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가 등장한지도 만 4년이 다 되어 간다.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계속 똑같은 게임만 하기엔 질린다. 슬슬 기존보다 훨씬 진보된 '배틀 로얄' 장르의 게임이 나올 때가 된 건 아닐까.
지난 5월과 9월에 걸쳐 두 차례 신작 게임 '스카이스크래퍼'를 공개한 국내 게임 개발사 라타타스튜디오는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보여주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아직 그 누구도 실현시키지 못한, 독보적인 차세대 배틀 로얄 장르 게임 개발은 절대 쉽지 않은 과제일 터. 하지만 라타타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차별화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을 구체화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단 한 달 사이에도 경이적인 개발 진도를 보여주며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기존의 배틀로얄 장르 게임들이 전쟁터에서 수평적으로 2차원 적 전투에 머물렀다면, 라타타스튜디오는 빌딩 위를 오가며 싸우는 수직적 전투를 가미했고 여기에 '배틀기어'라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성을 높였다.
또 자기장 시스템을 배제하고 특유의 '타임 서클' 시스템으로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전투를 꾀했다.
이렇게 기본 전투 시스템만으로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스카이스크래퍼'는 MZ 세대를 관통하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근 미래의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미려하게 재현했고, 사이버틱한 감성과 캐릭터 별 깊은 스토리와 개성이 융합됐다. 강렬한 비트 음의 젊음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세계관에, 현실과 융합된 PPL 등 메타버스와의 결합도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모빌리티 회사와 패션 브랜드 등이 게임 내의 세계관에 등장하고, 각 캐릭터들이 입고 나왔을 때의 브랜드 오마주, 보다 세련된 디자인의 오토바이 등의 탈것 등은 충분히 현실과 융합될 수 있어 보였다.
혹시 몰라 질문해 보니 실제로 글로벌 미디어 업체와의 IP 사업에 대한 제휴가 추진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하, 이만한 퀄리티의 가상 현실과 게임의 만남이라니, 혹시나 내가 '라타타스튜디오에 와서 꽤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단 10개월의 개발 기간.. 경이적인 완성도를 보이다
개인적으로 게임 투자 관련 VC 들과 자주 어울리고, 게임 심사나 투자 평가도 자주 하는 입장에서 라타타스튜디오는 주목해야 할 개발사 중 하나였다. 친한 VC가 두 군데나 투자를 넣었고,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점은, 올해 1월에 처음 개발에 돌입한 게임의 완성도가 개발 8개월 만에 이미 웬만한 스팀의 얼리억세스 버전 이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2~3달에 한 번씩 살펴보는 게임은 최소 6개월은 걸렸을 듯한 변화를, 라타타스튜디오는 단기간에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벌써 이만큼이나 만들었어요?"
라타타스튜디오 개발자들은 '스카이스크래퍼'를 공개했을 때 외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이 소리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했던 타 VC도 반응은 비슷했다.
이렇게 개발 완성도가 눈에 띄게 빠른 비결은 무엇일까? 라타타스튜디오 측은 명확한 방향성과 팀워크에 해답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스카이스크래퍼'의 개발 팀원은 33명. 이중 상당수는 과거 '워록'때 합을 맞춰본 1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며, 이외에도 대부분 '서든어택'이나 ‘하운즈’, '건즈온라인' 등 FPS(1인칭 슈팅)나 소위 전투에 특화된 시니어급 개발자들이었다.
그리고 올해 초에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개발팀에서는 명확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만 6달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명확하게 방향성을 잡고 이후 합이 맞는 개발자들의 의기 투합이 혀를 내두를 만한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크런치 모드를 통해 강도 높은 야근이 있나 했더니 대부분 정시 퇴근이었고, 개발팀 분위기도 타 회사 이상으로 편해 보였다. 전원이 같이 게임 테스트를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웃고 즐기는 모습은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MZ의 젊은 감성, 차세대 배틀로얄 게임이 갖춰야할 덕목
'스카이스크래퍼' 세계의 주인공들은 어느 날 갑자기, 적당히 등장한 '얼간이'가 아니다. 각자 어떤 회사의 프로팀에 소속이 된 강화 인간이며, 각 회사의 목표에 맞춰 '슈퍼 불릿 그랑프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인간이다.
전직 변호사였던 세레스, 전직 소방관이었던 트래비스, 그리고 독보적인 해킹 능력으로 미국에서 해커로 활동하던 한국인 소녀 신비에 이르기까지 각 캐릭터 별로 밝혀도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1권 분량이 나올 만큼 내러티브가 강했다.
세레스는 그 자체로 세레스다움이 있고, 신비는 신비 자체로 모든 행동에 의미가 있었으며,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시그니처 액션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개발팀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코스튬 하나하나, 마크 하나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각 캐릭터 별로 로지라는 캐릭터처럼 가상의 유튜버나 사이버 아이돌이 될 수 있을 만큼 실제 인물과 같은 수준의 몰입감을 주겠다는 계획도 엿들었다.
근 미래 배경 안에서 현실과 접목된 세련미도 '스카이스크래퍼'만의 강점이었다. 현실의 로스엔젤레스를 게임 속에 반영하고, 그 빌딩 사이를 누비는 느낌은 흡사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는 듯한 부유감을 보여줬다.
건물 곳곳의 네온사인, 패션 잡지를 보는 듯 정교하게 '옷을 잘 입은' 주인공 캐릭터들, 그리고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홀로그램처럼 표현되는 세계는 근 미래를 굉장히 정교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개발팀에서는 특히 현재가 인플루언서들의 '스트리밍'의 시대인 만큼, 슈퍼 플레이와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전투, 배틀기어로 밀도 있는 다양성 확립
어느 빌딩 옥상. 전투의 시간이 오자 캐릭터가 공중으로 힘차게 도약한다. 이후 다이빙을 하듯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긴박한 전투가 시작됐다는 느낌보다는 즐거운 파티의 시간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다.
게임에 들어가 보니 단 한 판만 했는데도 타 배틀로얄 게임과 전투의 느낌이 아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게임이 보여주는 평면적 전투는 곧바로 시시해져 보였다.
각 캐릭터들이 파쿠르를 하듯 담을 타넘고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건물을 넘나들고, 지형지물과 배틀기어를 활용한 창의적인 교전을 경험해 본 순간 다른 게임들이 흡사 흑백 만화책을 보는 듯 무미건조하게 바뀌는 듯한 느낌이었다.
FPS의 기본이 되는 타격감은 이미 합격이라 할 만한 수준. 20년 가까이 내공이 쌓인 개발자들은 쏘는 순간 손맛이 있는 타격감을 이미 훌륭하게 구현해 내고 있었다. ‘서든어택’이나 ‘워록’ 등 기존 FPS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이라면 만족할만한 타격감일 것이라 생각한다.
또 각 캐릭터들에겐 저마다 1개씩 '배틀기어'가 주어졌는데, 랜덤으로 어떤 배틀기어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 방식이 아예 달라졌다.
처음부터 근거리 타격용 배틀기어를 손에 쥔다면 공격적인 플레이로 나서게 되고, 수송 드론을 가진 경우에는 파밍 먼저 고민하게 되는 식이다. 무엇보다 고정화된 '메타'를 없애겠다는 개발팀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배틀로얄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
현재 '스카이스크래퍼'에서 구현된 모드는 2가지. 수색전과 총력전이다. 수색전은 다양한 파밍과 육성 요소가 포함된 모드이며, 총력전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전투에 임하는 모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층 로밍과 파밍을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피해서 각종 물품들을 곳곳에서 챙기고, 안전한 지점까지 운반해 재가공하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집한 자원들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특별한 장비'를 보유할 수 있었는데, 딱 봐도 이는 NFT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어 보였다.
게임의 승리 조건도 타 배틀로얄 게임과는 달랐다. '스카이스크래퍼'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해야 한다는 점은 배틀로얄의 룰 그대로지만, 체력으로 생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을 확보해 생존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타임 서클 존'이 나오면 플레이어들은 각자 또는 스쿼드 별로 시간을 관리하여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됐다. 기존 블루존이 강제력이 높다면, 타임 서클은 유저가 선택할 여지가 더 열려 있다.
이외에도 타 배틀로얄 장르 게임에서 보였던 '니가와' 플레이에 대해 묻자, 개발팀은 '니가와' 플레이가 주는 장점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피지컬이 부족한 게이머들을 위한 파밍이나 로밍 요소를 강화시킨 부분도 타 게임과 확연히 차별화된 부분이라 설명했다.
현재 라타타스튜디오는 '스카이스크래퍼'를 내년 3분기를 목표로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를 시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밸런스를 위해 라타타스튜디오 측에서는 몇 번에 걸쳐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라타타스튜디오 개발자 인터뷰
게임동아: 신비라는 한국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신비는 어떤 캐릭터인가?
송광호 PD: 기본적으로 신비는 머리가 아주 좋다. 미국에서 해커로 활동하다가 우연히 이번 '슈퍼 불릿 그랑프리 페스티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참여하게 됐다.
부잣집 딸로 게임 내에서 중요한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밝힐 순 없지만 게임 내 시나리오 상으로 중요한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 '슈퍼 불릿 그랑프리 페스티벌'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게임동아: 그래픽이나 세계관이 글로벌 지역을 노린 느낌이 물씬 난다. 마블 만화 느낌이라고 할까.
송광호 PD: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을 담으려고 캐릭터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래서 세계관에 대한 내러티브를 강하게 심으려고 한 것도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할 것이기 때문이다. 첫인상부터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게임동아: 다양한 코스튬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코스튬이 능력치가 늘진 않는지?
배낙도 팀장 : 기본적으로 코스튬은 캐릭터의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색전에서 각종 재료를 모아서 로비에서 제작하고, 총력전에서 보다 강한 상태로 적과 겨룰 수 있다.
게임동아: 건물을 이렇게 다 표현하고 심리스로 세계를 구축하는 게 절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최적화는 잘 되고 있는가?
황왕준 CD : 도시를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그래픽 코스트도 많이 든다. 수평 구조에 수직구조도 쓰기 때문에 계속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리얼 엔진에서 제공하는 것들과 저희들이 계속 연구하는 노하우 등이 접목되어 있다.
그림자 개선, 파이프라인을 개선하는 식으로 최적화하고 있으며 당연히 '배틀그라운드'보다 권장사양을 낮게 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동아: 메타버스와의 접목을 시도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현실과의 연계를 생각하는 부분은?
송광호 PD: 맞다. 우선 게임 자체도 실제 LA의 기후 환경, 라이팅, 도시 계획 등이 표현되어 있으므로 이용자들에게 현실과의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의 접목이 될 예정이다. 게임 내에 건물 간판부터 캐릭터의 운동화, 장신구까지 다 접목될 수 있다.
게임동아: 개성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나 스트리머 좋아할 만한 요소는?
송광호 PD : 우선 게임 내에 재료들이 많다. 그리고 시그니처 액션에서 올 수 있는 후킹, 파쿠루, 아크로바틱 한 액션, 배틀기어를 통한 황당한 플레이, 슈퍼 플레이 이런 것들이 유저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스트리머들에게는 의외의 변수가 많다는 점이 어필될 것 같다.
게임동아: 현재 PC 버전만 준비 중인데 모바일 버전 개발은 계획이 없나.
송광호 PD: 현재는 PC 버전에 올인하고 있으나, 모바일 버전 제작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모바일 사양의 GPU 클럭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잡으면 가능하지만 당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자아, 이렇게 오는 2022년 3분기 출시를 앞둔 ‘스카이스크래퍼’에 대해 살펴보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개발 버전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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