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로 녹아든 다이슨 데모스토어··· 'VR로 써본 에어랩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1월 22일 10시 45분


쇼룸(Showroom)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접하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을 의미한다. 쇼룸의 형태는 백화점이나 브랜드 매장, 혹은 행사를 위해 임시로 제작된 부스까지 다양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온라인 쇼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 많은 오프라인 상점들이 폐쇄돼있던 반면, 온라인에서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반응형 웹페이지 기반의 쇼룸이 대세가 됐고,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한 실시간 제품 소개까지 등장했다.

이제 시장은 더 특별하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 현실을 선택하고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기기를 활용한 가상 쇼룸은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이 없는데 다가 기존의 온라인 기반 제품 소개나 쇼룸보다 훨씬 더 몰입감 있게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 VR 쇼룸은 직접 전시장을 찾아가 차량을 확인해야 했던 자동차 업계, 모델을 통해 착용예를 봐야 했던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Dyson)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다이슨 데모 VR 시연 장면. 제공=다이슨
다이슨 데모 VR 시연 장면. 제공=다이슨

다이슨은 11월 21일, 집에서 VR 기기를 활용해 다이슨의 제품 및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VR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적용한 신개념 가상 매장 ‘다이슨 데모 VR’을 선보였다. 다이슨 데모 VR은 다이슨의 쇼룸인 ‘데모 스토어’를 VR로 구현한 것으로, 엔지니어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활용한 시각화 및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돼 실제 데모 스토어와 흡사한 제품 설명과 활용 방식을 체험할 수 있다.

다이슨의 VR 쇼룸은 현실의 연장선이다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다이슨 데모스토어 전경. 출처=IT동아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다이슨 데모스토어 전경. 출처=IT동아

다이슨의 VR 쇼룸을 알아보기에 앞서, 다이슨 데모스토어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다이슨은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헤어케어 제품을 위한 ‘다이슨 팝업 데모 스토어 뷰티랩’을 열고 헤어케어 제품군 소개에 나서고 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여의도 IFC몰에 국내 첫 데모스토어를 열고 다이슨의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이슨 데모 스토어가 일반 전자제품 매장과 다른 점은 제품 판매보다도 제품 자체의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이다.

다이슨 데모스토어에는 엔지니어로부터 교육을 받은 제품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고객이 요청할 때만 제품과 기술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제품은 단순히 전시만 되어있는 게 아니라, 적용된 기술력과 제품 내부 구성까지 상세하게 뜯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다이슨 데모스토어 두 곳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어서 서울 이외 지역의 고객들이 데모스토어를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다이슨 데모 VR이다.

다이슨 엔지니어가 VR 기기를 착용하고 제품 개발 중인 모습. 제공=다이슨
다이슨 엔지니어가 VR 기기를 착용하고 제품 개발 중인 모습. 제공=다이슨

다이슨 데모 VR은 메타(페이스북)의 VR 기기인 오큘러스 시리즈에 탑재된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Dyson Demo VR'을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사용자는 VR 기기만 있으면 된다. 물론 VR 기기가 없더라도, 웹 브라우저를 활용해 스마트폰 및 컴퓨터로도 데모 VR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출시 배경은 디지털을 통해 데모 스토어를 전파하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이미 다이슨이 VR과 관련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실물 제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시뮬레이션과 3D 렌더링 기술 등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해왔다. 특히 과거 전기차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에도 주행 환경이나 제품 규격, 내·외부 인테리어 등을 VR 기술로 구축해 시뮬레이션을 추진한 바가 있다.

다이슨 관계자가 ‘데모 VR’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IT동아
다이슨 관계자가 ‘데모 VR’ 관련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이번 데모 VR 역시 이미 제품 개발 단계에서 활용되어온 VR 기술력을 토대로 제작됐다. 특히 VR 기술을 활용하면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나 온도, 동작 중인 부품 등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 기존의 데모스토어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방식의 제품 체험도 가능하다. 출시일을 기준으로 공개된 데모 VR은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와 및 코랄 스타일 스트레이트너, 에어랩 스타일러로 구성된 세 종류의 헤어케어 제품군이 준비되어 있고, 청소기나 공기청정기 등 다른 제품군은 추후에 추가될 예정이다.

직접 VR로 다이슨 제품을 체험해보았다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활용하는 예시. 제공=다이슨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활용하는 예시. 제공=다이슨

오큘러스 퀘스트 II를 활용해 데모 VR에 접속해봤다. 데모 스토어에 접속하면 세 가지의 헤어케어 제품군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주변에 제품 설명과 관련된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컨트롤러를 활용해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 정면에 드라이어와 조합할 수 있는 스타일링 노즐 전 제품군이 나열돼있는데, 반대편 컨트롤러로 집어서 드라이어 앞에 대면 자동으로 부착된다.

잔머리를 잡아주는 플라이어웨이 노즐을 장착하니 실제 공기의 흐름처럼 원형으로 감아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시각적으로 표현됐다. 이어서 드라이어를 네 가지의 종류의 머릿결에 갔다 대니 잔머리가 잡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찬 바람과 따뜻한 바람을 조절해가며 상세한 활용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모 VR을 통해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를 시연하는 예시. 제공=다이슨
데모 VR을 통해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를 시연하는 예시. 제공=다이슨

이어서 에어랩 스타일러를 집어봤다. 에어랩 스타일러를 집으니 앞서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와 마찬가지로 장착할 수 있는 노즐이 나열되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부착했다. 그다음 옆에 있는 머리카락 아래에 대고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니 머리칼이 에어랩 노즐에 감기면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에어랩 스타일러는 머리가 짧은 남성이 쓸 일이 없어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상세한 동작 방법이나 제품 디자인, 구성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데모스토어처럼 색상이나 제품 정보, 구매까지도 지원한다. 색상은 현재까지 출시된 색상이 모두 구현되며, 제품 구매 단계에서 설정할 수 있다. 제품 정보는 제품 동작 시 배경에 동영상으로 제공되거나, 별도의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컨트롤러를 당겨보니 제품의 충전 단자나 그릴, 노즐 등 상세한 부분이 실제 제품과 동일하게 구현돼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현실에서 제품을 체험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지만, 오히려 기술에 대한 설명이나 동작 방식을 이해하는 부분 만큼은 데모스토어보다 더 세밀하게 알 수 있었다.

VR로 만나는 데모스토어, VR 기기 있다면 해볼 만해

실제 체험과는 다르지만,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면이 많다. 출처=IT동아
실제 체험과는 다르지만,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면이 많다. 출처=IT동아

데모 VR을 통해 다이슨이 추구하는 바는 확실하다. 지금도 다이슨 데모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기술을 실증하고 소개하는 역할이 더욱 크다. 많은 제품이 분해된 상태에서 기술적인 설명이 제공되고, 제품 동작 방식을 알 수 있도록 조형물들이 가득하다. 마치 기초적인 과학 실험을 체험할 수 있는 사이언스 파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방문을 통한 제품 체험이 어려워지면서, VR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다이슨의 기술 소개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이슨 이외에 많은 브랜드가 VR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슨의 데모 VR은 단순히 제품을 보는 단계를 넘어서, 기술적인 이해와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VR 쇼룸의 모범이라는 느낌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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