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교육의 4가지 기둥을 설정한 바 있다. 알기 위한 학습(Learning to know), 행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do), 존재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학습(Learning to live together)이다. 살아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행하기 위한 학습’, 즉 ‘체험’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이 단절된 환경이 배움이 정말로 가능한 곳인지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은 그 필요성만큼이나 거창한 개념은 아니다. 직접 무언가를 실행하고, 오감을 통해서 배우는 개념이다. 체험 학습을 통해서 개인은 주도성과 협동성, 창의성 등을 배운다. 실천해보니 재밌고, 그러니 더 배우고 싶은 순환 관계가 만들어지는 ‘즐기면서 배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이 위드플러스(대표 이광표)다. 교육 환경이 비대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이에 학습자가 디지털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재밌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최근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2021 문화기술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발돼 문화기술 지원을 받으면서,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이끌고 있다. 이에 위드플러스의 이광표 대표를 만나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교육은 즐거워야 한다, 딱딱하면 재미가 없다.
ㅡ조직과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위드플러스의 이광표 대표(이하 이 대표)다. 사업을 하기 전엔 게임 회사에서 20년 정도 일했다. 네오위즈온 스튜디오 대표 이사로 재직 시 마지막 1년 동안은 본사에서 VR(가상현실)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로 류충렬 연구소장과 공동 대표로 위드플러스를 창업해, 디지털 게임 교육 영역을 개척했다. 지금은 10개의 게임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ㅡ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보통 게임을 교육에 연결하진 않을 텐데, 이런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류충렬 연구소장이 보드게임으로 10년 넘게 기업 강의를 하고 있었다. 류 소장이 본인이 하고 있는 걸 디지털로 개발하자는 제안을 내게 했다. 이 친구의 강의를 몇 번 들어보니 내용이 정말 좋아서 감동을 했다. 계열사 대표는 매달 CFO(최고재무책임자)로부터 경영 보고를 받고, 이 내용을 본사에 다시 전달했다. 월간 경영보고서에는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에 현금 흐름 등의 내용이 담기는데, 사실 아주 어렵다. 이걸 게임 형식으로 몇 시간짜리 강의에서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는 게 흥미로웠다. 대학에선 1년 넘게 공부하는 걸 하루 동안 진행되는 강의로도 필요한 건 다 배우는 거다. 회계, 손익 교육은 보통 지루하지 않나? 그런데 이 친구의 강의는 정말 재밌다. 친구가 매번 강의 전 강의 도구를 바리바리 싸간다(웃음)”
강의 도구를 보따리째로 들고 다녔다는 류 소장의 이야기를 하던 이 대표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다만, 말과 글로는 현장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대표는 그 분위기를 느껴봐야 한다면서 위드플러스 유튜브 채널에 있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의 첫 장면은 일어나 있던 사람들이 상대방 주의를 끌기 위해 손을 열심히 흔드는 모습이었다. ‘Smart B-Masters’라는 경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물건을 떨이로 판매하는 장면이다. 보통 이런 강의를 듣는 사람이라면 몇 시간 내내 졸거나, 휴대폰을 만지면서 딴짓하거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일이 많을 텐데 의외였다. ‘교육 현장이 아니라, 마치 물건을 판매하는 시장 같다’는 말에 이 대표는 웃으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ㅡ영상 속 사람들은 회사의 신입사원인 거 같은데.. 이들에게 경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어떤 유익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우리 강의에선 사람들이 직접 대표가 되어 가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재료를 구매한 뒤 물건을 만들어 판매까지 진행한다. 이들이 최저 입찰가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한다고 하자. 그럼 원가가 침해되고 자본금 손실이 나기 시작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많이 구매했는데 사람이 없거나, 사람은 많은데 기계나 재료가 없는 언밸런싱한 상황도 계속 마주하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도 시장 과다 경쟁이 심하니까 물건이 안 팔린다.
이런 경영활동 통해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고정비, 손익, 원가의 개념이 무엇인지 등 기본 개념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게임이 끝난 뒤 이론으로 내용을 정리해준다. 이런 것들을 모를 때와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기존엔 강사가 신입직원에게 경영, 회계의 이론을 가르치기만 했다. 우리는 그걸 게임으로 체험하니까 일단 재밌다. 사람들이 강의가 끝난 뒤 자기들끼리 남아서 진행해보면 안 되냐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다”
‘챌린지24’는 거친 바다에서 항해를 하는 게임이다. 날씨 변화가 많은 거친 바다가 기업의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통해 조직 활동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팀워크를 키울 수 있다. 모바일 AR(증강현실)대면 방식과 PC 기반의 비대면 방식 모두 가능하다. 배에는 선장, 항해사, 통신사, 갑판장 등 다양한 역할이 있는데, 각자 역할에 맡게 정보 분석, 자원 구매, 항로 결정 등을 해야 한다.
항로를 선택하고 항해를 진행했는데 날씨 변화와 자원 소모에 대한 예측이 틀렸으면 의사결정을 다시 해야 한다. 항로를 마친 뒤 손익을 계산하고, 타 팀과 비교 및 최적의 의사결정이 무엇이었을지를 토론한다. 각자의 역할에 주도적으로 임하며 소통을 통해 팀 협업을 이끌어야 한다. 심하면 배가 난파되기도 하므로, 게임에 열심히 참여할 수밖에 없다.
공공행정 시뮬레이션 ‘거버넌스6’는 조선 22대 왕인 정조의 스토리텔링을 빌려왔다. 정조가 수원 화성을 구축하던 당시의 실사구시 정신(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실제 사실에 따라 정책을 펼친다는 뜻)으로 공직자 역량을 길러내는 체험이다. 결정된 정책을 놓고 기한 내에 목표 수립, 자원 확보, 대외 협력, 이슈 분석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공무원 교육원에서 거버넌스6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위드플러스의 프로그램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를 게임에서 미리 체험하는 형태들이다.
ㅡ요즘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거버넌스6 같은 교육이 도움이 되겠다.
“맞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발굴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점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ㅡ위드플러스의 교육프로그램을 하나로 아우르는 ‘주제’가 있나?
“교육은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면서도 재밌어야 한다. ‘협업을 잘해야 한다고’ 강사가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체험해보는 ‘학습’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우리 프로그램 중엔 원격으로도 팀빌딩(조직원 간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일체화된 팀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React Y’가 있다. 프로듀서, 안무가, 4명의 댄서 총 6명이 한 팀이 돼 미션을 진행한다. 노트북 웹캠을 이용해서 사람의 움직임을 AI(인공지능)가 인식한다. 그럼 화면 속 아바타도 따라서 움직인다. 어른들도 진짜 재밌게 논다. 오리엔테이션에 이용하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고, 비전 퍼포먼스로 회사를 브랜딩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ㅡ게임은 특히 IP가 중요한 분야다. 위드플러스의 게임은 이용자의 흥미를 끌어내는 IP가 되는 것을 중요시한 거 같다.
“거버넌스6 같은 경우는 100% 우리가 다 설계해서 만든 IP다. 다른 곳과 협업을 해서 만든 경우도 있고. 필요할 때마다 IP를 보강하고 있다” 가상에 더욱 몰입하려면, 뇌가 속아야 한다.
ㅡ위드플러스 같은 기업을 ‘에듀테크’라고 부른다. 과거에도 교육을 위해서 인터넷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나?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우리의 교육은 체험을 통해서 배운다. 에듀테크는 디지털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쌍방향으로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ㅡ지금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위주다. 앞으론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 학생들도 소통과 협업, 공감력, 협상력, 오너십, 경영 그리고 4차 산업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를 재미있게 배우면 도움이 될 것이다” ㅡ기존의 인식이라고 한다면 ‘게임은 시간 낭비’였던 거 같다.
“그런 인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게임은 결국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다. 가상 사회를 통해서 현실을 미리 경험해보는 내용이 많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경험해보고, 이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배울 수 있다. VR로 용접을 미리 접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목표는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가 들어가니까 몰입감이 생겨서 더 재밌다. 가상의 세계에서 내게 자본금이 주어지고, 사장이 된다. 이 돈으로 기계를 살지, 노동자를 고용할지, 대출을 더 받을지 이런 의사결정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주위 사람의 행동을 분석해보고,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사람들이 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건 결국 현실을 잘 재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ㅡ게임은 뇌를 속이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겪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AR과 VR이 계속 발전하는 이유가 뇌를 더 잘 속이기 위해서다. 교육학, 심리학적으로 똑같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뇌가 속는다고 한다. EBS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20년 전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했더니, 그들의 행동과 생각이 젊어졌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가상의 환경을 만들고 그 상황 안에 있다는 몰입감을 주면, 더 열심히 게임에 참여하고 다양한 생각을 촉진할 수 있다. 계속 자극이 일어나니까 경영에 중독되는 거다(웃음)” ㅡ실제로 게임을 경험해본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떤 편인가?
“게임 기반 수업이 기존의 수업 방식보다 5배쯤 만족도가 높다고 나왔다. 이런 프로젝트 형식의 교육은 만족도도 높고, 교육적인 효과도 높아서 미국의 대학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다. 팀에 과제를 주고 각자 협업을 하게 하는 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ㅡ해외 교육은 ‘토론’ 위주의 교육이 대세라고 들었다. 이제 패러다임이 ‘체험’, ‘프로젝트’ 교육으로 바뀌었나 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프로젝트형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학기에 차를 하나 만들어 보기 이런 식이다. 팀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교수에게 물어본다. 교수는 퍼실리레이터(집단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집단의 상호작용과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사람)로서 역할을 한다”
ㅡ게임으로 진행되면 아무래도 깊은 내용을 담기엔 조금 힘들지 않나?
“게임이라고 해서 내용이 가볍지 않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라고 국가의 연구원들을 교육하는 곳인데, 이곳의 사람들도 챌린지24로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아 한다”
ㅡ메타버스가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된다고 한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교육과 그전의 교육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에 있던 다양한 협업 툴을 하나로 이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줌을 켜 놓고, 특정 게임을 켜고 이렇게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띄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난 ‘게임’
ㅡ지금까지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으니, 이제 창업스토리도 듣고 싶다. 한 회사의 대표로 있다가 창업을 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은데.
“게임 분야에서 20년 넘게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존 게임 산업에서 느꼈던 피로도를 해결하고 싶었다. 과금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들 말이다. 교육은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 이쪽으로 오게 됐다”
이 대표와 함께 창업을 한 류충렬 연구소장과는 1987년 대학 동기로 만났다. 과 동기로 만나서 민주화 시위, 학교 식당 아르바이트도 같이했고 가끔은 설악산을 함께 등반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다만, 사회에 나가면서 자주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그래도 30년을 함께 보낸 친구다. 2018년 여름 이 대표가 퇴사를 준비하며 제2의 인생을 고민할 즈음, 보드게임으로 기업 교육을 하던 류 연구소장은 본인의 콘텐츠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류 연구소장의 강의에 감동한 이 대표는 그와 함께 창업에 나섰다. 류 연구소장이 던졌고, 이 대표는 그걸 잡았다. ㅡ앞으로 위드플러스가 집중할 영역은 무엇인가?
“교육 전문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다. 가상의 교육 연수원이 되는 것이다. 지금 기업에서 2~3개의 교육을 맡기긴 하지만, 교육 전체를 맡기진 않는다. 우리가 기업의 전반적인 교육을 책임지고 싶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분들과 협업해서 우리 플랫폼 안으로도 교육을 들여올 수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과 구독 계약을 한다면, 프로그램을 회사 사정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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