을 다 만든다. 어썹랩도 해마다 하나씩 제품을 넓혀 샤오미처럼 폭넓은 제품군을 갖추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샤오미와 달리 어썸랩에는 아직 그런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어썸랩이 이제 막 시동을 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는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썸랩은 현재 세이프팩, 워터 워머 두 제품을 출시했지만 각 제품을 따로 홍보 중이다. 관심 있게 들여다 보거나 따로 조사하지 않으면 두 제품이 한 회사 제품이라는 것도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현재 통합 브랜드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어썸랩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전문가로 허수정 CJ ENM 콘텐츠 브랜딩·마케팅 매니저가 초빙됐다. 허수정 매니저는 브랜드 기획과 콘텐츠 마케팅을 오랜 기간 담당한 전문가다.
허수정 매니저는 먼저 브랜드 마케팅 이전에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즉 브랜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랜드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 마케팅부터 했다간 자칫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Brand)는 ‘불로 달구어 지지다’를 의미하는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가축 소유권을 표시하기 위해 불에 달군 인두로 고유한 낙인을 찍는 데서 비롯됐다. 과거 장인이나 예술가들도 자신의 제작물임을 나타내기 위해 고유의 낙인이나 인장을 남겼다. 현대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업의 고유한 제품이라는 걸 나타내는 낙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먼저 허 매니저는 어썸랩을 소개하는 문구를 떠올려보라고 조언했다. 회사를 소개하는 건 사람의 자기소개와 다르지 않다. 먼저 성별, 나이, 출신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들이 나온다. 하지만 개개인을 차별화하는 건 그 사람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경험, 특성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30대 여성’이라고 하면 그저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지만 ‘패션 감각이 뛰어난 30대 여성’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특별한지 알 수 있다. 회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사실 전달 외에 그 회사가 어떻게 특별한지 알려주는 형용사를 붙여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워너비 이미지’다. 즉, 사람들이 기업의 소개를 들었을 때 떠올렸으면 하는 이미지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종합해 브랜드를 정확히 규정하는 한 줄 소개를 완성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소개는 브랜드를 항상 따라다녀야 한다. 대표적인 유니콘들의 사례를 보자. ‘당신 근처의 당근 마켓’, ‘금융의 모든 것, 토스에서 쉽고 간편하게’처럼 이름 앞뒤로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가 항상 따라붙으며 스스로 어떤 기업이고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이 필요없는 건 삼성전자처럼 전 국민 누구나 아는 기업뿐이다.
김 대표는 어썸랩을 소개할 때 ‘미들웨이급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를 SPA 브랜드처럼 1년에 하나씩 만드는 제조업 분야 스타트업’으로 설명한다. 이 설명은 어썸랩이란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인지를 알려줄 순 있어도, 어썸랩이란 브랜드를 규정하는 말로는 적절하지 않다.
일단 말이 어렵다. 이해하려면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미들웨이는 무엇인지,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는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브랜드는 설령 그 대상이 전문가라 하더라도 초등학생,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허 매니저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기가 정확히 이해를 못 하면 자기 것이라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아 그런 게 있구나’하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품 범주와 타깃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는 일상용품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같은 일상용품이라도 자동차 용품과 주방 용품은 타깃이 확연하게 나뉜다. 브랜드를 정립하고 마케팅을 하려면 결국 좀 더 세부화된 범주를 정하고, 타깃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썹랩이 그동안 범주와 타깃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던 나름의 이유도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성이 있는 제품을 빠르게 개발해 출시하는 것 자체가 어썸랩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어썹랩이 롤 모델로 삼은 ‘샤오미’도 스마트폰부터 로봇 청소기, 공기 청정기 등 온갖 분야의 제품을 다 만든다.
하지만 허 매니저는 추후 확장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과 별개로, 당장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범주와 타깃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브랜드를 규정하는 말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건 나중에 실제로 사업과 제품군이 확장됐을 때 고민할 일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당초 목표를 달성한 뒤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며 브랜드를 새로 정립하는 일은 흔하다.
당장 브랜드의 타깃이 불분명하면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가 없다. 예컨대 SNS에 홍보 게시물 하나를 올릴 때도, 타깃이 정해져 있어야 어떤 SNS를 활용할지 정할 수 있다. 연령대마다 주로 사용하는 SNS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휴처를 정하거나, 판매처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깃’을 정해야 ‘타깃팅’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어썸랩의 제품군이 ‘중구난방’에 가깝다며 범주를 정하고 싶어도 그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공개된 어썸랩의 제품은 차량용 안전 삼각대 ‘세이프팩’과 휴대용 온수 가열기 ‘워터 워머’ 두 가지다. 얼핏 전혀 다른 상품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캠핑’, ‘차박’ 같은 키워드로 충분히 묶을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세 번째, 네 번째 제품도 비슷한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제품이었다. 허 매니저는 우선 ‘여행용품’이라는 범주에서 어썸랩의 브랜드를 구성해보길 제안했다.
허 매니저는 브랜드가 외부에 나가기 전에 먼저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브랜드를 규정하는 말은 ‘정말 우리가 이런 기업이 맞는가?’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질문에 답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라는 건 내부적으로는 집안의 가훈과도 같은 역할도 한다. 만약 어썹랩이 ‘신선하다’, ‘특이하다’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담았다면 구성원들은 ‘정말 이게 신선한가?’, ‘정말 이게 특이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를 규정한다는 것은 사업 방향을 정하는 일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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