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글로벌 퍼스트 무버 되려면 기초과학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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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10주년 맞은 IBS 노도영 원장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노도영 원장이 IBS 설립 10주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IBS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난해 4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셀(CELL)에 주목할 만한 논문이 실렸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에 대한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그린 것.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이 불과 3, 4개월 만에 거둔 성과였다. 노도영 IBS 원장은 “당시 RNA연구단은 마치 특별작전에 투입된 것처럼 연구를 진행했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IBS가 지난달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IBS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과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현재 30여 개 연구단이 활동하고 있다. 2019년 11월부터 IBS를 이끌고 있는 노 원장을 1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노 원장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 지도 완성과 더불어 20만 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한 현 인류가 13만 년 전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음을 알아낸 것(기후물리연구단), 우주의 암흑물질 발견 및 중성미자 측정 등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규명하는 난제에 도전하고 있는 것(지하실험 연구단) 등을 IBS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노 원장은 “기초과학에서 위대한 발견을 하려면 한 가지 주제에 오래 천착해야 하고, 다양한 연구자들이 협력해야 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을 관찰할 거대 시설도 필요하다”며 “한국은 IBS 설립 후 비로소 대규모 장기적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기초과학은 필수적인 학문”이라며 “IBS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식 창출은 대한민국을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바꾸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기초과학 연구가 곧바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노 원장은 “1970, 80년대의 2차전지 연구가 수십 년 후 전기차 시대를 열었고 RNA와 나노입자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현재의 코로나 백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IBS의 연구 성과도 당장 국가 산업과 연결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인간생활에 중요한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MPG) 및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IBS 연구단 규모를 2024년 40개, 2030년 5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는 포부도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노도영 원장#개원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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